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뉴스·풍자 전시회…더 교묘해진 ‘2차 가해’

2020.09.20 22:12 입력 2020.09.20 22:55 수정

박원순 고발한 피해자·법률대리인 겨냥해 두 달째 ‘표적 공격’ 계속

‘폭로 배후설’ 담은 가짜뉴스에 작품전 개최 등 예고…미투 위축 우려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폭력을 고발한 피해자 A씨와 그의 법률대리인에 대한 2차 가해가 두 달째 계속되고 있다. 이들을 표적으로 한 ‘가짜뉴스’부터 전시회 홍보 포스터까지 동원되는 가해의 방식과 수위가 교묘하고 심각해지고 있다.

인터넷 언론 ‘고발뉴스’는 지난 18일 <[단독]김재련 ‘해바라기센터’ 비밀이 풀렸다>는 제목의 기사를 내놨다. 해바라기센터는 여성가족부 산하의 성폭력통합지원기관으로 A씨를 대리하는 김재련 변호사가 운영위원으로 있다. 고발뉴스는 해바라기센터가 박근혜 정부 시절 당시 새누리당(한나라당) 인사들에 의해 만들어진 기관이며, 김 변호사가 운영위원으로 일하면서 현 여권 인사들의 성폭력 사건만을 선별적으로 공론화한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20일 경향신문 확인 결과 고발뉴스의 보도는 사실과 달랐다. 해바라기센터는 노무현 정부가 2002년 출범 당시 내놓은 사회적 약자 보호 정책의 일환으로 시작됐다. 해바라기센터의 첫 개소는 2004년, 김 변호사가 운영위원으로 있는 서울해바라기센터가 문을 연 것이 2011년이다. 김 변호사는 개소 첫해부터 운영위원을 맡았다. 간단한 인터넷 검색만으로도 확인 가능한 내용이다.

해바라기센터 측은 김 변호사가 센터에 접수되는 성폭력 사건을 파악해 취사선택할 수 없는 구조라고 반박했다. 박혜영 서울해바라기센터 부소장은 “운영위원은 사건을 알 수 있는 자리가 아니다. (고발뉴스 보도는) 말도 안 되는 소리”라며 “사건을 선택적으로 공론화한 적이 전혀 없다”고 일축했다. 김 변호사 역시 “운영위원은 개별 사건과 연결되지 않고 센터 운영 전반에 대해 의견을 내는 자리”라며 “이상호 기자의 발언은 해바라기센터를 이용하고자 하는 수많은 피해자들에게도 잘못된 정보를 줄 수 있다”고 말했다.

2차 가해에는 전시회 홍보 포스터도 동원되고 있다. 캐리커처 작가인 ‘아트만두’와 만화가 박재동씨 등은 내달 초 예술의전당에서 전시회 ‘말하고 싶다’ 개최를 준비하고 있다. 아트만두가 그린 전시회 홍보 포스터에는 입 부분이 뚫린 마스크를 쓴 김 변호사가 과장된 표정을 지은 채 ‘2차 가해’라고 적힌 종이를 든 모습이 담겼다. 포스터에는 전두환씨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최대집 대한의사협회장,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일본 총리 등이 함께 실렸다. 이 포스터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지난 16일 자신의 트위터와 페이스북에 공유하며 널리 알려졌다. 예술의전당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오는 10월5일까지 모든 전시가 중단된 상태”라며 “해당 전시회 개최 여부도 아직 확인 중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 같은 2차 가해가 A씨와 같은 성폭력 피해자들은 물론 조력자들에게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김 변호사는 우려했다. 그는 “피해자와 그 조력자들의 안전이 지켜지지 않는 상황에서 차후 어떤 성폭력 피해자가 용기를 내서 진실을 말하고 이들을 돕는 단체나 변호인이 있을 수 있겠냐”며 “지금 상황은 마치 성폭력 피해자들에게 피해를 입어도 조용히 지내라는 협박과 같다”고 말했다. 그는 또 “유튜브에도 가짜뉴스가 굉장히 많이 돌아다닌다. 피해자도 이것을 보며 힘들어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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