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천은사 통행료’ 30여년 만에 사라진다

2019.04.28 12:00 입력 2019.04.28 12:28 수정

천은사에서 문화재 관람료를 징수하는 매표소 전방에 설치한 안내판.   | 천은사 홈페이지

천은사에서 문화재 관람료를 징수하는 매표소 전방에 설치한 안내판. | 천은사 홈페이지

지리산 탐방객들의 반발을 샀던 ‘천은사 통행료’가 30년 만에 사라진다.

환경부와 천은사 등 8개 관계기관은 29일 오전 11시부터 전라남도 구례군 천은사에서 입장료를 폐지하는 업무협약을 체결한다고 28일 밝혔다.

천은사는 29일 협약식과 동시에 천은사 공원문화유산지구 입장료 1600원을 없애고, 구례읍과 성삼재를 잇는 도로 중간에 설치된 천은사 매표소도 철수하기로 했다.

천은사는 1987년부터 문화재 관람료를 국립공원 입장료와 함께 받아왔다. 매표소가 있는 지방도 861호선은 노고단을 가기 위해 반드시 지나는 도로여서 탐방객들은 통행세 명목으로 돈을 내야 했다.

하지만 2007년 국립공원 입장료가 폐지되면서 천은사를 들리지 않아도 돈을 내야 하는데 대한 반발이 커졌다. 한 해 1000건 이상의 민원과 항의가 청와대와 전남도 등에 쏟아졌고, 화가 난 탐방객들은 소송까지 제기했다. 대법원은 2002년 참여연대가 제기한 부당이득금 반환소송에서 당시 관람료 1000원을 돌려주라고 판결했다. 대법원은 2013년 탐방객 74명이 낸 통행방해 금지와 문화재 관람료 반환 및 위자료 청구소송에서도 당시 관람료 1600원에다 위자료 1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하지만 이 판결들은 효력이 당사자한테만 머물러 마찰이 끊이지 않았다.

천은사는 법적 다툼에서 지면서 자연공원법의 ‘공원문화유산지구’ 입장료로 명목을 바꿔 계속 징수했다. 사찰 땅에 있는 공원문화유산지구의 자연환경과 문화재의 관리에 필요한 비용을 관람객이 부담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 해 입장 수입은 5억여원에 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9월 김영록 전남도지사와 천은사 주지 종효스님이 만나 수입원인 통행료가 사라진 뒤 사찰이 수익을 얻을 수 있는 시설을 지원하겠다고 밝히면서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찾았다. 협약에 참여하는 환경부, 문화재청, 전라남도, 화엄사, 구례군, 국립공원공단, 한국농어촌공사 등 관계 기관은 주차장 옆 건물을 리모델링해 편의시설을 만들고, 주변 탐방로에 경관 데크와 조명 시설을 설치하는 등 탐방기반시설 확충을 지원하기로 했다.

문화재 관람료 논란은 10년 넘게 이어지고 있다. 문화재 관람료는 1962년 해인사에서 시작됐다. 국립공원에 들어갈 때 ‘당연히 내야하는 요금’이었지만, 2007년 1월 국립공원 입장료가 사라지고 문화재 관람료만 남으면서 논란이 시작됐다. 사찰을 구경할 생각은 없고, 등산만 하려는데도 관람료를 내야하는 경우가 생긴 것이다.

국립공원 내 문화재 관람료를 받는 사찰은 25곳이다. 이중 9곳은 사찰 입구에 매표소가 있어 별 논란은 없다. 나머지 16곳은 매표소가 사찰 입구에서 떨어진 곳에 있는데, 그 중 대표적으로 논란이 불거진 곳이 천은사였다.

설악산에선 신흥사를 거치지 않고, 주변 권금성·대청봉·비선대·흔들바위를 방문하는 사람도 관람료를 내게 돼 탐방객들의 불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속리산의 경우 관람료를 내는 법주사를 피해서 돈을 내지 않는 코스에 사람들이 상대적으로 몰려 탐방코스까지 바뀌었다는 얘기가 나왔다.

문화재 관람료 논란은 매표소를 옮기면 간단히 해결될 것 같지만, 문제는 간단치 않다. ‘문화재 관람료’는 명목일 뿐, 조계종에서는 ‘사유재산 권리 제한’에 대한 보상으로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립공원으로 묶이면서 마음대로 땅을 개발하거나 팔 수 없게 된 사찰 입장에서는 사찰 소유 토지에 대한 사용료 명목으로 보상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우원 환경부 자연공원과장은 “자연공원법 전면 개정을 준비하면서 조계종 등 종교계와 관련 논의를 준비중”이라면서 “탐방객들의 불편을 줄이고, 지역사회와 상생할 수 있는 방안을 찾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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