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선거와 나라 경영의 3모델

모델 A : 국가 발전을 위해 국민은 희생을 한다. 한편으론 공산주의에 맞서며 다른 한편으론 경제성장을 위해 헌신한다. ‘싸우면서 일하고 일하면서 싸우자’란 구호를 내면화한다. ‘산업전사형’이다. 이런 인간을 만들고자 초·중·고는 물론 대학에서조차 군사 훈련을 하고 시장 경쟁력 제고와 국가·민족에의 충성을 가르친다. 유독 ‘법과 질서’가 강조된다. 영화 <국제시장>에 나오는 애국가나 ‘국기에 대한 경례’가 이 모델을 상징한다.

강수돌 고려대 명예교수·세종환경연합 난개발방지특위 위원장

강수돌 고려대 명예교수·세종환경연합 난개발방지특위 위원장

모델 B : 국가는 국민의 복리 향상을 위해 최선을 다한다. 공산주의도 문제고 파쇼주의 역시 문제다. 자본주의 ‘안’에서 노동3권을 보장하고 사회보장제를 실시함으로써 국민들이 ‘위험한’ 생각을 갖지 않게 한다. ‘요람부터 무덤까지’ 국민복리 증진이 통치 이념이 된다. 학교에선 민주시민교육도 실시한다. ‘복지국가형’이다. 영화 <다음 침공은 어디?>에 나오는 유럽 각국의 복지체제가 이런 모습이다.

모델 C : 국가나 시장보다 민초의 삶이 우선이다. 마을공동체 중심으로 정치경제, 사회문화, 교육종교 등이 구성된다. 자본주의도 공산주의도 아닌 ‘제3의 길’이다. 국가건 시장이건 삶을 불행하게 하면 무용지물! 권력이나 자본이 아니라 민초가 공동체의 ‘룰’을 정한다. 참된 자유, 평등, 우애, 평화, 연대의 가치를 중시하되, 개인과 공동체가 함께 간다. 지역공동체나 협동조합에서 잘 구현된다. 다큐 영화 <춤추는 숲>이나 <내일>은 공동체의 새 가능성을 연다.

물론, 이 모델들은 나름 장단점이 있다. 사회발전 단계별로 여러 유형도 가능하다. 사회운동 역시 ‘현재’의 모순과 문제를 부단히 해결하는 ‘과정’을 중시하니까. 이 맥락에서 오늘의 우리는 대선을 앞두고 어떤 모순과 문제를 느끼나? 객관적으로 우리는 학벌 경쟁과 노동 억압, 집값 폭등 외에 초미세먼지와 코로나19 재난을 겪는다. 게다가 지구는 뜨거워지고 기후위기와 방사능 재앙의 가능성도 있다. 재벌과 부자들은 ‘돈 잔치’로 웃지만, 대다수 시민들과 영세 중소기업, 자영업자들은 날마다 불안과 좌절이다. 현실 정치는 저질 코미디와 발목잡기로 ‘관객 모독’까지 한다.

그렇다면 우리는 대선 이후 어떤 모델을 택할 것인가? 모델 A를 그리워하는 자도 있지만, 이미 시대착오적이다. 노동소외 및 ‘빈익빈 부익부’의 양극화만 부추긴다. 지배질서가 흔들리면 쿠데타 위험도 생긴다. 모델 B는 겉보기에 멋지나 불행히도 자본주의의 토대가 갈수록 무너지기에 소망과 달리 그 현실성은 낮다. 게다가 복지국가 모델을 지탱하던 신식민지 수탈이나 자연생태계 약탈도 극한에 왔다. 영화 <나, 다니엘 블레이크>나 <오베라는 남자>는 복지국가주의의 한계를 꼬집는다. 고로 나는 모델 C에 주목한다. 국가 단위보다는 작은 마을이나 지역, 공동체 단위로 얼마든 실현 가능하다. 현실 사례도 많다. 여수의 어느 섬에서는 부녀회에서 마을식당을 운영하며 관광객들에겐 적정가격을 받되, 마을 사람들에게 삼시 세끼 무료급식을 한다. 경기 연천의 한 마을에서는 청년들이 마을기업을 운영, 노인들에게 마을연금을 준다. 생태적 자급자치 공동체! 따지고보면, 국가나 시장이 미약하던 때, 마을이 복지요 삶의 토대였다.

‘옛날’ 타령만 하자는 게 아니다. 미래로 가야 한다. 다만, 세월의 흐름 속에서 우리가 얻는 대신 잃어버린 게 뭔지 성찰하며 가자. 오늘날 우리는 물질적 수준 증대, 기술혁신 가속화, 온갖 편리함을 누리는 대신 친밀한 인간관계, 정겨운 공동체, 조화로운 생태계를 잃어왔다. 행복감보다 불안감이 큰 배경이다.

그래서다. 차기 대선에서 우리의 선택은? 내게는 크게 세 기준이 있다. ‘정·동·진’이다. 첫째, 정직한 이를 선택한다. 거짓말을 않고 말과 행동이 일치해야 한다. 그래야 믿음이 간다. 둘째, 동학의 철학(‘사람이 곧 하늘’)을 섬기면 좋겠다. 여러 토론회에서 정책, 비전, 소신을 잘 밝혀야 한다. 셋째, 진정성 있는 이가 좋다. 타자의 고통에 공감하고, 돈이나 표보다 사회정의를 추구하면서도 겸손해야 참 일꾼이다. 물론, 그렇게 뽑힌 대통령은 나라 경영을 할 때 모델 B와 모델 C 사이에서 오로지 민초의 삶과 행복만 생각하면 좋겠다. 민주공화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으니! 다만, 민초가 각성(공부)하고 연대(소통)해야 한다. 분노·증오보다 열정·협동, 두려움보다 즐거움이 답이다. 그래서 외친다. 민초의, 민초에 의한, 민초를 위한 공동체 민주주의가 건강한 대안이다! 그간 제 글을 읽어주신 독자들께 깊이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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