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례 발의 뒤 의원들에 ‘문자폭탄’…전남도의회에 무슨 일이…

2024.04.18 06:00 입력 2024.04.18 10:08 수정

도내 학생들 성교육 진흥 조례안 발의에

일부 시민 단체들 시위 등 실력 행사 압박

지난 16일 전남 무안군 전남도의회 앞에서 한 단체 회원들이 ‘학교 성교육 진흥 조례’에 반대하는 시위를 하고 있다. 강현석 기자.

지난 16일 전남 무안군 전남도의회 앞에서 한 단체 회원들이 ‘학교 성교육 진흥 조례’에 반대하는 시위를 하고 있다. 강현석 기자.

“호기심 잔뜩 일으켜 음란물 접하게 하는 교육” “성교육 조례안 반대”.

박경미 전남도의회 의원은 요즘 이런 내용의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를 하루 60여 통씩 받고 있다. 지난달 ‘전라남도교육청 학교 성교육 진흥 조례안’을 대표 발의한 이후 벌어지고 있는 일이다. 그와 함께 조례를 공동 발의한 도의원들도 비슷한 ‘문자 세례’를 받고 있다.

체계적인 학교 성교육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은 전남도의회의 조례 제정에 반대하는 일부 단체는 “과도한 성교육이 아이들을 해치며 동성애를 초래한다”고 주장한다. 이들의 문자 폭탄이 이어지면서 조례안 심의도 지연되고 있다.

17일 전남도의회에 따르면 ‘전라남도교육청 학교 성교육 진흥 조례안’이 지난달 5일 발의돼 교육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박 의원을 포함해 전남도의원 46명이 공동 발의한 이 조례는 각급 학교에서 연령별 수준에 맞는 성교육이 이뤄질 수 있도록 지원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조례안을 보면 교육감은 학교 교육과정에서 성교육 시간을 연간 20차시 이상 확보하고 성교육 표준안을 마련해 제공하도록 하고 있다. 생애주기에 따른 맞춤형 성교육을 실시하기 위해 외부 전문가를 활용하고 학교성교육지원센터를 설치할 수 있도록 했다.

조례가 발의된 것은 학교 성교육이 시대변화를 따라가지 못하고 형식적이라는 문제의식에서 시작됐다. 실제 학교 현장에서는 성폭력 상담이 줄지 않고 있다. 전남지역 청소년 상담소에 접수된 성폭력 상담 현황을 보면 2021년 251건, 2022년 219건, 지난해 상반기까지는 145건이 접수됐다.

지난 16일 박경미 전남도의원의 휴대전화로 온 조례안 반대 문자메시지의 일부. 박 의원은 이런 문자메시지를 하루 60여통 받고 있다고 했다. 박경미 의원 제공.

지난 16일 박경미 전남도의원의 휴대전화로 온 조례안 반대 문자메시지의 일부. 박 의원은 이런 문자메시지를 하루 60여통 받고 있다고 했다. 박경미 의원 제공.

전남도교육청도 해당 조례안에 대해 “올바른 성교육을 통해 바람직한 가치관을 형성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할 수 있다”며 찬성했다. 도의회 정책담당관도 “광주광역시, 경기, 경남, 세종시에 유사 조례가 있고 학교 성교육 활성화를 위한 사항을 정하는 것으로 제정의 타당성이 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조례안이 발의된 이후 일부 단체는 ‘문자 폭탄’을 보내는 등의 방식으로 도의원들을 압박하고 있다. 국회에서 ‘차별금지법’ 제정 등에 찬성한 국회의원들만 따로 모아 사퇴를 요구하는 내용을 담은 유인물 등을 보내기도 했다.

지난 15일에는 도의회 앞에서 조례개정에 반대하는 시위도 했다. 한 시위참여자는 “학교에서 과도한 성교육은 필요하지 않다. 그런 교육은 가정에서 하면 된다”고 말했다. 반면 본인 인증을 한 뒤 조례안에 대한 찬반 의견을 낼 수 있는 도의회 공식 절차에는 단 2명 만이 의견을 냈다.

박 의원은 “일부 종교계 인사들까지 가세해 ‘조례가 동성애와 조기 성애화를 야기한다’는 터무니없는 주장까지 하고 있다”면서 “동료 의원들이 ‘문자 폭탄’에 부담을 느끼고 있으며 조례 심의도 지연되고 있다. 바람직한 상황이 아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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