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의 국민의힘, 윤핵관의 국민의힘

2022.07.19 23:11 입력 2022.07.19 23:18 수정

[양권모 칼럼] 이준석의 국민의힘, 윤핵관의 국민의힘

부족 정치를 떠올리게 하는 ‘윤핵관 브러더스’의 등장은 자못 자극적이다. 하필 조폭 영화의 단골 대사인 ‘한번 형(동생)은 영원한 형(동생)’이 앞세워졌다. 여당 대표 직무대행을 맡고 있는 형 윤핵관(권성동 원내대표)과 무관의 동생 윤핵관(장제원 의원)이 손을 맞잡고 “윤석열 정부의 성공”을 다짐했다. 당초 계획과 달리, ‘윤핵관 브러더스’가 여권의 실질 권력임을 대내외에 과시하는 퍼포먼스를 벌인 꼴이다.

양권모 편집인

양권모 편집인

치명적인 대통령실 사적 채용 논란에서 윤핵관 브러더스의 등장은 더 고약하다. 권성동 대표 직무대행이 대통령을 실드치기 위해 ‘내가 추천했고 장제원 전 대통령 당선인 비서실장에게 인사 압력을 넣었다’고 자복해 버렸다. 의도치 않게, 끊이지 않는 비선과 인사 논란에 이들 윤핵관 브러더스는 물론 제3, 제4의 윤핵관이 도사리고 있다는 내부고발(?)을 한 셈이다.

대선 때부터 특히 인사를 둘러싸고 이준석 대표와 윤핵관들이 건건이 충돌했던 이유를 짐작할 만하다. 새삼 확인된 윤핵관들의 위세를 감안하면 예상보다 빨리 추진된 ‘이준석 축출’은 그리 충격적인 일도 아니다.

이준석의 국민의힘과 윤핵관의 국민의힘은 단순히 얼굴과 명패만 바뀐 게 아니다. 둘 사이의 차이는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의 차이보다 커 보인다.

우선 윤석열 대통령과 여당 사이 권력 거리가 달라졌다. 밀착된 거리는 건강한 여당 역할을 추동하는 게 아니라 맹목적 추종과 옹위를 불러오기 십상이다. 권성동 대표 직무대행의 첫 작품이 당사에 ‘대통령 존영’ 걸기였다는 건 상징적이다. 태생적으로 ‘윤’핵관의 여당은 ‘윤’대통령에 종속적일 수밖에 없다. 이러면 민심을 반영하여 대통령실을 견제도, 견인도 해야 하는 제대로 된 여당 역할을 기대하기 힘들어진다.

‘이준석’이 사라지자 국민의힘이 급후줄근해지고 있다. 단숨에 민주당을 낡고 후지게 보이게 만들었던 ‘젊은 보수’의 이미지가 급속히 스러지고 있다. 윤핵관, 브러더, 비선 권력, 충성 경쟁, 왕자의 난, 대통령 부인 측근 등이 운위되는 것 가체가 너무 구태스럽다. 어딘지 윤 대통령과 닮아 보이는 윤핵관들의 “거친 말씀과 태도”도 꼰대스러움을 덧칠하는 데 한몫하고 있다. 어쩌면 새로움과 젊음을 표징하던 ‘이준석’의 존재로 가려져 있던 국민의힘의 본색이 빠르게 복원되고 있는지도 모른다.

도저히 가망 없어 보였던 보수 정당이 탄핵의 수렁에서 헤어나올 수 있었던 건 극우 세력과 노선으로부터 떨치고 나왔을 때부터다. 그걸 보수의 쇄신으로 불러도 무방할 터이다. 김종인 비대위원장과 이준석 대표 체제에서 태극기부대로 대표되는 극우와 거리를 두며 그들이 대변하는 의제와 결별한 게 보수 정당의 재기를 가능케 했다.

실제 이준석 대표의 국민의힘에서 냉전적 색깔론, 지역주의, 탄핵 무효, 선거 부정 5·18 폄훼 등 과거 보수를 질곡으로 내몰았던 시대착오적 이슈가 나오지 않았다. 그게 보수 정당에서 얼마나 큰 변화인지는 황교안 대표의 자유한국당이 종북몰이와 탄핵, 5·18 논란으로 날을 지새운 것과 비교해보면 알 수 있다. 이런 변화가 청년, 호남, 중도층의 거부감을 희석시켰고 무망해 보이던 정권교체의 불씨를 살렸다.

젊은 보수가 솎아진 국민의힘은 ‘과거’로 되돌아가려는 반작용이 점점 강렬해질 수밖에 없다. 보수 정당 속에 흐르는 반동의 DNA를 제어할 ‘이준석’ 같은 존재나 세력이 없기 때문이다.

윤핵관의 국민의힘이 추구하는 의제도 강성 지지층에 발맞춰 수구로 회귀할 가능성이 크다. 벌써 조짐이 완연해지고 있다.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과 탈북 어민 북송 사건 등을 걸어 친북몰이에 총력전이다. 때맞춰 극우 유튜버를 필두로 강성 보수층의 목소리도 과도히 부각되고 있다. 전 정권 정책 뒤집기와 사정(司正)이 국정의 전부인 양 비춰지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노동에 대한 강경 대응도 마찬가지다.

반동의 기운이 또렷해지면서 중도와 합리적 보수마저 지지를 철회하는 상황이 가속되고 있다. 윤핵관의 국민의힘은 급속히 노년층과 강성 보수층에 의존하는 정당으로 쪼그라들고 있다. 이미 보수 정당 사상 가장 협소한 외연을 가졌던 자유한국당 시절이 환기되고 있다. 이런 여당으로는 대통령 지지율 폭락으로 빚어진 초반 ‘정권 위기’를 막을 동력을 만들기가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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