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을 감사하라

2022.09.19 03:00 입력 2022.09.19 03:05 수정

최근 감사원은 이곳저곳에서 무리한 감사를 진행하는 것 아니냐는 논란을 야기했다. 그중에는 2020년 종합편성채널 재승인 심사 과정을 감사하는 것도 포함되어 있다. TV조선 등 종편 재심사에서 심사위원들이 점수를 수정한 흔적이 있고, TV조선은 ‘공적책임’과 관련된 중점 심사항목에서 과락을 하여 ‘조건부’ 재승인을 받았다는 것이다.

김서중 성공회대 미디어콘텐츠융합자율학부 교수

김서중 성공회대 미디어콘텐츠융합자율학부 교수

이렇게만 보면 누군가의 조작으로 TV조선이 부당하게 조건부 재승인을 받은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TV조선은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시절 재승인 심사에서도 625.13점으로 낙제점을 받아 재승인이 거부됐어야 마땅함에도 조건부 재승인을 받았던 전력이 있다. 당연히 당시 방송통신위원회가 봐주기 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받았다. 2020년에도 사정은 그리 달라지지 않았다. 2020년 재승인 심사 과정을 기록한 백서에 따르면 심사과정에서 수렴한 시청자 의견 조사에서 TV조선은 다른 종편에 비해 재승인하지 말라는 의견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그럼에도 심사위원들이 매긴 총점은 이전보다 오히려 높게 나왔다. 2020년 종편 재승인 심사 결과는 정권의 성격과 무관하게 심사위원들이 독립적으로 판단하였음을 입증하는 또 하나의 사례일 뿐이다. 게다가 심사가 시작되기 이전에 주요 심사 항목에서 낙제점을 받으면 재승인을 취소할 수 있다고 밝혔던 당시 방송통신위원회는 조건부 재승인을 하여 세간의 비판을 받았다. 이게 정치적 탄압의 증거인가?

또 점수를 수정했다고 하지만 이전에 방송사 재허가, 재승인 심사에 참여했던 심사위원들이 경험했던 것처럼 점수를 부여하고 나서 다른 요인들을 고려하여 점수를 수정하는 사례는 으레 있는 일이다. 이전에는 수정을 하면 기존 점수표를 파기하고 새 점수표에 기록하였다. 하지만 2020년 심사 당시에는 심사과정을 투명하게 하기 위해 기존 점수에 두 줄을 그어 취소하고 그 점수표에 수정된 점수를 다시 적게 하였다고 한다. 조작하려는 의도가 있었다면 근거를 남기는 이런 절차를 마련했겠는가? 그럼에도 감사원은 당시 심사에 참여했던 위원들에게 출석을 요구하고, 출석이 어렵다고 하면 방문 조사를 감행했다. 그리고 보도에 따르면 감사원은 점수가 조작된 정황이 있다며 대검찰청에 관련 자료를 이첩했다고 한다. 심사위원들은 앞으로 검찰 조사도 받게 될 것이다. 감사원은 당시 전문가들이나 시민사회가 종편을 어떻게 인식했는지, 심사 과정의 객관성과 공정성을 유지하기 위해 방송통신위원회가 어떤 노력을 했는지 등 당연히 고려했어야 할 맥락은 배제하고 ‘수정된 흔적’만으로 조작 정황 결론을 내렸다. 이게 오히려 정치적 고려가 작동한 결과가 아닐까?

사실 이런 감사원의 행보는 심각한 문제를 야기할 것이다. 정부나 공공기관에서는 심사의 공정성을 위해 외부 전문가들에게 심사를 맡긴다. 그런데 외부 전문가들이 독립적으로 진행한 심사도 감사원 감사 대상이 되고, 검찰 조사를 받는다면 앞으로 설사 독립적으로 공정하게 심사에 임해도 사회는 그 심사 결과를 믿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럼 누가 이득을 볼까? 이번 사안을 보도하는 언론의 행태에서 미뤄 짐작 가능하다. 지금 진행되는 감사가 정권과 정권에 우호적인 언론의 이해관계를 대변하는 행태가 아닐까 의심하는 이유다.

최재해 감사원장이 지난 7월 조정훈 의원의 질문에 감사원이 국정운영을 지원하는 기관이라고 답변해서 논란이 됐을 때만 해도 질문도 이해 못하는 어처구니없는 실수라고 여겼다. 그러나 감사원이 일련의 기관들을 먼지 털기 식으로 감사하는 것을 보면서, 실수가 아니라 감사원장의 본심이었음을 확인하게 된다. 감사원법이 보장한 ‘독립의 지위’를 가진 헌법상의 기관에서 지원기관으로 전락한 감사원은 누가 감사해야 할까. 감사원에 국민감사라도 청구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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