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5주기

그후 5년, 우리는 지금 안전한가요

2019.04.15 22:08 입력 2019.04.15 23:03 수정

‘컨트롤타워’ 확립·안전규제 강화됐지만…탁상행정·위험의 외주화는 여전

<b>우리의 소망은…</b> 전남 진도 팽목항은 세월호 참사 이후 ‘세상에서 가장 슬픈 항구’로 불린다. 이곳 방파제에 조성된 ‘세월호 기억의 벽’은 희생자 추모 공간이다. 전국의 여러 어린이와 어른들이 타일에 추모 메시지를 글과 그림으로 표현했다. 유족도 못다 한 말을 타일에 담았다. 참사 5주기를 앞두고 찾은 ‘기억의 벽’엔 ‘잊지 않겠다’는 내용의 타일 작품이 여러 장 붙어 있었다.  서성일 기자 centing@kyunghyang.com

우리의 소망은… 전남 진도 팽목항은 세월호 참사 이후 ‘세상에서 가장 슬픈 항구’로 불린다. 이곳 방파제에 조성된 ‘세월호 기억의 벽’은 희생자 추모 공간이다. 전국의 여러 어린이와 어른들이 타일에 추모 메시지를 글과 그림으로 표현했다. 유족도 못다 한 말을 타일에 담았다. 참사 5주기를 앞두고 찾은 ‘기억의 벽’엔 ‘잊지 않겠다’는 내용의 타일 작품이 여러 장 붙어 있었다. 서성일 기자 centing@kyunghyang.com

2014년 4월16일 발생한 세월호 참사는 한국 사회 재난 안전 시스템의 부실을 총체적으로 드러낸 사건이었다. 참사 현장을 지휘해야 할 컨트롤타워는 보이지 않았고, 참사를 예방해야 할 안전규제 장치는 ‘비용 절감’에 뒷전으로 밀려나 있었다. 참사 이후 5년, 한국의 안전관리 시스템은 그동안 얼마나 달라졌을까. 컨트롤타워, 규제완화, 위험의 외주화 세 측면에서 참사 이후 5년을 짚어봤다.

① 컨트롤타워

참사 직후 재난 대응을 총괄하는 ‘컨트롤타워’가 어디인지 논란이 됐다. 중앙재난대책본부는 구조자 숫자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채 허둥지둥했고, 청와대 국가안보실은 법령에 따른 공식 컨트롤타워가 아니라며 책임을 회피했다. 이후 국민안전처가 재난 안전 컨트롤타워로 신설됐다. 하지만 지방 조직과의 연계성이 떨어져 전국의 자원을 일사불란하게 동원하기엔 역부족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전문가들은 세월호 참사를 기점으로 ‘재난 대응은 국가 책임’이라는 인식이 어느 정도 확립됐다고 말한다. 문재인 정부는 2017년 ‘국가위기관리 기본지침’을 통해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을 중대 재난 최고책임자로 명문화했다. 국민안전처는 행정안전부 산하 재난안전관리본부로 흡수·통합하고 소방청과 해양경찰청을 독립기관화해 육상과 해상 재난에 대한 지휘권을 부여했다. 이번 ‘강원 산불’에서 신속한 대응이 가능했던 배경 중 하나로 소방청 독립을 꼽는 분석도 나왔다.

현장 재난관리자들의 전문성이 낮다는 점은 문제로 꼽힌다. 현재 재난 초기 대응 책임은 각 지방자치단체에 있고, 지자체 선에서 해결되지 않으면 중앙재난대책본부가 가동된다. 이동규 동아대 기업재난관리학과 교수는 “지자체의 재난 관련 부서 공무원들은 1~2년마다 순환보직이라 재난관리 전문성을 키우기에는 역부족”이라며 “재난 관련 매뉴얼만 8000개가 넘어 급박한 상황에 제대로 대응하기도 어렵다”고 말했다.

실제 재난이 발생했을 때 누가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도 여전히 모호하다. 현장책임자가 지자체장인지 지역소방서장인지도 분명하지 않다보니, 불필요한 보고 문제도 생긴다. 조성 충남재난안전연구센터장은 “세월호 재판 과정에서도 해경 본청과 지방청 공무원들 사이에서 책임 떠넘기기가 반복됐다”며 “이를 막기 위해서라도 재난 유형별로 책임자가 누구인지를 명확하게 규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② 규제완화

검찰은 세월호 침몰 원인으로 선박 노후화와 부실검사에 따른 설비 결함, 불법 증개축에 따른 복원력 상실을 꼽았다. 선박 분야의 광범위한 규제완화 때문에 부실과 불법이 가능했다. 이명박 정부는 2009년 선장이 과적·과승을 하면 선박 소유자에게도 벌금형을 부과하던 양벌 규정을 “사업주의 경영 의욕을 떨어뜨린다”는 이유로 폐지했다. 여객선 선령제한 역시 ‘고가 선박의 효율화’를 이유로 25년에서 30년으로 늘렸다.

