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사태’와 ‘조국혁신당 현상’ 사이

2024.03.25 14:57 입력 2024.03.25 20:18 수정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가 3월25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경향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4.3.25 / 성동훈 기자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가 3월25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경향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4.3.25 / 성동훈 기자

정치사에 남을 기막힌 반전이다. ‘조국 사태’에서 ‘조국(혁신당) 현상’까지, 가로놓인 시간은 4년여다. 그새 2020년 21대 총선이 있었고, 2022년 대선을 치렀다. 조국 사태에도 불구(?), 더불어민주당은 그 총선에서 대승을 거뒀다. 조국 사태가 ‘내로남불’ 심판의 씨를 뿌린 덕(?)에 그 대선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탄생했다. ‘조국 사태’의 주인공은 사법처리가 진행되어 2심에서 징역 2년형을 선고받았다. 상식의 시선에선 ‘조국의 정치’는 끝나 보였다. 그간 ‘조국의 강’을 건넜다는 민주당은 이재명당으로 재편을 가속해왔다. 공천 과정에서 ‘윤석열 정권 탄생 책임론’까지 내세워 비명에 이어 친문 세력까지 배제하면서 이재명의 민주당을 사실상 완성했다.

친명으로 단일대오를 구축한 이재명(민주당 대표)은 윤석열(대통령), 그 대타로 나선 한동훈(국민의힘 비대위원장)과 총선 일합을 겨루고 있다. 정권심판론 대 야당심판론, 심판 대상은 다시 ‘윤석열’과 ‘이재명’이다. 이런 총선 구도에 제3지대, 제3인물의 입지는 애초 비좁았다.

그 협소한 공간을 뚫고 나와 총선판을 격동시키는 ‘고래’가, 개혁신당이나 새로운미래도 아닌, 조국혁신당이 될 줄은 미처 예상 못했다. 현 야권이 5년 만에 정권을 교체당하는 데 결정적 작용을 한 ‘조국 사태’의 옹이가 여전히 커 보였다. 더욱이 항소심에서 2년 실형을 선고받은 상태에서 창당과 총선 참여로 “비법률적 명예회복”을 바라는 것이 무리(無理)해 보였기 때문이다.

그 규범적 예상을 비웃듯, ‘범죄자 정당’이란 조롱에도 족히 ‘현상’이라 할 만큼 조국혁신당의 기세가 등등하다. 비례대표 정당투표에서 조국혁신당이 민주당 위성정당인 더불어민주연합에 앞서고, 국민의힘 위성정당인 국민의미래와 선두를 다툰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오고 있다. 호남에서는 아예 일반 정당 지지율에서 조국혁신당이 민주당을 앞서는 경우도 있다. ‘조국 사태’의 주인공 이름으로 급조된 조국혁신당이 선거 지형을 객토하는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이재명 민주당’의 헛발질로 흔들리던 정권심판론을 복원시킨 것도 조국혁신당이다.

‘조국의 강’을 건너는 것이 야권의 정치적 과제로 주어진 게 얼마 전인데, 기이하기까지 한 이 반전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조국혁신당 현상’은 악성으로 진화해온 극한 진영 정치의 궁극적 증상으로 읽힌다. 조국혁신당을 추동하는 일차 동력은 윤석열 정권에 대한 야권 지지층의 응축된 분노와 적대다. 윤석열 검찰로부터 “가장 핍박받은” 조국(조국혁신당 대표)이 가장 선명한 대여 투쟁을 할 거란 바람이 조국혁신당 지지로 표출되고 있다. 이들 지지층에겐 항소심에서 징역 2년 실형을 선고받은 것은 치명적 하자가 아니다. 윤석열 정권만 타격할 수 있다면 정치 윤리 등은 문제 되지 않는다. 극한 진영 정치에 상식과 규범의 잣대를 대는 것은 언제나 무력하다.

조국혁신당의 파죽지세는 “윤석열이 너무 싫은” 강성 야당 지지층의 지지만으로 온전히 설명되지 않는다. 정권심판만 바란다면 제1야당인 ‘이재명 민주당’을 선택해도 된다. 지난 대선에서 이재명 후보를 찍은 사람 중 이번 총선 정당투표에서 조국혁신당을 찍겠다는 응답은 40%, 더불어민주연합을 찍겠다는 응답은 36%이다(JTBC·메타보이스). 특히 공천 파동 등으로 ‘이재명 민주당’에 실망해 돌아선 야권 지지층, ‘정권에 비판적이지만 민주당을 지지하지 않는’ 중도층에서 동시에 조국혁신당 지지가 늘어났다. 조국혁신당의 가파른 상승을 단순히 민주당 지지층의 ‘분할투표’로만 풀이할 수 없는 이유다.

결국 크게는 윤석열 정권에 대한 강한 분노 민심, 적게는 대안세력으로서 미덥지 않은 이재명 민주당이 조국혁신당 현상을 부양하고 있다. ‘반윤석열 비이재명’ 유권자들이 조국혁신당으로 모아지고 있다.

예서 국민의힘이 고대하는, 다시 흐르기 시작한 ‘조국의 강’이 야권의 내로남불을 재소환해 역심판론이 일어나기에는 윤석열 정권의 내로남불이 더 악성이다. 공정을 기치로 집권해놓고 막상 너무도 공정하지 않은 윤석열 정권이 조국이 돌아올 다리를 놓았다.

‘조국 사태’가 윤석열 검찰총장을 대통령으로 만들었다면, ‘조국(혁신당) 현상’을 일으킨 건 불공정한 윤석열 정권이다. 정녕 역사는 한 번은 비극으로, 또 한 번은 희극으로 반복되는 것일까. 이번에는 누가 희극이고, 누가 비극인가. 15일 뒤면 주권자의 심판(審判)으로 그 막이 열린다.

양권모 칼럼니스트

양권모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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