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나무숲 훼손 논란으로 중단됐던 제주시 구좌읍 비자림로 확·포장 공사가 7개월 만에 재개됐다. 공사 첫날인 20일, 현장은 의외로 조용했다. 공사를 찬성하는 주민들의 행사와 공사를 반대하지만 현장에서의 극심한 반대 대신 모든 것을 기록하겠다고 밝힌 환경보호활동가의 움직임뿐 공사를 위한 중장비 투입은 없었다.
제주도는 ‘아름다운 경관도로’ 조성을 위한 보완설계가 마무리됨에 따라 2021년 6월 완료를 목표로 20일부터 제주시 구좌읍 대천~송당을 잇는 비자림로 확장공사 재착공에 돌입한다고 지난 19일 밝힌 바 있다. 보완설계는 주민의견 수렴과 식물·조경·경관·환경·교통 분야 등 전문가 그룹의 자문 절차를 거쳐 완성됐다고 한다.
공사는 편입용지 추가 확보 없이 제주시 대천 교차로부터 금백조로 입구까지 약2.9km 구간을 1구간(시점부~제2대천교 0.9km), 2구간(제2대천교~세미교차로 1.35km), 3구간(세미교차로~종점부 0.69km)으로 나눠 진행된다. 제주도는 협소한 도로 여건을 개선하면서 삼나무 수림을 최대한 보존하는 방향으로 공사를 시행하고, 비용은 기존 공사비 140억원에서 10억원 가량 증액될 것으로 예상했다. 또한, 비자림로 하루 교통량(1만440대) 조사 결과 확장이 시급하다며 이번 공사는 교통여건을 개선하면서 현재 식재돼 있는 삼나무 보존을 최대한 고려하고, 생태·경관도로의 기능을 강화해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시민사회단체와 환경단체는 제주도의 이러한 방침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제주환경운동연합은 “반환경적 도로개발이라는 비판을 전국적으로 받으며 공사가 중단됐던 비자림로 공사가 여전히 많은 문제와 의혹이 풀리지 않은 상태에서 강행돼 우려를 낳고 있다. 아름다운 경관도로를 조성하고 싶다면 무리하게 해당 구간을 확대할 것이 아니라 주변의 오름 생태계를 건강하게 유지할 대책과 관리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성명을 냈다.
이곳에서 환경보호 활동을 하고 있는 ‘그린씨(초록씨앗, 바다 등의 뜻을 내포한 예명이라함)’는 이 공사는 전체 공사의 시작에 불과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인터뷰에서 “비자림로에 만들어지는 왕복 4차선 도로는 방아쇠에 불과 할 것입니다. 이 곳 공사를 시작으로 비자림로 그리고 금백조로와 연계된 도로들은 모두 확장공사가 진행될 것입니다”라며 “이 모든 게 현재 진행조차 불투명한 제2공항의 포석으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그린씨는 인터뷰를 마치며 “주민들, 도청과 싸우기 위해 여기 있는 게 아닙니다. 물이랑 나무, 오름, 공기는 공공재라고 생각해요. 그 공공재들이 어떻게 사라지고 어떻게 망가지는지 계속 지켜보기 위해 있는 겁니다. 누군가는 계속 지켜보고 있고 누군가가 이 사실을 사람들에게 그리고 다음 세대의 아이들에게 계속 알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사실을 기록하기 위해 남아있는 겁니다. 이 공사는 여러 의미에서 끝이 아니라 시작입니다”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