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 또다시 귀중한 시간 허비 말아야

2022.01.03 03:00 입력 2022.01.03 03:04 수정

얼마 전 만난 노점상은 가을이 예전 같지 않다고 말했다. 따뜻한 오뎅이며 떡볶이를 파는 포장마차는 여름 장사에서 이문을 기대하기 어렵고, 겨울은 추위를 견뎌 가며 하는 일이다. 봄가을은 손님도 좀 들고 날씨도 좋은 짧은 두 철이었지만 요즘엔 이마저도 사라졌단다. 생각해보니 지난해 가을 긴 장마는 농사꾼들의 일 년 작물을 버려놨을 뿐만 아니라 밖에서 일하는 사람들에게도 고역이었겠다. 변화하는 기후 속 기상 이변에서 비롯된 피해다. 그런데 기후위기에 대해 말하자마자 상인은 민망해했다. 노점상이 비닐을 많이 쓰니까 좀 나쁘지요? 그런데 방법이 없어서, 라고 변명하는 그를 보며 시민들에게 허락된 기후위기의 언어가 얼마나 편협한가 생각했다. 개인에게 책임을 떠넘기고, 약자만 추궁하는 기후위기 담론은 구조적인 문제점을 직면하는 것을 방해하고 있다. 온몸으로 기후변화를 느끼며 장사하는 사람도 기후위기와 비닐 사용만을 연결시킬 수밖에 없을 정도로.

김윤영 빈곤사회연대 활동가

김윤영 빈곤사회연대 활동가

기후위기가 우리 앞에 닥친 중요한 위협이라는 사실을 부정하는 사람은 없다. 과학자들은 수십 년 전부터 기후 재난을 경고했다. 그 수십 년을 허송세월한 후 우리가 2022년에 목도하는 현실은 더 나쁘다. 상황이 이렇게까지 된 까닭은 1980년대부터 득세해 기업과 시장에 막강한 권력을 부여한 신자유주의에 있다. 신기술이나 탄소 시장에 의존한 해결 방법을 강구하는 동안 온실가스 농도는 계속 높아졌다. 나오미 클라인은 책 <이것이 모든 것을 바꾼다>에서 이를 두고 “시장 그 자체로 문제를 해결하는 방안을 적극 옹호하느라 귀중한 시간을 허비했다”고 지적했다.

지금이라고 다를까. 시민들의 기후위기 인식은 어느 때보다 높아졌지만, 정부의 시민 참여 대책은 여전히 플라스틱 사용 줄이기, 절약하기와 같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 기업은 기후위기라는 절멸의 위기조차 새로운 시장으로 삼는다.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 평가를 도입한다며 주가를 자극하고, 친환경 신제품을 소비자에게 권한다. 기후위기의 원인과 해법에 대해 진지한 모색을 하기도 전에 ‘녹색 성장’이니 ‘녹색 소비’와 같은 말잔치에만 떠밀려 다니는 형국이다.

새해를 맞아 결심할 것의 목록에 기후위기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추가하면 좋겠다. 우리의 과제는 그저 플라스틱 사용 자제를 서로 권하는 것 이상이어야 한다. 플라스틱이 계속 생산되는 현실, 환경에 악영향을 주는 플라스틱 등이 더 저렴한 현실, 플라스틱을 사용하지 않고 최소한의 위생을 확보할 수 없는 사람들의 현실 모두가 변화하지 않는 이상 플라스틱을 그저 사용하지 말자는 구호는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서로의 손에 일회용 컵 대신 텀블러가 들려 있는지만 쳐다보는 사이 더 예쁜 새 텀블러를 무한히 생산하는 사회에 살게 된다면 우리는 또다시 귀중한 시간을 허비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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