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범 재범 방지 위해 우린 무엇을 했나

2022.03.04 03:00 입력 2022.03.04 03:02 수정

최근 소년범죄를 다룬 드라마가 있다. 이 드라마에서 판사는 “저는 소년범을 혐오합니다”라고 당당히 말한다. 그렇다. 지금의 소년범죄는 성인범죄와 비교해 더 계획적이고 또 잔인하기도 하다. 질풍노도 시기에 나타나는 치기 어린 행동이 아니다.

승재현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연구위원

승재현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연구위원

제20대 대통령 후보자들은 ‘촉법소년’ 연령을 낮출 필요가 있다고 했다. 통계적으로 일리 있는 주장이다. 법원통계월보에 따르면 14세 미만 ‘촉법소년’ 범죄는 2019년 9376건, 2020년 1만112건, 2021년 1만1007건으로 꾸준히 증가했다. 2021년 전체 소년범죄에서 ‘촉법소년’이 차지하는 비율은 34.2%에 달하고 있다. 2020년 ‘촉법소년’이 저지른 흉악범죄 건수만 살펴봐도 살인 4건, 강도 14건, 성범죄 373건, 방화 49건이나 된다.

문제는 이러한 흉악범죄를 범해도 ‘촉법소년’에게는 형벌을 부과할 수 없고, 보호처분만 가능하다는 점이다. 살인을 한 ‘촉법소년’에게 부과할 수 있는 가장 중한 보호처분은 ‘2년 소년원 송치 처분’이 전부이다. 2년 동안 살인을 한 소년의 성행이 교정될 수 있을까? 교정은 범죄에 상응하는 처벌을 받을 때 가능하다. ‘촉법소년’ 나이를 낮추자는 주장은 ‘촉법소년’이 ‘살인’ ‘강도’ ‘강간’ 등 도저히 보호처분으로는 교정될 수 없는 흉악범죄를 저지른 경우에 형벌을 부과해 교정의 실효성을 높이자는 것이다. 대통령 후보자들의 주장에 동의한다.

다만 대통령 후보자들의 공약이 ‘촉법소년’ 나이를 낮추는 것에 멈춰진 느낌이다. ‘촉법소년’ 연령 개정 이후 소년 재범 방지 정책 마련이 더 중요하다.

‘촉법소년’ 나이를 낮추면 흉악범죄 소년에게는 장기와 단기를 정해 형벌이 부과될 것이다. “장기 5년, 단기 3년을 선고한다”는 형태다. 왜 이런 형태로 형을 선고하는 것일까? 성인에 비해 소년은 ‘교육’과 ‘환경’에 따라 개선의 정도가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교육’과 ‘환경’이 제대로 구비된 교정시설이 필요하다.

그런데 이러한 시설을 갖춘 ‘소년교도소’가 우리나라에는 한 곳뿐이다. ‘소년교도소’가 부족해 소년이 성인교도소에서 수형생활을 같이하고 있다. 개선·교화를 통한 재범 방지가 형벌 부과의 목적이라면 소년의 개선·교화에 적합한 소년교도소의 증설은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당위’의 문제다. 소년교도소 증설은 촉법소년 연령 하향과 더불어 반드시 논의되어야 한다.

다음으로 소년들이 시설에서 나왔을 때 ‘우리’는 무엇을 했는지 묻고 싶다. 소년범죄 원인은 3가지로 요약할 수 있는데 가정붕괴, 학교 밖 소년, 정신장애가 그것이다. 그러므로 소년 재범을 방지하기 위해서 사회는 가정을 회복시켜 주어야 하고, 학교로 돌아갈 수 있는 다리를 놓아주어야 하며, 이들의 마음을 치유할 수 있는 기관을 마련해야 한다. 이러한 회복을 국가가 혼자 도맡아 하기엔 한계가 있다. ‘우리’가 함께 움직여야 한다. 소년을 위한 ‘연대’를 만들어야 한다.

범죄소년을 상담한 경험이 있다. 소년은 “골목길 담 넘어 향긋한 냉이 된장국 냄새가 나는 거예요… 너무 먹고 싶은데… 저에겐 아무도 없더라고요… 눈물이 하염없이 났어요… 엄마가 너무 그리워요…”라고 했던 말이 기억에 생생하다. 앞선 드라마에 나온 판사는 이런 말을 한다. “아이 하나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말이 있지. 이를 거꾸로 말하면 온 마을이 무심하면 한 아이를 망칠 수 있다는 뜻도 돼.” 맞다. 촉법소년 나이를 낮추어 죄질에 맞는 형벌을 부과하자는 대통령 후보자들 주장은 옳다. 하지만 그 후 재범방지를 위한 토대를 마련하는 것은 더 중요하다.

소년교도소의 증설과 소년의 재범 방지를 위한 ‘사회적 연대’가 필요하다. ‘우리’가 함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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