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 상실’의 20대 대선

2022.02.25 03:00 입력 2022.02.25 03:04 수정

3월9일, 제20대 대통령 선거일이다. 주요 길목마다 현수막도 볼 수 있고 방송 토론회도 진행되고 있다. 14명의 대선 후보는 어떤 사람들일까. 몇몇 특징적 현상이 눈에 띈다. 대략 ‘60대·남성·서울대’가 공통적 특징이다. 평균 연령 58.2세(여성 52세, 남성 59.2세)의 절대 다수 남성과 서울대 출신이거나 법학 전공자다. 반면 정치적 성향의 차이도 엿볼 수 있다. 민주진보 후보(50.2세)와 중도보수 후보(62.6세) 간 다양한 정치적 차이다. 정당과 후보의 삶의 궤적이나 철학 혹은 가치관의 차이를 확인할 수 있다.

김종진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선임연구위원

김종진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선임연구위원

무엇보다 대선 후보의 재산세 신고액이나 납부 실적이다. 특히 재산세 납부 실적은 과세 대상이 토지나 건축물 주택 등을 보유한 사람이니, 각 대선 후보가 어떤 집단이나 계층을 더 잘 반영할지 직간접적으로 판단할 수 있다. 14명의 대선 후보 재산세 납부액(평균 4억4045만2000원)은 다양한 차이를 확인할 수 있다. 진보적 후보 여성(2783만4000원)과 다른 남성(5억922만2000원) 후보의 단순 차이만이 아닌, 중도보수와 민주진보의 편차를 봐야 한다. 중도보수 후보(5억4589만원)는 민주진보 후보(3404만원)에 비해 16배나 많았다.

그렇다면 대선 후보 공약은 국민의 삶과 시대적 상황을 반영하고 있을까. 각 후보의 선관위 등록 10대 공약을 분석해 보니 유의미한 내용이 확인된다. 복지·노동·여성·청년·기후 5개 공약을 보니 후보 간 뚜렷한 차이가 드러난다. 민주진보 후보는 평균 4.6점(5점 만점)인 반면 중도보수 후보는 1.3점에 불과했다. 중도보수 후보는 노동과 여성 그리고 기후위기 공약은 단 1개도 찾아볼 수 없었다. 진보 후보 여성후보는 5점 만점이었던 반면 그 외 중도보수 남성 후보는 2점에 불과했다. 중도보수 한 후보는 ‘기후위기 시대 탄소중립’ 같은 공약은 있으나 노동이사제 반대나 강성 귀족노조 혁파 같은 반노동적 공약을 제출했다. 과연 어떤 철학을 갖고 있는지 궁금하다.

20대 대선은 ‘노동 없는 대선’이다. 인구의 절반이 일하는 시민인데도 노동 공약이 부각되지 못한다. 임금노동자부터 프리랜서와 자영업자까지 2760만명이나 된다. 그런데도 노동 공약을 제출한 후보는 일부에 불과하다. 그나마 민주진보 후보는 노동 공약을 제출했고 중도보수와 정책의 차별성도 확인된다. 중앙선관위 홈페이지 공약 목록에는 이재명(4개 영역 16개 과제), 심상정(4개 영역 15개), 오준호(4개 영역 8개), 이백윤(3개 영역 5개 과제), 김재연(5개 영역 15개) 후보만이 의미 있는 정책을 제시했다.

눈여겨볼 공약도 적지 않다. 노동시간 단축(주 4∼4.5일)이나 연차휴가 확대(20∼30일) 혹은 자발적 이·퇴직 청년의 실업·구직 급여 적용, 플랫폼노동과 같은 제도 밖의 노동 보호, 기후위기와 정의로운 전환 등은 모두 19대 대선에서는 없었던 공약이다. 게다가 5인 미만 근로기준법 적용이나 중대재해기업처벌 공약도 담겨 있다. 반면 보수 후보는 중대재해기업처벌 폐지나 노동이사제 도입 반대 혹은 민주노총 해체 공약을 제시했다. 헌법(33조)에도 명시된 결사의 자유를 제한하는 위헌적 사고를 어떻게 봐야 할까.

‘120시간’ 일할 수 있고, ‘최저임금’조차도 비현실적으로 판단하는 것은 ‘사유의 부재’에서 기인한다. 노동은 최소한의 생계유지 활동만이 아니다. 삶의 기회를 찾는 과정이자 사유의 한 방식이다. “편협한 기업의 이윤과 모호한 경제적 합리성을 뛰어넘어, 모든 사람의 안정된 고용보장을 최우선 과제”로 말씀하신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의 ‘노동하는 인간’ 회칙을 상기해야 한다.

통제할 수 없는 권력의 심각성을 간과하면 안 된다. ‘노동’이 상실된 정치의 시간은 반복될 수 있다. 지금은 “생각의 힘으로 예기치 않은 일이 닥칠 때 파국을 막을 것”이라는 한나 아렌트의 말을 되짚어 볼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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