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이 첫 번째 할 일

2012.09.16 21:24 입력 2012.09.16 22:26 수정
손호철 | 서강대 교수·정치학

문재인 의원이 민주통합당의 대통령 후보로 확정됐다. 이는 여러 면을 고려할 때 당연한 일이다. 사실 개인적으로 문 후보가 본격적으로 부상하기 전인 1년여 전에 쓴 한 글에서 문 의원이 민주통합당의 대통령 후보가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예측한 바 있다. 그리고 그 이유는 문 의원이 가진 여러 자질에 연유하기도 하지만, 보다 근본적으로는 한국의 지역주의가 ‘우리가 남이가’라는 식의 정서적 지역주의로부터 상대방을 이기기에 어느 후보가 유리한가라는 전략적 지역주의로 변화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전략적 지역주의 때문에 호남 등 민주통합당의 지지세력이 역설적이게도 호남 출신 정치인들을 지지하지 않고 지역적 확장성이 있는 타 지역 출신 후보를 선호하는 것이다. 그러나 지역적 확장성이 있는 것으로 믿어지는 손학규 후보는 ‘짝퉁 한나라당’이라는 원죄가 있다. 따라서 지역적 확장성도 있고 정통성에도 하자가 없는 문 의원이 간판이 될 것이라는 예측이었는데 이는 기본적으로 맞아떨어졌다.

[손호철의 정치시평]문재인이 첫 번째 할 일

그러나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통령 후보가 앞으로 갈 길은 멀고도 멀다. 사실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누리고 있는 높은 인기를 고려할 때 문 후보는 아직 대선의 결선에 오른 것이 아니다. 이제 막 예선 하나를 끝낸 것에 불과하다.

문 후보가 안고 있는 문제는 6개월 전 이 지면에 쓴 ‘문재인의 운명?’에서 지적했듯이 크게 보아 세 가지다. 그것은 정책적 콘텐츠를 갖추는 것, 노무현을 넘어서는 것, 너무 깨끗하다는 이미지를 넘어 권력의지를 갖추는 것이다. 그러나 6개월이 지난 현재, 이 세 가지 다 아직 제대로 검증되지 않은 상태이다. 따라서 문 후보는 국민들이 갖는 이 세 가지 의구심을 풀어주고 무언가를 보여줘야 한다.

문 후보가 우선 잊지 말아야 할 것은 문 후보의 ‘정치적 스승’이라고 할 수 있는 노무현 전 대통령이 후보가 되자마자 저지른 패착들이다. 노 전 대통령은 2002년 민주당 경선에서 바람을 일으키고 대통령 후보가 됐지만 일련의 정치적 패착으로 지지율이 급락해 위기에 빠졌다가 정몽준 의원과의 후보 단일화를 통해 기사회생한 바 있다. 구체적으로, 노 전 대통령은 후보가 되자마자 자신의 정치적 스승인 김영삼 전 대통령을 찾아가 인사를 했다. 정치노선은 달라졌지만 옛 스승을 찾아가 인사하는 것이 무슨 큰 흠이겠는가? 그런데 문제는 노 전 대통령이 오버를 한 것이다. 즉 김 전 대통령에게 잘 보이기 위해 부산시장 후보를 추천해달라고 부탁한 것이다. 민주적 경선에 의해 당선된 후보가 주요 선출직 자치단체장 후보를 3김의 한 사람에게 낙점해달라고 부탁했으니 말이 안되는 행보였다. 이를 계기로 노 전 대통령은 지지율이 계속 떨어져 후보 교체 압박에 시달렸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즉 후보가 되더라도 유연하되 원칙을 지켜야 한다.

문 후보가 대통령이 되기 위해 제일 먼저 해야 할 일은 대선공약을 가다듬는 것도, 안철수 원장과 후보 단일화를 이루는 것도 아니다. 그 무엇보다 민주통합당의 혁신이다. 지난 총선에서부터 최근에 이르기까지 민주통합당을 보고 있노라면, 이건 정권을 잡기 위한 정당이 아니라 정권을 상납하기 위한 자해특공대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사방에서 들려오는 것은 낡은 정치의 잡음뿐이지 희망의 메시지가 아니다. 평소 유시민 전 장관이 이념적으로 훨씬 가까운 민주통합당을 놔두고 거리가 멀어도 한참 먼 진보정당 동네에 가서 기웃거리는 것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러나 최근의 민주통합당을 보고 있노라면 충분히 이해가 가기도 한다.

이제 문 후보는 낡은 정치의 상징이자 국민에게 감동을 주기 어려운 ‘이해찬-박지원’ 담합체제를 비롯해 낡은 민주통합당을 앞장서서 혁신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민주통합당 하나 개혁하지 못하는데 한 나라를 개혁하겠다고 아무리 외쳐봐야 어느 국민이 믿어주겠는가? 민주통합당의 혁신, 그것이 문 후보가 당면한 가장 시급한 과제이자 대선에서 경쟁력을 갖는 최고의 비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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