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환점 돈 문재인 정부-일자리·노동

최저임금 인상·노동시간 단축 호평…‘속도조절론’에 빛바래

2019.11.07 21:47 입력 2019.11.07 21:48 수정

[반환점 돈 문재인 정부-일자리·노동]최저임금 인상·노동시간 단축 호평…‘속도조절론’에 빛바래

“올해 3~4월쯤부터 분위기가 달라졌다고 느꼈다.”

문재인 정부 노동정책의 변곡점에 대해 민주노총 핵심 관계자는 이같이 답했다. 역대 정부에서 볼 수 없었던 친노동 정책은 촛불의 지지와 맞물려 창대하게 추진됐지만, 현재는 속도조절을 넘어 방향성마저 흐릿해졌다. 전문가들은 집권 초반의 동력을 다시 일깨울 반전의 계기가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하지만 전망은 어두웠다.

‘노동존중사회’는 단순한 슬로건이 아니라 여태껏 어떤 정부도 시도하지 못했던 경제정책의 패러다임 전환을 의미했다.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로 사회 불평등을 바로잡고, 최저임금 인상을 통해 저임금 노동자의 생활 수준을 향상하며, 노동시간 단축으로 일과 삶의 균형과 일자리 창출을 도모했기 때문이다.

채준호 전북대 경영학과 교수는 “처음에 시도한 방향성은 굉장히 평가할 만하다고 본다”고 했다.

수치로 봐도 명확하다. 최저임금은 집권 2년간 약 29% 인상됐다. 공공부문에서 일하는 기간제 노동자와 파견·용역업체 소속 노동자들 중 16만명이 무기계약직이나 자회사의 정규직으로 전환됐다. 노동시간 단축 역시 관련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효과를 냈다. 고용노동부의 사업체노동력조사를 보면 지난해 국내 5인 이상 사업체 노동자의 1인당 연간 노동시간은 1986시간으로 집계됐다. 사상 처음으로 연간 노동시간이 2000시간을 밑돈 것이다. 쌍용차 등 장기투쟁 사업장의 문제가 해결되고, 노동친화적 분위기를 타고 양대노총이 100만 조직화에 성공하기도 했다.

그러나 박점규 직장갑질119 운영위원은 “하나를 주면 두 개를 잃어버렸다”고 말했다. 노동정책이 한 발 나아가면, 경영계 등의 반발에 부딪히면서 물러서는 일진일퇴를 반복했다는 것이다.

최저임금 1만원 공약은 지난 대선 당시 모든 후보의 공약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경영계와 야당의 반발에 부딪혔다. 그 결과 수당과 상여금의 일부를 최저임금에 포함시키는 산입범위 확대가 이뤄졌다. 노동계는 산입범위 확대를 노동정책 후퇴의 상징적 장면으로 꼽았다. 이후 정책은 속도조절 내지 역진의 과정을 겪었다. 지난 2월 경제사회노동위원회에서 노사는 노동시간 단축의 보완책으로 탄력근로제 단위기간을 확대하기로 합의했다. 노조가 없는 노동자들에게는 장시간 노동을 허용하는 정책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지난 7월 민주노총 비정규직 총파업과 톨게이트 요금수납원 집단 해고를 계기로, 자회사 정규직화의 문제가 부각되기도 했다. 무늬만 정규직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임미리 고려대 정치학 연구교수는 “사회 전체가 합의하는 기준을 만드는 데 굉장히 취약했기에 후퇴하는 일이 생겼다”고 평가했다. 노동정책의 방향성이 모호해진 데는 문재인 정부가 예상치 못한 수준의 경제 악화뿐 아니라, 내부의 역량 부재도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다.

당초 공언했던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의 합법화나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 비준도 장기 과제로 전환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개혁의 골든타임을 놓쳤다는 지적도 나왔다.

채 교수는 “개혁 동력이 떨어져 아쉬운 상황에서 동력을 끌어올릴 기반이나 노사 주체들의 역량도 보이지 않는다”며 “노동계도 좀 더 적극적으로 발을 담그고 방향성에 대해 고언을 해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박점규 위원은 “탈선한 노동존중 궤도로 빨리 돌아와야 한다”며 “사회 불평등을 바로잡기 위해 원하청 불공정 거래 등 대기업의 횡포를 막는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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