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자리를 찾아서

2023.02.11 03:00 입력 2023.02.14 10:45 수정

넷플릭스 오리지널 예능 프로그램인 <피지컬: 100>의 흥행세가 엄청나다. 2월9일자로 한국 예능 프로그램 최초 넷플릭스 글로벌 1위에 올랐다. 최고의 ‘몸’을 찾기 위해 모인 100명이 벌이는 극강의 서바이벌 게임 예능인 <피지컬: 100>은 첫 화, 100명의 참가자가 등장하는 장면부터 인상적이다. 참가자 100명의 몸을 본떠 만든 석고 토르소 100개가 한 공간에 놓여 있다. 참가자들은 한 명씩 차례로 그 공간 안으로 들어선 후 자신의 ‘몸’인 토르소를 찾아나선다. 다른 이들의 토르소를 살펴보며 감탄을 하기도 하고 자신과 비교도 해본다. 100명이 모두 자신의 토르소 앞에 섰을 즈음에는 100개의 토르소 중에서 가장 팔뚝이 굵은 몸, 복근이 선명한 몸, 이두박근이 발달한 몸 등 각각의 특징이 지어져 있다.

김예선 부산민주공원 홍보 담당·청년활동가

김예선 부산민주공원 홍보 담당·청년활동가

우리는 때때로 ‘나는 누구? 여긴 어디?’ 같은 의문을 품는다. 이 의문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내가 아닌 것들과 나의 관계를 살펴봐야 한다.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일을 하는 사람에게 주말은 일을 하지 않는 날이자 쉬는 날이다. 일을 기준으로 보면 주말은 주변이 되지만, 쉼을 기준으로 보면 주말은 중심, 중앙이 된다. 중앙과 주변은 이렇게 기준에 따라 유동적으로 정해진다. 주중 5일을 일하는 필자는 일간신문을 일터에서 받아본다. 그간 주말에 발행되어 일터로 배송되는 일간신문은 주변이었지만 ‘시선’의 필진으로 합류한 후 중앙이 되었다.

‘나’의 존재 역시 그렇다. 기준이 어떠한가에 따라 ‘나’는 중앙이 되기도 하고 주변이 되기도 한다. ‘특권 포지셔닝’이라는 활동이 있다. 활동을 시작할 때 모든 참가자는 일렬로 서 있다. ‘나는 대중교통을 쉽게 탈 수 있다’ ‘나는 정규직 근로자이다’ ‘나는 나의 성정체성을 말하는 데 두려움이 없다’ 같은 질문에 해당한다면 한 칸 앞으로, 그렇지 않다면 한 칸 뒤로 이동한다. 질문과 이동을 반복하다 보면 참가자들이 서 있는 칸은 제각각이다. 어떤 이는 계속해서 앞쪽 칸으로 이동하는 반면 뒤쪽 칸으로만 이동하는 이도 있다. 앞쪽에 있는 이들은 우리 사회에서 중앙으로 인정받는 특성을 지니고 있고, 뒤쪽에 있는 이들은 주변에 놓이는 존재들이다. <피지컬: 100>에서 100개의 토르소가 한 공간에 놓여 있을 때 각각의 토르소가 특징을 갖는 것처럼, 특권 포지셔닝 활동을 하다 보면 참가자들이 서 있는 위치, 나와 다른 이들의 앞뒤 양옆의 거리 차이로 나의 특징이 드러난다.

언젠가 인천에서 나고 자란 친구와 부산과 인천 중 어디가 제2의 수도인가 장난스러운 논쟁을 한 적이 있다. 피란 수도이기도 했던 부산은, 인천에서는 전철로 서울에 갈 수 있다는 말 한마디에 패배했다. 수도인 서울을 중앙으로 삼는 기준이 서자 인천과 부산 둘 다 중앙이 아닌 주변이지만 보다 중앙에서 먼 부산이 더 주변부로 밀려난 것이다. 경기 지역이 수도권인 것은 서울이 수도이기 때문이다. 지방이 지방인 것은 서울만이 수도라는 다른 특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방만 아니라 나라는 존재도 나를 둘러싼 무수한 기준과 그에 따라 생긴 그물망에 의해 그 위치가 규정된다. 모든 것은 관계 속에서 위치가 정해진다. 나는 우리 사회에서 어느 곳에 위치해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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