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을 쏘아올린 사드철폐운동

2018.09.28 20:30 입력 2018.09.28 20:32 수정

성주와 김천 주민은 자신들이 부패한 박근혜 정부를 무너뜨리고 문재인 정부를 세웠으며, 한반도 평화무드도 이곳에서 시작되었다고 생각한다. 2016년 10월 말에 시작된 광화문 촛불혁명은 6개월 전 성주에서 일어난 사드반대촛불과 정권비판이 들불처럼 확산된 것이다. 전 정권이 단말마를 내뱉던 작년 4월26일 사드 기습배치 후, 민중들의 끈질긴 저항으로 임시배치라는 외교적 틈이 만들어졌고, 현재의 평화정세는 그 틈에서 자라났다. 이어 남북대화·휴전협정 폐기·평화협정 체결을 줄기차게 요구했는데 새 정부는 그것을 충실하게 구현하고 있다고 한다. 이의 진위를 따지는 것은 쓸데없는 일이지만, 이들 또한 정권교체를 실현하고 평화를 열망한 백성들의 일부이니 일리는 있다.

[사유와 성찰]희망을 쏘아올린 사드철폐운동

분명한 것은 이제 사드를 철수해야 할 때가 왔다는 점이다. 열흘 전 남북은 평양 정상회담에서 북한의 동창리 엔진시험장과 미사일 발사대를 영구 폐기하고, 미국의 상응한 조치에 따라 영변 핵시설 폐기와 같은 추가조치를 취하기로 공동성명서를 발표했기 때문이다. 성능도 불확실한 사드이지만 한 포대가 작년에 북한의 핵미사일 대응을 위한 조치로써 절차를 무시하고 폭력적으로 배치되었다. 그런데 그 원인이 해소되고 있다. 미국이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추진해온 소련·중국을 막는 미사일방어정책(MD)의 일환으로 사드를 배치했다면 한국 백성을 기만한 것이다. 미국은 자신의 결백을 위해서라도 사드철수를 단행해야 한다.

이제 막을 내려야 할 사드를 둘러싼 모든 비극은 희극으로 승화될 것 같다. 주말이면 소성리를 찾아 그들과 함께하면서 나는 민중에 의한 민중의 희망을 목격했다. 무엇보다도 고통의 땅에서 기독교·천주교·원불교가 일치되어 절망의 끝을 막아서고 있다는 사실이다. 철학자 칸트가 이성의 너머에 있는 종교·예술은 실천으로밖에 그 자신을 드러낼 수 없다고 한 것처럼 한국의 종교가 민주화 이후 모처럼 단결하여 자신의 모습을 제대로 보여주고 있다. 2차로 사드발사대가 들어가던 작년 9월7일, 하나가 된 성직자들은 폭압적인 공권력에 의해 무자비하게 끌려나오는 순간까지 울부짖는 백성들 곁에 있었다. 그것은 희망의 등대였다.

또한 사드철폐운동에서 많은 예술작품이 탄생했다. 전주국제영화제에서 다큐멘터리상을 수상한 <파란나비효과>(박문칠 감독), 부산국제영화제의 비프메세나상 외에도 각종 상을 받은 <소성리>(박배일 감독)는 예술적으로 완성도가 넘치는 영화들이다. 이뿐만 아니라 ‘미디어로 행동하라’의 김상패 독립영화감독은 아예 소성리에 붙박이로 주민과 함께 동고동락하며 촬영하고 있다. 그는 사드를 둘러싼 온갖 기만과 불법과 폭력은 물론 힘없는 백성들이 평화를 되찾기 위해 맨몸으로 처절하게 싸우는 생생한 사실을 필름으로 기록하고 있다. 시집도 나왔다. 사드반대운동의 현장에서 읊은 시들이 포함된 <편향의 곧은 나무>(김수상 시인), 성주 촛불문화제에서 낭송된 시를 묶은 <성주가 평화다>(성주 군민)는 사드가 민중의 풍부한 감성을 폭발시키는 기제가 되었음을 잘 보여준다. 그 외에도 사드반대운동을 하며 매일 평화를 주제로 쓴 글을 SNS에 날린 것을 모은 수상집 <평화일기>(정상덕 교무), 성주의 평화로운 풍경과 사드에 저항하는 민중의 모습이 극적으로 대비되는 사진집 <성주>(정정숙 작가), 삶을 온통 사드철폐운동에 던지던 와중에 저절로 흥이 올라 직접 작사·작곡한 것을 모은 앨범 <오늘은 행복해요>(최용정 교무), 김천역 앞에서 줄기차게 사드철폐운동의 역사를 써온 김천시민의 뚝심을 보여주는 <힘내라 촛불아>(김천 사드대책위) 등 숱한 예술품과 기록들이 성주의 별처럼 쏟아지고 있다.

예술적 산물만이 아니라 성주·김천 백성들의 춤과 해학과 웃음은 도저히 값을 매길 수 없는 보물이다. 소성리의 수요집회나 토요문화제, 김천역 광장이나 성주군청 광장의 집회에서 “투쟁은 흥겹고 신나게”라며, 노랫가락이나 춤으로 대중을 휘감는 그 희망의 몸짓은 사드가 성주·김천의 머리맡에 놓여 있다지만 한반도의 데탕트 과정에서 녹슨 고물로 전락하고 있음을 당당하게 주장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집회 때마다 오만한 권력의 거짓과 교활함을 폭로하고, 폭력의 공포로부터 자유를 확보하며, 전쟁과 전쟁무기를 막는 인류의 비폭력 항거가 마침내 승리하리라는 신념을 확신하는 백성의 웃음은 백미라고 할 수 있다. 헤겔은 이성의 절대정신이 개인을 도구로 하여 세계사를 쓴다고 했지만, 소성리에서는 평화에 대한 갈망이 백성을 움직여 생명력 가득 찬 기쁨과 환희의 소우주를 창조해내고 있는 것이다. 그러니 어디에 평화의 적 사드가 들어설 자리가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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