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투·더 2018’이 되려면

2021.02.02 03:00 입력 2021.02.02 03:03 수정

북한이 제8차 당대회에서 밝힌 대남정책의 내용들이 심상치 않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문재인 대통령과 통화하면서 북한의 메시지가 대화 신호라고 해석했지만, 구체적인 내용을 들여다보면 2019년 2월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이후 보여줬던 북한의 대남 적대적 인식이 그대로 담겨 있다.

조성렬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자문연구위원

조성렬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자문연구위원

북한당국은 작년 6월 탈북민단체의 대북전단 살포를 거론하며 우리 정부를 비난한 김여정 당 제1부부장(현 당 부부장)의 담화 직후, 통일전선부 대변인을 통해 대남관계를 적대관계로 전환한다고 선언했다. 그 뒤 남북통신연락선 차단,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에 이어 4대 군사행동계획을 발표했다. 김정은 위원장의 긴급결정으로 군사행동이 보류됐지만 취소되지 않은 채로 있다.

이는 제8차 당대회에서 김정은이 남북관계 현실태를 평가하며 판문점선언 발표 이전 시기로 되돌아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면서 “통일이라는 꿈은 더 아득히 멀어졌다”고 밝힌 데서도 잘 드러난다. 이번 북한당국의 통일에 대한 입장은 제7차 당대회에서 조국통일이 “가장 중대하고 절박한 과업”이라고 평가한 것과는 상당히 거리가 있는 것이다. 이것은 북한이 ‘두 개의 코리아’ 정책으로 후퇴한 것 아닌가 의구심을 갖게 하는 부분이다.

제8차 당대회에서 우리 내부에 논란을 불러일으킨 것은 “남측 당국의 태도 여하에 따라 얼마든지 가까운 시일 안에 남북관계가 다시 3년 전 봄날과 같이 온 겨레의 염원대로 평화와 번영의 새 출발점에로 돌아갈 수도 있을 것”이라는 김정은의 발언이다. 북한당국은 남북통신연락선 단절과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 때도 같은 논리를 내밀었다. 이는 첨단 군사장비 반입과 한·미 연합군사연습이 남북합의 위반이라는 주장이다.

국내 일부 시민활동가나 정치인, 심지어 전문가들도 비록 소수이지만 북측에 동조하며 우리 정부가 남북 정상 간의 합의를 이행하지 않아 남북관계가 어려워졌다고 주장한다. 과연 그런가? 2018년의 남북합의사항 가운데 상당 부분은 약속이 이행되었고 지금도 지켜져오고 있다. 다만 몇 가지 사항은 아직 약속이 이행되지 않았거나 사문화되었다.

2018년 남북합의 가운데 이행되지 못한 단기과제를 보자. 4·27판문점선언 중에서 ‘동해선 및 경의선 철도와 도로의 연결 및 현대화’ ‘연내 종전선언’이 이행되지 못했다. 9월 평양공동선언 중에서는 ‘남북군사공동위원회 가동’ ‘동·서해선 철도 및 도로 연결의 연내 착공’ ‘금강산지역 이산가족 상설면회소 복구’ ‘이산가족 화상상봉과 영상편지 교환’ ‘김정은 위원장의 서울방문’ 등이 이행되지 못했다. 개성공단·금강산관광의 정상화는 ‘조건이 마련되는 데 따라’ 시행한다고 되어 있어 합의 불이행은 아니다.

쌍중단은 2018년 6월12일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에서 약속한 것이다. 하지만 쌍중단의 범위와 관련해 북·미 간에 이견이 존재한다. 북한은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을 하지 않는 조건으로, 일체의 한·미 군사연습을 하지 않기로 했다고 주장한다. 그런데 한·미 양측은 대규모 군사연습만 하지 않기로 했다고 생각하고 있으며 그에 따라 3대 군사연습에 대해 축소 실시하고 있다.

북한당국은 한·미 군사연습 외에도 첨단 군사장비 반입을 문제 삼고 있다. 하지만 전쟁억제력과 신형 전술무기 4종 세트 개발을 과시하는 북한당국이 할 말은 아닌 것 같다. 김정은은 핵 선제불사용 원칙에서 후퇴해 작년 10월10일 열병식 연설에서는 ‘남용하거나 선제적으로 쓰지 않겠다’고 했다가 이번 사업총화에서는 ‘핵무기를 남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같이 핵무기 사용에 대한 입장변화에 대해 북한당국의 해명이 필요하다.

2018년의 봄날은 우리 민족이 염원했던 평화와 번영의 출발점이다. 그런 점에서 남측의 약속이행 노력도 중요하지만 북한 스스로도 약속을 이행하려는 자세를 보여줘야 한다. 그 첫출발은 작년 6월에 차단한 통신연락선을 복구하고 폭파시킨 공동연락사무소 기능을 재개하는 것이다. 북한당국은 이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남북이 합의한 남북군사공동위원회의 구성에 성의를 보여야 한다.

남북은 민족 문제를 평화적으로 풀기 위해 전제조건 없이 서로에게 한발 다가가야 한다. 북한은 ‘선미 후남’의 자세를 버리고, 쉬운 것부터 어려운 것까지 한자리에서 앉아 허심탄회하게 민족 문제를 논의할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 미국 신행정부의 의지를 테스트하기 위한 군사적 모험을 자제하고 남북대화에 응해야 한다. ‘백 투 더 2018년’(Back to the 2018)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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