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철 지나는 듯 진동 느껴”…처음 강진 겪은 주민들 ‘혼비백산’

2024.06.12 20:50 입력 2024.06.12 22:05 수정
김창효·도재기 선임기자

“쿵 굉음 울리며 건물 흔들”

“전쟁이라도 난 줄 알았다”

집·학교·직장서 긴급 대피

국가유산 피해도 6건 접수

<b>운동장으로 대피한 학생들</b> 전북 전주의 한 중학교 학생과 교직원들이 12일 오전 부안군에서 규모 4.8의 지진이 발생, 건물이 흔들리자 급히 교실을 빠져나와 운동장에 모여 있다. 전주시는 진앙으로부터 약 40㎞ 떨어져 있다. 전북교육청 제공

운동장으로 대피한 학생들 전북 전주의 한 중학교 학생과 교직원들이 12일 오전 부안군에서 규모 4.8의 지진이 발생, 건물이 흔들리자 급히 교실을 빠져나와 운동장에 모여 있다. 전주시는 진앙으로부터 약 40㎞ 떨어져 있다. 전북교육청 제공

“태어나서 한 번도 이런 적이 없었는데, 정말 전쟁이라도 난 줄 알았어요.”

박용방 부안군농협 팀장(57)은 “갑자기 폭격 맞은 것처럼 쿵 하는 굉음과 함께 건물 전체가 흔들려 두려웠다”며 지진이 일어난 당시를 설명했다. 상서면에서 식당을 운영하고 있는 박성섭씨(51)는 “식당에 진열된 도자기들이 순식간에 우르르 바닥으로 떨어지더니 박살이 났다”며 “앞으로 장사를 어떻게 해야 할지 걱정”이라고 했다.

12일 아침 전북 부안에 닥친 지진으로 지역 주민들은 그야말로 혼비백산했다. 내륙 지진이 자주 일어나는 동해안과 달리 비교적 지진으로부터 안전하다고 생각해왔기에 주민들의 충격은 더했다.

이날 부안을 덮친 지진은 4.8 규모로, 국내에서 계기 관측이 시작된 이래 호남 지역에서 일어난 지진 중 가장 강력했다. 지진은 부안군 남남서쪽 4㎞ 지역에서 발생했는데, 부안은 물론 전북 전 지역에서 주민들이 진동을 느끼고 건물이 흔들려 그릇과 창문 등이 깨졌다.

이날 오후까지 전북소방본부에 인명 피해 보고는 없었다. 하지만 부안군 부안읍의 한 경로당 화장실 타일이 깨지고, 전북 유형문화유산인 상서면 개암사의 석가여래삼존불좌상 머리 장식 일부가 떨어지는 등 크고 작은 피해 신고가 하루 종일 접수됐다. 보안면의 한 창고는 벽이 갈라져 한동안 사람들의 접근이 차단되기도 했다.

진앙으로부터 40㎞가량 떨어진 전북 전주시에 사는 성석수씨(53)는 “출근하려고 준비하는데 바닥에서 전철이 지나가는 것 같은 강한 진동을 몇초간 느꼈다”면서 “무슨 일이 일어난 줄 알고 공포스러웠다”고 말했다. 지진에 놀란 부안군 공무원 400여명은 이날 청사 밖으로 몸을 피했다.

박경인 부안군 주무관(35)은 “회의 준비를 하고 있는데 바닥이 꺼지는 것처럼 흔들렸다”면서 “곧바로 사이렌이 울리고 안내 방송이 나와 전 직원이 밖으로 대피했다가 여진이 없어 사무실로 복귀했다”고 설명했다.

이날 부안고와 부안여고, 백산여고, 김제지평선고 등에서 교실에 있던 학생들이 급하게 운동장으로 대피하기도 했다.

부안 동진초와 병설유치원은 출입구와 급식실 천장이 떨어지는 등 시설 일부가 파손됐다.

다행히 진앙과 가까운 전남 영광의 한빛원전은 정상 가동 중이다. 내륙 지진이어서 해저 쓰나미 가능성은 작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주민들은 다소 안도했다.

최병관 전북도 행정부지사는 “기상청과 긴밀하게 협조해 여진 발생 여부를 모니터링하고 있다”며 “지진은 다른 재난과 달리 예측하기 어려운 만큼 도민들은 지진 행동 요령을 숙지해달라”고 당부했다.

한편 이날 지진으로 부안 내소사 대웅보전(보물)과 개암사 대웅전(보물)의 구조물 일부가 유실되는 등 총 6건의 국가유산 피해가 확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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