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른하늘에 ‘날벼락’…시민들 불안감 호소

2024.06.02 21:13 입력 2024.06.02 21:14 수정

주거지에 낙하·차량 파손도

“폭탄이라도 있으면…” 공포

지난 1일과 2일 사이에 떨어진 대남 오물풍선에 자동차 앞유리가 파손돼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 갈무리

지난 1일과 2일 사이에 떨어진 대남 오물풍선에 자동차 앞유리가 파손돼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 갈무리

서울 영등포구에서 2일 만난 김유진씨(38)는 전날 오후 9시쯤 ‘북한이 대남 오물 풍선을 다시 부양하고 있다’는 재난문자를 받았을 때만 해도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고 했다. 하지만 집 가까운 문래동 인근에 풍선이 떨어졌다는 소식을 듣고 놀랄 수밖에 없었다. “풍선이 다른 목적으로 쓰이면 어떡해요. 이러다 무슨 일이라도 날까봐 걱정돼요.”

풍선이 점점 주거지 인근으로 가깝게 떨어지자 시민들의 공포와 불안은 점점 커지고 있다. 아파트 단지나 번화가에서 오물 풍선을 봤다는 목격담과 피해 신고가 이어졌다. 서울시는 이날 오후 3시 기준 양천구에서 오물 풍선으로 인한 차량 유리창 파손 신고가 1건 있었다고 밝혔다. 경기 안산시의 한 아파트 단지에서도 북한에서 날아온 것으로 추정되는 오물 풍선이 주차된 승용차 앞유리를 박살냈다. 한 육아커뮤니티에선 “밖에 경찰차, 소방차가 몰려와 나가 보니까 오물 풍선이 아파트 주차장에 떨어졌다”며 “하필 우리 차 옆에 떨어져 심란하다”는 내용의 글이 공유됐다.

대학생 이모씨(23)는 “풍선이 사람한테 떨어졌거나 안에 폭탄이라도 들었으면 정말 큰일 날 수도 있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서울시 등 각 지방자치단체는 시민 보호를 위해 24시간 상황실을 운영하거나 관련 기관과 협조 체계를 유지하며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낙하물을 수거하는 것 외에 선제적으로 오물 풍선을 막을 방법은 없다. 오물 풍선으로 피해를 보더라도 지자체가 피해를 보상할 관련 법령이 없는 탓에 대응책도 마땅치 않다.

시민사회단체들은 대북전단과 대남 오물 풍선 등 남북한이 서로를 자극하는 적대행위를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북한이 정부가 민간단체들의 대북전단 살포를 “표현의 자유라 금지할 수 없다”며 제지하지 않은 것을 빌미로 대남 풍선을 살포하고 있기 때문에 대북전단 살포를 중단할 적극적인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최은아 6·15공동선언실천 남측위원회 사무처장은 “접경지역 주민들은 지난해부터 대북전단 살포가 계속되면 북한의 실제 위협이 시작될 수 있다고 우려하며 정부의 적극적인 조치를 요구했다”면서 “정부는 그간 이러한 우려를 묵살해왔는데 오물 풍선은 실제 위협이 가시화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이태호 참여연대 평화군축센터 소장은 “정부는 접경 지역에서 군사적 충돌을 야기하는 행위를 어떻게 자제시키고 방지할지를 얘기해야 한다”며 “교전을 막기 위한 것보다 ‘교전이 일어날 때 보복을 어떻게 하겠다’는 식으로 대응하는 패턴은 곤란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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