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려 2만명···‘쿠팡 캠프’ 위탁업체 노동자들, 산재·고용보험 못 받았다

2024.07.03 14:22 입력 2024.07.03 15:36 수정

근로복지공단, 쿠팡 캠프 업체들 전수조사

산재·고용보험 미가입 노동자 무려 ‘2만명’

노동계 “원청 쿠팡CLS도 몰랐을 리 없다”

지난달 13일 서울 시내 한 쿠팡 물류센터의 모습. 권도현 기자

지난달 13일 서울 시내 한 쿠팡 물류센터의 모습. 권도현 기자

전국 쿠팡 캠프(소분·배송 물류창고) 위탁업체에서 약 2만명의 노동자가 산재보험과 고용보험 가입을 하지 못한 채 일해 온 것으로 조사됐다. 당국은 이들을 전부 산재·고용보험에 가입시키고 47억원의 보험료를 업체들에 부과했다.

근로복지공단은 ‘쿠팡 캠프 위탁업체 산재·고용보험 미가입 여부 전수조사’ 결과를 3일 발표했다. 공단은 쿠팡로지스틱스서비스(CLS)로부터 캠프 운영을 위탁받은 업체 11곳과 택배배송을 위탁받은 영업점 528개소의 지난 3년간 산재·고용보험 신고 내역을 전수조사했다. 조사는 지난해 12월20일부터 지난 5월30일까지 이뤄졌다.

조사 결과 캠프 위탁업체 90개소에서 4만948건의 산재·고용보험 미가입이 적발됐다. 산재보험 미가입이 2만868명, 고용보험 미가입이 2만80명이었다. 대부분 대상이 중복되기 때문에 실제로 사회보험 가입이 누락된 근무자는 2만명가량이다. 누락 보험료는 47억3700만원으로 산재보험이 20억2200만원, 고용보험이 27억1500만원이었다.

경향신문은 지난해 9월3일 제주 지역 한 쿠팡 캠프 운영·배송 위탁업체 A사가 노동자 1652명의 산재보험과 1594명의 고용보험을 미신고한 사실을 보도했다. 지난 3월에는 인천과 경기 김포에서 캠프를 위탁 운영하는 B사가 3698명의 산재·고용보험을 미신고한 사실도 드러났다.

지난달 13일 서울 시내 한 쿠팡 물류센터의 모습. 권도현 기자

지난달 13일 서울 시내 한 쿠팡 물류센터의 모습. 권도현 기자

쿠팡 캠프 위탁업체들은 주로 일용직 노동자들과 계약을 맺으며 4대보험 대신 사업소득세 3.3%를 떼었다. 일용직 노동자들을 근로기준법상 ‘근로자’가 아닌 ‘개인사업자’로 둔갑시켜 직접고용에 따르는 여러 의무·비용을 회피하는 수법이다. 노동계에서는 이 같은 계약을 사업소득세율 3.3%에 빗대 ‘가짜 3.3’ 계약이라고 부른다.

각종 꼼수도 심각했다. A사는 노동자들에게 “본 각서인은 근로자 지위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산재·고용보험 가입이 성립하지 않음을 인지하고 서약한다” “어떤 이의도 제기하지 않는다” 등이 적힌 각서를 받아 왔다. B사는 형식상으로는 노동자들과 ‘근로계약서’를 써 놓고 실제로는 사업소득세 3.3%를 떼었다. 경향신문 보도 후 논란이 계속되자 공단은 위탁업체들을 대상으로 전수조사에 착수했다.

공단은 누락된 보험료 47억3700만원을 업체들에 부과하고, 사업주들을 대상으로 산재·고용보험 제도에 대한 지도를 실시했다. 공단은 총 2억96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 의뢰하기로 했다. 박종길 공단 이사장은 “유사 업종에 비슷한 사례는 없는지 살펴보고, 산재·고용보험 미가입 사례 재발 방지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했다.

지난달 13일 서울 시내 한 주차장에 쿠팡 배송 차량이 주차되어 있다. 권도현 기자

지난달 13일 서울 시내 한 주차장에 쿠팡 배송 차량이 주차되어 있다. 권도현 기자

노동계는 전수조사로 ‘꼼수 고용’ 실태를 드러낸 의미가 있었다면서도, 원청인 쿠팡CLS의 책임 규명과 불법파견 소지 감독 등이 빠진 점은 한계라고 지적했다. 정의당 관계자는 “이번 조사는 ‘가짜 3.3’ 관련 고용노동부와 근로복지공단 최초의 대규모 조사로, 의지만 있다면 노동시장에서 횡행하는 가짜 3.3을 충분히 적발할 수 있다는 점을 확인했다”며 “다만 불법파견 소지, 노동자성 인정 등에 대한 감독도 병행돼야 한다”고 했다.

쿠팡CLS는 “CLS뿐만 아니라 타 물류회사와의 계약기간 중에 있었던 보험 미가입도 모두 포함된 결과로 알고 있다”며 “공단 조사 이전부터 위탁업체를 지속적으로 독려한 결과 현재 위탁업체들이 산재·고용보험 가입에 관한 의무를 준수하고 있는 것을 확인했으며, 보험 가입이 미비한 일부 위탁업체에 대해서는 계약해지를 위한 사전 절차를 진행 중”이라고 했다.

김혜진 ‘쿠팡노동자의 건강한 노동과 인권을 위한 대책위원회’ 집행위원장은 “원청인 쿠팡CLS도 책임이 있다. 관리감독과 여러 권한을 다 행사하면서 위탁업체 노동자들의 고용형태가 어떤지 몰랐다는 건 말이 되지 않는다”며 “이 같은 고용이 곳곳에 만연한 만큼, 노동부는 타 기관과 협조해 쿠팡 캠프 외의 사례도 전반적으로 조사해야 한다”고 했다.


▼ 더 알아보려면

경향신문은 지난 9월부터 쿠팡 캠프 위탁업체 노동자들의 산재·고용보험 미가입 실태를 연속 보도해 왔습니다. 쿠팡은 어느덧 한국인의 삶 깊숙이 파고들었지만, 일선 배송 현장에서는 노동자들이 기본적인 노동권조차 보장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논란이 커지자 지난해 국정감사 등에서도 문제제기가 이어졌고 당국은 전수조사에 나섰습니다. 경향신문의 관련 기사들을 공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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