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별금지법 제정해 진정한 공동체로

‘적자생존 사회에서 힘있는 사람들은 스스로 살아남을 수 있지만 힘없는 사람들은 그럴 수 없다. 인간은 공존해야 살 수 있다. 이 때문에 힘없는 사람들을 지킬 수 있는 공동체의 규칙이 필요하다.’ 학창 시절 법에 대해 배울 때 유일하게 내 가슴에 새겨진 법의 존재 이유다. 그래서 내게 ‘약자의 정의’는 법의 최고 가치이자 단 하나의 판단기준이다.

지난 6월29일 정의당 장혜영 의원이 차별금지법안을 대표 발의했다. 그 다음날에는 국가인권위원회가 ‘평등 및 차별금지에 관한 법률’을 제정할 것을 국회에 촉구했다.

김민문정 한국여성단체연합 공동대표

김민문정 한국여성단체연합 공동대표

약자들의 권리 보장을 위해 차별금지법이 필요하다고 한 때가 2007년이었으니까 무려 13년 동안 우리 사회는 소수자에 대한 차별과 혐오에 눈을 감아온 셈이다. 물론 아직 입법된 것이 아니니 약자의 권리를 방치하는 부끄러운 공동체의 시간은 오늘도 진행형이다.

횡단보도를 미처 건너기도 전에 빨간불로 바뀌어 당황했던 경험을 한번쯤 해봤을 것이다. 건강한 사람은 뛰면 그만이지만 파란불로 바뀌자마자 출발해도 그 시간 안에 반대편에 도달할 수 없는 어린아이나 장애인, 노인이라면? 원활한 교통 흐름과 보행자의 보행편의·안전은 선택 또는 합의의 문제이다. 무엇을 우선순위로 할 것인가는 그 공동체가 추구하는 가치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노인들이 거추장스럽게 왜 밖에 나와 돌아다녀?’라고 비난하거나 무시할 수도 있고, 그들이 안전하게 길을 건널 수 있도록 신호가 바뀌어도 기다려줄 수 있고, 아니면 신호등의 시간을 늘려줄 수도 있다. 내가 생각하는 정의로운 공동체는 시간에 쫓기어 마음이 급한 운전자일지라도 그들을 비난하지 않고 안전하게 건널 수 있도록 충분히 기다려주는 사회다.

차별금지법이 만들고자 하는 세상은 또한 운전자 입장에서의 원활함을 우선하기보다는 밖에 나서기 두려워하는 사람들의 안전을 먼저 생각하는 사회다. 누구든 자신이 어떤 모습으로 살아가든 그 자체로 존중받고, 어떠한 조건을 가지고 태어났든, 무슨 일을 하든 평등하게 공존할 기회와 권리를 보장받는 세상이다. 내가 옳다고 믿는 것을 함부로 강요하지 않고 다르다고 차별하거나 배척하지 않으며 다른 이의 삶을, 그의 가치를 존중하는 공동체가 차별금지법이 만들고자 하는 세상이다.

이제 약자의 권리에 눈감아온 부끄러운 공동체의 시간을 멈춰야 한다. 그 출발점이 차별금지법 제정이 되어야 한다. 국회는 2020년 내에 차별금지법을 제정해 그 어떤 이유로도 차별은 용인될 수 없다는 원칙을 확인하고 ‘모든 이의 평등한 존엄’이라는 공동체 가치를 다시 세워야 한다.

2020년 차별과 혐오, 배제의 시대에 종지부를 찍고 평등과 정의의 공동체로 나아가자. 그 선두에 국회가 당당히 서기를 기대하고, 또한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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