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신지요

2021.07.23 03:00 입력 2021.07.23 03:02 수정

계남마을. 2021. 김지연

계남마을. 2021. 김지연

지붕에 비가 새서 공사를 하고 있는데 모자와 마스크를 쓴 남성이 지나가고 있다. 그쪽에서 유심히 쳐다보니 누군지는 모르지만 인사를 했다. 시골에서는 무조건 인사를 잘해야 무탈하게 산다. 가까이 다가오자 누군가 싶어 자세히 보니 전 마을이장이었다. 마음은 깊으나 좀 시크한 분이다. 처음에 외지인으로 마을에 들어와서 문화공간을 만든다고 할 때 협조적이었다. 그런데 말은 늘 무심했다. “정신 나갔으니까 이 짓 하지.” 고생한다는 의미로 듣고 있다. 누구에게나 반말 투다. 일전에 읍사무소에 전화를 하는데 그쪽에서 “왜 반말을 하십니까?”라며 언성을 높이자 전 이장은 “내가 언제 반말해”라고 응수했다. “지금도 반말이 아니고 뭡니까?” 전화기 밖으로도 들리게 다툼을 하고 있었다. 시골 어른들은 반말을 많이 한다. 서로 존댓말을 쓴다는 것을 이질적이고 소모적인 행동으로 여기는 것은 아닌가 싶을 정도다.

“안녕하신가요?” 지붕을 고치던 젊은이가 인사를 했다. 그도 이전에 이 마을에 살던 사람이다. “아니, 안 괜찮아” 하고 지나간다. 젊은이가 “이장님이 안 괜찮다고 하시죠?”라며 내게 물었다. 전 이장의 ‘안 괜찮다’는 농담이나 지나가는 말이 아니라 어딘가 아프다는 말로 들렸다. ‘그러게…’라며 걱정이 돼서 물어보려고 했지만 그이는 휙 지나쳐서 가버렸다.

마을과 인연을 맺은 지 15년째인데 동네에서 돌아가시는 분들이 늘고 있다. 그이의 “안 괜찮다”는 말이 괜히 걱정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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