해양안전 분야에서만큼은 규제가 대폭 강화된 것이 사실이다. 대표적인 것이 해사안전감독관 제도 도입이다. 과거 한국해운조합이 ‘셀프감독’하던 연안 여객선 선사와 선박을 해양수산부 소속 감독관들이 직접 관리·감독한다. 안전규정 위반 과징금이 최대 3000만원에서 1억원으로 올랐다. 여객선의 선령제한은 30년에서 25년으로 되돌렸다. 복원성 저하를 초래하는 일체의 개조도 금지됐다.

문제는 이행이다. 겉으로 규제가 강화되더라도 현장 관리자들의 안전 인식이 개선되지 않는다면 무용지물이다. 2017년 12월 29명의 사망자를 낸 제천 화재의 경우 복합건물의 무허가 증축과 용도 변경 등이 원인으로 지목됐다. 정부 차원에서 대대적인 현장점검이 이루어졌지만, 현장에 가지 않고 허위 보고서를 제출하는 공무원들도 있었다. 감사원은 지난달 27일 2017년 1월~2018년 7월 소방시설관리업체 14곳의 관리사가 전국 133개 건축물에 대해 허위 점검 보고서를 제출했다는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조 센터장은 “규제가 강화된 것 자체는 긍정적”이라면서도 “바뀐 규정을 이행하고 있는지에 대한 점검은 부족하다보니 느끼는 변화는 크지 않은 편”이라고 말했다.

<b>기다릴게…기억할게…</b> 16일은 세월호 참사 5주기가 되는 날입니다. “미안하다, 얘들아. 잊지 않을게….” 세월호 참사 이후 이렇게 되뇌며 많은 다짐을 했습니다. 그 다짐들이 퇴색되지는 않았는지요? 세월호의 교훈이 어느새 우리 곁에서 멀어져 가는 것은 아닌지요? 304명의 희생자 유가족들이 간절히 원하는 진상규명은 아직도 더디기만 합니다. 오늘도 진도 팽목항에는 ‘절대 잊지 않겠습니다’라고 쓰인 노란 리본이 바람에 날리고 있습니다. 팽목항(진도) | 서성일 기자 centing@kyunghyang.com

기다릴게…기억할게… 16일은 세월호 참사 5주기가 되는 날입니다. “미안하다, 얘들아. 잊지 않을게….” 세월호 참사 이후 이렇게 되뇌며 많은 다짐을 했습니다. 그 다짐들이 퇴색되지는 않았는지요? 세월호의 교훈이 어느새 우리 곁에서 멀어져 가는 것은 아닌지요? 304명의 희생자 유가족들이 간절히 원하는 진상규명은 아직도 더디기만 합니다. 오늘도 진도 팽목항에는 ‘절대 잊지 않겠습니다’라고 쓰인 노란 리본이 바람에 날리고 있습니다. 팽목항(진도) | 서성일 기자 centing@kyunghyang.com

③ 위험의 외주화

세월호를 둘러싼 안전 업무의 외주화는 다방면으로 이루어졌다. 안전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갑판과 기관부 직원의 70%는 저임금과 고용불안에 시달리는 비정규직이었다. 정부가 담당해야 할 세월호 안전점검과 운행 관리·감독 업무는 한국선급과 한국해운조합 운항관리실이 대행했다. 해경은 해양 사고에서의 인명 구조 업무도 민간업체에 위탁했다. 그 결과 구난 능력을 갖추기보다 값이 싼 구난업체가 시장 경쟁력을 확보했다.

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 안전사회소위는 “참사의 구조적 원인 중 하나는 안전의 외주화와 민영화”라며 10대 핵심과제에 관련 정책 점검과 대책 마련을 포함했다.

세월호 참사 이후에도 ‘위험의 외주화’에 따른 안전사고는 잊을 만하면 되풀이됐다. 2016년 구의역 스크린도어를 수리하던 김모군, 지난해 태안 화력발전소에서 컨베이어벨트를 점검하던 김용균씨는 모두 저임금과 고용불안에 시달리는 비정규직 노동자였다. 1기 특조위에서 안전사회소위 위원장을 맡았던 박종운 변호사는 “많게는 9단계까지 하도급을 맡기는 작업장도 있었다”며 “현장의 최일선에서 안전 업무를 담당하는 하청 노동자들이 안전장치를 지급받지 못해 일어나는 사고가 많은 편”이라고 말했다.

태안화력 비정규직 노동자 김용균씨 사망 이후인 지난해 12월27일 일부 위험작업의 하도급을 전면 금지하고, 산재 발생 시 원청 책임을 강화하는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이 28년 만에 통과되는 등 일부 진전도 있었다. 그러나 도급제한 범위를 수은·납·카드뮴 작업장 등으로 제한해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다는 비판도 나왔다. 구의역 김군과 태안화력 김씨가 맡았던 업무도 개정 산안법의 도급 금지 대상에는 포함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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