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이 ‘잿빛’ 하늘로 뒤덮였다. 5일 전국 17개 시·도 가운데 12곳에서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가 발령됐다.

환경부에 따르면 이날 오전 6시부터 오후 9시까지 수도권(서울·인천·경기), 충청권(대전·세종·충남·충북), 전라권(광주·전남·전북), 강원 영서, 제주 등 총 12개 시·도에서 비상저감조치가 시행됐다. 서울·인천·경기·세종·충남·충북은 5일 연속, 대전은 4일 연속, 광주·전남은 2일 연속이다.

미세먼지 공습이 이어지다 보니 사상 처음인 기록도 나왔다. 우선, 제도를 시행한 이래 5일 연속으로 저감조치가 발령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또 제주는 이날 사상 처음으로 비상저감조치를 시행하게 됐다. 한반도에서 유일하게 남은 미세먼지 청정 지역 ‘제주’라는 상징성도 깨지게 됐다.

이날도 정부 차원의 대책은 계속 시행 중이다. 비상저감조치가 발령된 곳에서는 행정·공공기관 차량 2부제가 시행됐다. 미세먼지를 많이 배출하는 화력발전의 출력도 80%로 제한된다.

하지만 이런 대책이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정부가 안전 안내 문자만 보낼 뿐 대책이 없다”며 스스로 마스크를 구매해 착용하는 사람도 늘어나고 있다. 실제로 이날 각종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는 ‘미세먼지 마스크’, ‘KF99’ 등이 인기 검색어 상위권을 차지했다.

미세먼지에 대한 불만은 정부에 대한 비판으로 이어지고 있다. 한 누리꾼은 “미세 먼지를 임기 내 30% 감축하겠다는 대통령 공약은 어디로 갔냐”고 비판했다. 또, “미세먼지로 국민이 죽어가고 있는데 정부는 문제의 원인인 중국에 한 마디도 못한다”는 누리꾼도 있었다.

연일 계속되는 미세먼지에 우울증과 불안감을 호소하는 사람도 늘고 있다. 한 네티즌은 “미세먼지 때문에 나가도 숨쉬기 힘들고 나가지도 못하고 진짜 우울해진다”며 “온종일 화만 난다. 이러다 우울증 걸리면 어떡하냐”고 적었다. 지난 4일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했다는 ㄱ씨는 “아이를 등교시키긴 했는데 상황이 이 정도면 휴교도 검토해야 하는 것 아니냐”며 “가급적 실외로 내보내고 싶지 않은 심정”이라고 말했다.

이날 서울시교육청은 각급 학교에 실외수업을 하지 말 것과 학사일정 조정을 검토하라고 지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아직 휴교는 검토하고 있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