‘관할 싸움’에 무너진 재난 컨트롤타워

2014.07.24 22:22 입력 2014.07.25 00:05 수정
김창영 기자

포항 산불 - 경북이라고 경남·울산 헬기 안 가고

경주리조트 붕괴 - 인접 울산, 구급·구조차 5대만 보내고

세월호 참사 - 해수부·안행부, 바다·육지 선긋고

국가안전처 신설안도 ‘급조’… 소방 현장 목소리 반영 안돼

지난해 3월9일 발생한 포항시내의 대형산불로 임야 76㏊와 주택 111채가 소실됐다. 161명의 이재민(1명 사망·26명 부상)과 복구에만 98억원이 들었다.

지난 2월17일 발생한 경주 마우나오션리조트 체육관 지붕 붕괴 참사로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에 참가한 부산외대 신입생 10명이 목숨을 잃었다.

경향신문 취재결과 포항산불과 리조트 사고는 현장 컨트롤타워의 부재가 원인이 됐던 것으로 드러났다. 포항산불은 관할 소방서장이 인접한 경남·울산에 소방헬기를 요청했지만 ‘관할구역 상황 발생 시 출동해야 한다’는 이유로 묵살됐다. 리조트 사고도 현장지휘관이 인접한 울산에 ‘최대의 소방력’을 요청했지만 생색내기 지원에 그쳤다.

세월호 참사도 본질에선 다를 바 없다. 육상재난에 대한 대응이 자치단체 간의 알력으로 지연되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세월호 참사는 중앙부처 간의 이기주의가 사고를 키웠다. 해양수산부(해경)와 안전행정부(소방방재청)가 ‘치외법권’이라는 선을 긋고 협업·공조를 하지 못한 것이 대형참사를 부른 요인으로 분석된다.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지 한 달여 만에 박근혜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가 나왔고, 이를 축으로 정부의 후속대책이 쏟아졌다. 하지만 세월호 100일을 맞아 점검해 본 결과 재난대응을 위한 조직개편은 실효성이 없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대통령 담화 후속 과제로 제시한 27가지 과제 역시 실현된 것은 7가지 안팎에 불과했다.

‘관할 싸움’에 무너진 재난 컨트롤타워

박 대통령은 사고 후 한 달여가 지난 5월19일 재난관리 기능을 국가안전처로 통합하겠다고 발표했다. ‘재난 컨트롤타워’인 국가안전처 신설은 현장경험이 전무한 행정관료들에 의한 탁상행정의 전형으로 평가된다. 소방방재청이 해체돼 국가안전처 산하 소방본부로 격하된 것이 대표적인 예다.

이창원 한성대 교수(행정학과·한국조직학회 회장)는 “소방공무원이 시·도지사와 소방방재청장의 이중지휘를 받는 것이 가장 큰 문제인데 이의 해결 없이 재난대응력을 강화할 수 있는지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기환 경일대 교수 역시 “소방방재청을 해체하면서 재난 컨트롤타워인 국가안전처를 만든 정부조직법은 비정상”이라며 소방청을 국가안전처 외청으로 개편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현장 소방관들은 “전 국민이 일원화된 소방서비스를 받기 위해서 국가직(200명)과 지방직(4만명)으로 이원화된 소방조직을 국가직으로 일원화해달라”며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다.

정부가 내놓은 후속대책도 표류하고 있다. 국무조정실이 이달까지 내놓겠다던 ‘안전혁신 마스터플랜’은 여전히 논의 중이다. 세월호 참사의 주요인이기도 한 화물 과적을 막기 위해 해양수산부는 이달부터 카페리에 싣는 화물차량의 무게를 일일이 재고 과적차량은 선적을 제한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화물운송업계의 반발로 일단 보류됐다. 교육부도 안전교육을 ‘혁명적’으로 바꾸겠다고 공언했지만 수학여행 대책 외에 ‘학교안전종합대책’은 내놓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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