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상은 거둬야” 해놓고 ‘박정희 우상화 참여’… 두 얼굴의 이낙연 지사

2016.11.03 16:14 입력 2016.11.03 16:35 수정

이낙연 전남지사가 2일 출범한 박정희 전 대통령 탄생 100주년 기념사업 추진위원회 부위원장으로 참여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입쌀에 올랐다.

특히 이 지사가 이틀전 월례회의에서 “우상은 걷어야 내야한다”는 발언을 해놓고도 박 전 대통령 우상화 작업을 주도해야하는 자리를 차지한데 대해 ‘두 얼굴의 전남지사’란 비판까지 쏟아지고 있다.

박정희 대통령 기념재단은 2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세종홀에서 추진위 출범식을 열었다. 위원장은 정홍원 전 국무총리, 부위원장은 이낙연 전남지사, 김관용 경북지사, 유정복 인천시장 등이 맡았다. 전두환·노태우·이명박 전 대통령, 김기춘 전 청와대비서실장, 박희태 전 국회의장 등이 고문에 위촉됐다.

추진위는 광화문 광장에 박 전 대통령의 동상을 세우겠다는 의지를 밝히고 있다. 서울시의 반대가 예상되지만 “박정희 대통령님 동상 하나 떳떳하게 세우지 못하고 있는 현실은 이제 극복돼야 한다”며 목표 달성을 자신하고 있다.

이 지사의 추진위 참석은 그의 ‘이중적 정치행태’’을 보여주는 ‘사건’으로 받아들여지면서 더욱 뜨거운 논란이 되고 있다. 이 지사는 1일 전남도청 안에 생방송된 월례조회에서 최근 국정농단 사태를 거론하며 “반세기 이상 대한민국을 지배해온 우상이 무너지고 새로운 질서가 태동할까 말까 하는 단계에 와 있다”면서 “그 우상은 진작 걷어졌어야 옳으나 그것이 가진 힘에 의해 여기까지 밀려왔다”고 말했다.

광복 후 이어진 반민중, 친일, 독재 세력 등이 빚어놓은 오늘의 혼란한 국정을 나무라는 준엄함과 결기가 묻어났다. 직원들은 다소 뜬금없는 내용이었지만 공직자가 지녀야할 시대정신을 일러주는 가르침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였다.

이 지사가 들먹인 우상(偶像)은 사전적 의미로 ‘맹목적으로 숭배되는 가치나 대상’을 이른다. 해서, 그의 주의주장은 현 시국을 치유하는, 지당한 담론으로도 손색이 없게 읽혀졌다.

이렇게 시국진단과 그 대안까지 제시한 이 지사가 바로 ‘박정희 사업’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이 사업의 주 내용은 ‘박정희 우상화 작업’이다. 교과서에 실려 있는 박정희의 친일과 독재의 흔적을 말끔히 지우기 위해 ‘국정교과서’를 제작하고, 거대한 동상까지 세워 ‘조국을 먹여살린 위대한 대통령’이라는 점을 부각시키는 일이다.

이 사업은 박 대통령 취임 이후부터 시작됐다. 이 지사는 다수가 반시대적·반역사적인 사업으로 평가하는 이 사업의 정체를 몰랐을까. 4개월전 동서화합과 협력사업 등을 위해 수락했다는 그의 해명은 너무 한가로이 들린다. “최순실 사태이후 저는 생각을 다시 정리하고 있다”는 말도 그렇다.

광주·전남을 지키는 시민운동가들과 대학교수들의 타박이 이어지고 있다.

참여자치 21 오미덕 사무처장은 “‘우상은 거둬져야 옳은 것’이라 해놓고 우상 세우기에 나서는 이 지사의 모습이 이중적인 행태로 이해된다”고 지적했다.

김동헌 광주경실련 사무처장은 “박 전 대통령 기념사업이 동서화합과 무슨상관이 있느냐. 시국을 떠나 호남의 민의를 대표하는 전남지사가 이 기념사업에 참여하는 것 자체가 말이 되지않는다”고 비판했다.

최영태 전남대 교수(역사학)는 “수천억 예산을 들이려는 사업에 대해 비판여론이 많고 현 시국에 시기적으로 부적절한 처신으로 보인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추천기사

바로가기 링크 설명

화제의 추천 정보

    오늘의 인기 정보

      추천 이슈

      이 시각 포토 정보

      내 뉴스플리에 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