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5주기

“국가가 참사 피해자를 다루는 방식이 더 절망적”

2019.04.15 22:12 입력 2019.04.15 22:14 수정

1년간 특조위 조사 방해 사건 방청한 변호사들

특조위에 부정적 인식 깔고 여당에 협조하는 걸 당연시

뚜렷한 책임도 회피로 일관…관련자들에 엄한 처벌 필요

서채완(오른쪽)·오현정 변호사가 15일 서울 서초구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사무실에서 경향신문과 인터뷰한 뒤 사진을 찍고 있다. 권도현 기자

서채완(오른쪽)·오현정 변호사가 15일 서울 서초구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사무실에서 경향신문과 인터뷰한 뒤 사진을 찍고 있다. 권도현 기자

“세월호 특조위(4·16 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 방해는 벌어져서는 안되는 사건이었죠. 세월호 참사 자체도 비극적이지만, 국가가 참사를 다루는 방식이 더 절망적으로 느껴졌습니다.”

15일 서울 서초동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사무실에서 오현정·서채완 변호사를 만났다. 두 사람을 포함해 5명의 민변 세월호 태스크포스(TF) 소속 변호사들이 지난해 3월부터 서울동부지법에서 열린 박근혜 정부의 특조위 방해 사건 재판을 방청하고 기록했다.

특조위 방해 행위가 누구의 지시로, 어떤 방식으로 이뤄졌는지는 재판에서 처음 공개됐다. 청와대가 특조위를 제어하려고 TF를 만들고, 각종 대응방안 문건을 작성한 정황이 법정에서 드러났다.

서 변호사는 “재판에서 나온 수십 가지 문건들은 충격적이었다. 국가기관에서 작성해야 할 보고서인가 싶을 정도로 권력에 수긍하는 종류의 보고서들이 굉장히 많았다고” 했다. 서 변호사는 “정부가 여당에 협조하는 것을 당연시하는 모습도 보였다”고 했다. 오 변호사는 “청와대와 해양수산부가 특조위 대응 조직을 만들고, 비밀채팅방을 만들어 작전을 짜듯이 긴밀하게 논의했다는 게 놀라웠다”고 했다.

세월호 참사 발생 1년도 채 되지 않은 때부터 특조위 방해가 본격화돼 진상규명의 중요한 시기를 놓쳤다. 재난에 대처하는 국가의 모습이 낱낱이 드러났다는 점에서 이 사건 재판 의미가 크다고 두 변호사는 입을 모은다. 오 변호사는 “가장 중요한 시기에 오히려 정부가 진상규명을 막았다”며 “피해자들에게는 이후의 (방해) 과정이 참사에 비견될 만큼의 고통”이라고 했다. 왜 참사가 일어났고, 누구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는지를 정리해야 그때부터 피해자들의 ‘치유’가 가능한데, 그 치유의 시작을 국가가 애초에 막았다는 취지의 말이다.

서 변호사도 특조위 방해 사건을 “참사 피해자를 대하는 국가의 수준을 보여주는 사건”이라고 규정한다. 그는 “국가가 나서서 특조위가 문제 있는 조직이라며 부정적 이미지를 확산시키고, 여당 세력과 협조했다는 것 자체가 피해자들에게는 더 큰 폭력”이라고 했다.

피고인들은 누구도 자신의 행위를 반성하지 않았다. 서 변호사는 “문건 계획들이 실행된 게 뚜렷이 보이는데 재판정에서는 모두가 자신이 한 게 아니라고 한다”며 “관여한 사람들 모두 책임을 안 지겠다는 식의 변론을 이어가고 있다”고 전했다. 오 변호사는 “고위 공무원들끼리의 일이다보니 진실을 밝히는 게 어려웠다”며 “뒤늦게나마 밝혀진 게 불행 중 다행이고, 엄한 처벌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참사 5주기에 관해 묻자 서 변호사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해경 123정장이 처벌되고 국가배상소송에서 유가족 청구가 인정되면서 책임자들이 다 처벌을 받은 것처럼 오해되지만, 관련자들은 훨씬 많거든요. 국가가 무엇을 했는지를 뚜렷하게 밝혀야 될 것 같습니다. 무거운 마음입니다. 5주기는 참 많은 기억을 다시 하게 합니다.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하게 만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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