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로 내일 만들기

과거에 답이 있다

2019.11.28 20:58 입력 2019.11.28 21:01 수정

연일 흥행기록을 경신하고 있는 디즈니 애니메이션 <겨울왕국2>의 주인공인 엘사와 안나 자매는 안개가 자욱한 숲의 비밀을 해결하기 위해 과거의 이야기를 되새긴다. 지나온 과거의 시간에서 해결의 실마리를 찾는다.

실제 역사는 승자의 기록이라고 하지만, 그 기록의 순환은 여전히 지금의 시간에도 유효하다. 그래서 우리는 박물관을 찾고, 유물에 주목하며, 고전에 심취한다. 실제 <겨울왕국>도 안데르센 동화 <눈의 여왕>이 원작이며, 북유럽 신화에서 이야기를 가져왔다.

[문화로 내일 만들기]과거에 답이 있다

만화가 이현세의 출세작 <공포의 외인구단>은 미국 소설가 F 스콧 피츠제럴드의 1925년 고전 <위대한 개츠비>의 신화와 연결되어 있다. 그리고 그 이야기는 여전히 지금의 드라마에도 처연하게 살아있다. 얼마 전 종영 후 여전히 회자되고 있는 드라마 <멜로가 체질>의 스타 PD 손범수(안재홍)와 <동백꽃 필 무렵>의 히어로 황용식 순경(강하늘)에게서도 그 흔적이 보인다. 숨겨진 멜로의 그림자에는 순수하면서도 무턱대고 직진하는 돌직구가 항상 있다. 그래서 멜로에는 희미해진 문신처럼 신파가 보인다.

드라마 <응답하라> 시리즈가 연속 인기리에 방영되고 있을 때, 실제 그 시대를 살았던 중장년층보다 그 시대를 경험하지 않았던 젊고 어린 시청자들의 환호가 더 많았다. 그들도 그 시간의 신화에 호응할 수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인공지능이 모든 걸 다해줄 듯 공상과학의 실현을 보여주어도 여전히 ‘백화점’과 ‘비행장’의 존재로 싸우는 ‘순천’과 ‘여수’의 존재감은 컸고, 손 큰 하숙집 아주머니의 반찬전설과 골목길 이웃 어른들의 녹지 않는 눈사람은 <응답하라>의 신화를 더 공고하게 했다.

할리우드가 이러한 이야기를 시나리오의 형식으로 전략화시킨 속편시리즈가 바로 ‘프리퀄(prequel, 선행하는 이야기를 다룬 속편)’이다. 마블 히어로 <엑스맨>은 관객이 궁금해하지 않는데도 자꾸 과거의 이야기로 시리즈를 기획한다. 그런데 다가올 미래 이야기의 연속보다 이미 지나온 과거에서 오늘을 다시 해석하는 재미가 여전해 관객 역시 그렇게 그들의 세계관에 중독된다. 애니메이션 <몬스터 주식회사>의 캐릭터들이 청춘시절 어떤 이야기를 갖게 되었나는 <몬스터 대학>에서 확인할 수 있었고, HBO 드라마 <왕좌의 게임>도 <하우스 오브 더 드래곤>으로 300년 과거를 다시 이야기한다.

최근 복고주의 트렌드를 뜻하는 ‘레트로(retro)’ 감성이 유행상품이다. 영화 <건축학개론>에서 존재감을 회생시킨 가수 김동률(전람회)의 ‘기억의 습작’은 이제 세종문화회관의 대형 고급 콘서트 ‘오래된 노래’로 중장년층의 시간을 소환한다. 광화문의 늦가을, 지난 시간을 찾아보자는 콘서트는 8회 공연인데 인터넷 티켓 판매가 5분 만에 매진된다. 부모에게 효도하려는 대학생 자녀들은 예매에 실패한 뒤 자신들의 아르바이트 월급으로 웃돈이 붙은 티켓을 인터넷에서 찾아 선물한다. 실제 가수 나훈아 콘서트 ‘청춘어게인’의 홍보 플래카드에는 콘서트 시간과 장소의 공지가 없고, 인터넷 티켓 판매 시작 시간만 알려준다. 상품이 이제 겁박의 수준이다.

한국의 남학생들 평균 수능점수를 여학생보다 낮게 만든 원인 중 하나로 분석되는 게임 ‘리그 오브 레전드’ 제작사인 미국의 라이엇 게임즈는 최근 게임프롤로그 애니메이션 <애니: 불꽃의 시작>을 유튜브와 리그 오브 레전드 유니버스에 공개했다. 러닝타임 6분50초 애니메이션을 제작하는 데 3년 이상을 투자했다. 최첨단 3D 애니메이션을 완성하고도, 그 영상 위에 다시 2D 수작업 애니메이션을 덧칠하는 형이상학적인 공정을 시도했는데, 그 결과가 아찔하다. 이야기의 판타지가 한층 더 치열하고 비수처럼 꽂혀 비극적 감성을 한껏 고양시킨다. 여전히 다시 과거로의 확인은 스토리와 기술 모두에서 유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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