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의 미래 대 창작자의 미래

2022.09.22 03:00 입력 2022.09.22 03:04 수정

[창작의 미래] 창작의 미래 대 창작자의 미래

인공지능이 사람 대신 그림을 그려주는 시대다. 미드저니라는 서비스가 요즘 화제다. 말 몇마디만 넣어주면 알아서 그림을 만들어 내놓기 때문이다. 그림 솜씨도 괜찮다. 오랜 시간 정성껏 그린 것처럼 보인다.

김태권 만화가

김태권 만화가

얼마 전 손님이 물었다. “그림을 못 그리는 나도 미드저니를 쓰면 내가 바라는 그림을 만들 수 있어요. 일러스트레이션을 싣던 신문과 잡지도 앞으로 이런 서비스를 쓸 것 같네요. 만화가와 일러스트레이터가 일감을 위협받지 않겠습니까?”

나는 이렇게 대답했다. “셔터스톡 같은 플랫폼이 등장하며 이미 그림장이는 일감에 타격을 받았습니다. 매체 대부분이 플랫폼에서 사진을 가져다 쓰죠. 만화가나 일러스트레이터에게 삽화를 발주하지 않고 말이에요(나도 한때는 삽화 쪽이 짭짤한 수입원이었죠).”

셔터스톡과 코르비스 등 사진 데이터베이스 플랫폼이 있다. 낱말 몇 개만 입력하면 적절한 사진을 골라준다. 무료로 서비스하기도 하고 돈을 조금 받기도 한다. 물론 그림작가에게 일을 맡기는 쪽보다 비용이 적다. 그림값도 덜 들고 마감을 (마음 졸이며) 기다릴 필요도 없다.

나는 내 경험을 초들며 성의껏 답했다. 그런데 의외였다. 내 대답을 들은 손님은 갸웃거리며 돌아갔다. 마치 내가 엉뚱한 이야기라도 했다는 듯 말이다. 그래서 나도 집에 돌아와 곰곰 생각했다. 그가 이야기하고 싶던 주제가 무엇인지에 대하여.

두 가지 생각이 든다. 첫째로 손님은 ‘문턱’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었나 보다. 셔터스톡도 문턱은 있다. 사진을 보고 골라야 하며 때로는 포토샵으로 손질도 해야 한다. 디자이너나 만화가처럼 날마다 이미지 도구를 만지는 사람한테는 손쉽겠지만, 글 쓰던 사람은 이 역시 번거롭다. 미드저니는 문턱이 더 낮다. 인공지능의 힘으로 더 많은 사람이 창작의 즐거움을 직접 누리게 된 거다.

둘째로 손님은 ‘창작의 미래’에 대해, 나는 ‘창작자의 미래’에 대해 이야기했다. 둘은 비슷해 보이지만 다르다. 창작의 미래는 밝거니와, 바로 그런 까닭에 창작자의 미래는 어둡다.

누구나 창작의 즐거움을 누릴 세상이 온다는 점에서 창작의 미래는 밝다. 더 많은 사람이 더 적은 노력으로 창작에 참여한다. 여태껏 보지 못한 다양한 작품이 쏟아질 것이다. 아마추어 창작품이 프로의 작품과 구별하기 어려울 정도로 양도 질도 뛰어나다면 어떻게 될까. 여태까지 창작으로 먹고살던 사람이 전문성을 인정받기 어려울 터다.

창작자가 자기 작품으로 먹고사는 일은 쉽지 않다(사실 옛날에도 쉽지는 않았다). 유명인, 이른바 ‘셀럽’이 자기 창작물을 파는 시장이 더 크다. 변화는 이미 진행 중이다. 옛날의 ‘얼굴 없는 작가’는 숨어서 자기 작업만 하는 은둔자였다. 오늘날 얼굴 없는 작가란 복면을 한 채 세계를 돌아다니며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하고 인터뷰를 하는 사람이다. 뱅크시처럼 말이다.늘 말씀 드리지만 변화가 나쁘다는 소리는 아니다. 변화에 적응해야 하는 나 같은 사람이 고달플 뿐이다. 창작의 미래는 밝지만 창작자의 미래는 걱정스러운 것처럼.

추천기사

바로가기 링크 설명

화제의 추천 정보

    오늘의 인기 정보

      추천 이슈

      이 시각 포토 정보

      내 뉴스플리에 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