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환, 1995년에 '5·18 헬기사격 부인' 입맞췄다

2019.11.10 18:29 입력 2019.11.10 22:58 수정

검찰 수사 앞두고 자택에 측근들 소집 “기총소사 실험” 등 대책 논의

기무사 문건서 확인…24년 전 대응책, 현재도 헬기사격 부정 논리로

전두환, 1995년에 '5·18 헬기사격 부인' 입맞췄다

전두환 전 대통령(88·사진)이 5·18민주화운동에 대한 1995년 검찰 수사를 앞두고 측근들과 5·18 당시 ‘헬기사격’ 증언 관련 대책을 논의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전 전 대통령이 대책회의를 연 것은 헬기사격을 증언한 미국인 아널드 피터슨 목사가 같은 해 5월11일 검찰에 출석해 “5월21일 오후 헬기사격을 목격했다”며 관련 사진 등을 제출한 직후였다. 전 전 대통령은 “5·18 때 헬기사격은 없었다”는 방향으로 대응책을 세우라고 지시했다.

10일 경향신문이 옛 국군기무사령부가 1995년 5월 작성한 ‘5·18 피고소인 측 피터슨 목사 검찰 증언 관련 반향’ 문건을 확인한 결과 전 전 대통령은 5월13일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자택으로 측근들을 불러 5·18 당시 계엄군 헬기사격에 대한 대책을 논의했다.

문건은 “(전 전 대통령이) 안모 전 경호실장을 긴급호출해 연희동 대통령가(家)에서 대책을 논의했다”며 “검찰이 헬기사격을 인정하는 방향으로 수사를 진행하면 강력한 대응책을 강구해야 한다는 데 인식을 같이했다”고 적혀 있다. 이들은 대응책으로 5·18 피해자와 검찰 등을 모아 파괴력이 큰 헬기 기총소사를 실제 보여줌으로써 피해자들이 목격한 것이 헬기사격이 아니었다는 점을 증명하는 방안을 검토했다.

전 전 대통령은 5·18 때 광주에 있었던 피터슨 목사의 증언에 대해 “군 장비에 대해 잘 알지도 못하면서 횡설수설하고 있다”며 “당시 항공감을 찾아 대응책을 강구하라”는 지시도 했다. 항공감은 조종사들과 접촉했다. 문건에는 “항공감이 당시 조종사들을 만났더니 한결같이 ‘우리가 살인마란 말이냐’며 분개했다”는 내용이 있다. 하지만 2018년 국방부 특별조사위원회와 검찰은 5·18 당시 헬기사격이 있었던 것으로 결론냈다.

24년 전에 마련한 대응책은 현재도 헬기사격을 부정하는 논리로 쓰인다. 2017년 발간한 <전두환 회고록>에서 전 전 대통령은 헬기사격을 목격했다고 증언한 피터슨 목사와 고 조비오 신부를 “파렴치한 거짓말쟁이”라고 비난했다.

조 신부에 대한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재판받고 있는 전 전 대통령의 법률 대리인은 지난 5월 재판부에 “UH-1H와 500MD 헬기로 사격 실험을 해야 한다”고 요청했다. 조종사들도 검찰과 국방부 조사에서 헬기사격을 인정하지 않았다.

11일 오후 2시 광주지법에서 열리는 재판에 전 전 대통령 측은 5·18 당시 육군 1항공여단장이었던 송진원 전 준장과 헬기 조종사 5명을 증인으로 신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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