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에게 가장 위험한 장소는 그들의 집이다.” 유엔 마약범죄사무소(UNODC)가 25일(현지시간) ‘여성폭력 근절을 위한 유엔 국제기념일’을 맞아 펴낸 ‘2018 여성의 젠더 기반 살해에 관한 보고서’의 결론이다.

지난해 전 세계에서 살해당한 여성 8만7000명 중 58%인 5만명가량이 가정폭력·데이트폭력의 희생자인 것으로 나타났다. 2012년 4만8000명(47%)보다 11%포인트 늘었다. 이 중 3만명은 연인이나 배우자에 의해, 2만명은 가족 구성원에게 목숨을 잃었다. 하루 평균 137명, 한 시간에 6명꼴이다.

전체 살인 사건 피해자를 성별로 구분하면 남성 피해자가 80%로 여성(20%)보다 4배 많았다. 그러나 연인이나 배우자, 가족 구성원에게 살해당한 사건으로 범위를 좁히면 여성이 64%, 남성이 36%로 성비가 역전된다. 가해자가 연인이나 배우자인 경우 여성 피해자 비율은 82%까지 올라갔다.

연인이나 배우자, 가족에게 살해된 여성이 가장 많은 대륙은 아시아(2만명)였다. 이어 아프리카(1만9000명), 아메리카(8000명), 유럽(3000명), 오세아니아(300명) 순이었다. 인구 10만명당 피해자 비율은 아프리카(3.1명)와 아메리카(1.6명)가 아시아(0.9명)보다 높았다. 유럽이 0.7명으로 가장 낮았다.

연인이나 배우자에 의한 살인의 경우, 버림받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나 질투가 가해자들의 주된 범행 동기였다고 보고서는 설명했다.

부모 등 다른 가족 구성원이 “여성의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살해에 가담하는 경우도 있다. 남아시아 등지에서 횡행하는 명예 살인이나 결혼 지참금으로 인한 살인이 대표적인 사례다.

보고서는 “이런 종류의 살인은 우발적인 행동이 아니라 젠더폭력이 누적된 결과”라며 “여성들의 죽음이 예방 가능했다는 점을 보여주는 것이 이번 연구의 목적”이라고 말했다. 보고서는 또 가정폭력 피해자들의 신고 비율이 낮다는 점을 감안할 때 실제 사망자 수는 더 많을 수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