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부④‘찍퇴’와 ‘사축’이 말한다]해외 교포가 본 한국 기업 직장생활 “한국 상사는 완전 복종 원하고 스트레스를 직원에게 푸는 듯”

2016.01.19 06:00 입력 2016.02.02 18:40 수정

“한국 상사들은 완전 복종을 원했다.”

15년 전 부모와 함께 캐나다로 이민을 간 구현우씨(가명·29)는 캐나다에서 고교·대학을 마치고, 2013년부터 한국 대기업의 미주 지사에서 일하기 시작했다. 중학교 때까지 한국에서 자라 한국을 이해한다고 생각했던 구씨도 한국 기업에 적응하는 데는 실패했다. 구씨는 입사 후 3개월째부터 퇴사를 고민하다 지난해 여름에 사표를 냈다.

그에게 한국 기업은 “좀처럼 말이 안되는 곳”이었다. 구씨는 “한국 기업의 직장 상사는 자신이 한 말에 다른 의견을 제시하거나 비판을 받으면 되게 싫어하는 것 같다”며 “무언가를 부탁할 때면 ‘플리즈(Please)’를 붙이고, 사무실을 떠난 곳에서 식사할 때는 친구 같은 외국 보스들과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같은 사무실에서 근무한 현지 외국인들도 한국의 기업문화에 불만을 표했다. 구씨 재직기간 중 재외동포·외국인 직원 5명이 퇴사했다. 그들은 한국인 상사들이 사무실에서 언성을 높일 때면 이내 인상을 찌푸렸다. 한 외국인 매니저는 “한국 매니저들은 자기 스트레스나 감정을 부하 직원에게 푸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한국에서 고위 경영진이라도 오는 날에는 사무실 자체의 공기가 변했다. 경영진이 오기도 전에 직원들이 식당을 찾아 답사하고, 이동 경로를 미리 조사해야 했다. 구씨는 “외국인 직원들은 이런 행동들을 이해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한국에서 발령받아 미국으로 온 구씨 또래의 직원들은 달랐다. 식당에 가면 “머슴이 왕을 모시 듯” 상사의 수저를 챙기기에 바빴다. 그들의 공손한 태도는 회의 때도 이어졌다. 회의 시간은 서로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아니라 상사의 지시사항을 듣는 시간이었다. ‘밑에 것’들은 입사 초기에 적극적으로 의견을 내기도 했지만 이내 조용해졌다. 그는 “사무실의 ‘막내’들은 없는 존재거나 ‘들러리’ 같았다”고 말했다.

한국 직원들은 자주 야근에 투입됐고, 매주 술자리를 가졌다. 퇴근시간은 준수하지 않는 반면 출근시간 통제는 심했다. 아침에 5~10분만 늦어도 지적이 이어졌다. 구씨는 “한국에서 온 사람들은 몰려다니면서 담배를 피우고 왔다 갔다 하고 저녁에 야식을 시켜 먹으며 야근을 즐기는 듯 보였다”면서 “업무의 효율성보다는 오래 앉아 있는 것에만 집착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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