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 화재’ 분향소 찾은 동료 “배터리 떨어뜨리지 마라 말만”···시민 추모 이어져

2024.06.30 14:13 입력 2024.06.30 15:10 수정

동료 직원들 “폭발할 수 있으니 배터리를 땅에 떨어뜨리지 말라는 정도 설명만 들었다”

29일 경기 화성시청에 마련된 아리셀 공장 화재 사고 추모 분향소에서 아리셀 작업자들이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있다. 연합뉴스

29일 경기 화성시청에 마련된 아리셀 공장 화재 사고 추모 분향소에서 아리셀 작업자들이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있다. 연합뉴스

23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화성 리튬전지 공장 아리셀 화재 이후 첫 주말 경기 화성시청 분향소에는 시민 조문 행렬이 이어졌다.

화성시청 1층에 ‘화성 아리셀 공장 화재사고 추모분향소’에는 위패 없이 국화로만 분향소가 차려졌다. 지난 29일 아침부터 오후 6시까지 방문객은 151명이었다.

공장이 위치한 지역에 오래 거주했다는 채혜영씨(61)는 이날 오전 남편·딸과 함께 분향소를 찾았다. 그는 “뉴스 자막에 ‘서신면 전곡리’가 뜨는 것을 보고 마음이 무너졌다”며 “공장이 많으니 그런 일이 생길 수 있겠다고 생각도 했지만, 이렇게 많은 사람이 죽을 거라곤 생각 못 했다”고 말했다.

먼 걸음을 한 이들도 있었다. 신동립씨(65)는 경기 일산에서 2시간가량 대중교통을 타고 시청을 찾았다. 신씨는 사망자 중 18명이 이주노동자였다는 데 안타까움을 표했다. 그는 “우리나라도 한국전쟁 이후 독일에 간호사·광부로 일하러 간 사람이 많지 않냐”며 “이분들도 꿈을 안고 한국에 왔을 텐데 이런 참사를 당한 게 마음 아프다”고 말했다. 충남 공주에서 분향소를 방문한 A씨(48)는 “어린 분들이 돌아가신 게 안타깝다”며 눈물을 보였다.

고인들과 아리셀에서 함께 일한 직원 10여명도 이날 분향소를 찾았다. 30대 직원 백모씨는 “화재 당시 불이 난 3동이 아닌 다른 동에서 일하고 있었는데, 알고 지내던 언니가 죽었다는 소식에 울면서 왔다”고 말했다. 그는 “안전교육을 받은 적이 없고, 비상구가 어디 있는지도 몰랐다”며 “폭발할 수 있으니 배터리를 땅에 떨어뜨리지 말라는 정도의 설명만 들었다”고 전했다.

쏭깐 루앙무닌턴 주한 라오스 대사도 조문 행렬에 동참했다. 희생된 외국인 사망자 중 1명은 라오스 국적이었다. 쏭깐 대사는 “라오스 본국에 있는 유족들의 한국 입국 과정에서 필요한 사항은 대사관에서도 지원할 테니 한국 정부가 기업들의 (안전 문제를) 잘 관리해주셨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희생자 23명 중 17명의 유족들은 지난 28일 유가족협의회를 구성했다. 이후 2명의 유족이 참여 의사를 밝혀 협의회는 총 19명의 희생자 유족이 참여하게 됐다. 협의회에 참여하는 유족들은 사측의 제대로 된 사과와 사건의 진상규명을 요구하며 아직 빈소를 차리지 못하고 있다.

지난 29일 유가족 쉼터가 마련된 화성시청 모두누림센터에는 비보를 듣고 중국 등 해외에서 급히 입국한 이들도 보였다. 시는 유족들에게 시청 인근에 임시 숙소를 제공하고 있다.

경찰은 화재 사건의 진상과 아리셀의 불법 파견 의혹 등을 수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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