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그곳에서 집회를 하면 안 되는가

2020년 경찰이 심야 주거지역에서의 소음기준을 강화하는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이하 ‘집시법’) 시행령 개정안을 공고하였다. 당시 제시한 야간 소음기준은 55㏈로 일상대화보다도 낮은 음량을 요구하는 것이었다. 2009년 헌법재판소에서 야간 집회를 금지한 집시법 제10조에 대해 위헌 결정을 내렸음에도 사실상 우회적으로 야간 집회를 제한하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박한희 공익인권변호사모임 희망을만드는법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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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기에 내가 함께 활동하는 단체에서 의견서를 제출했고 이후 국무총리실 규제개혁위원회에서 의견을 청취하겠다는 연락을 받았고, 관련된 외국의 사례나 기본권 침해 문제 등에 대한 자료들을 준비해갔다. 하지만 실제 회의에서 나온 질문들은 예상과는 사뭇 다른 것들이었다. 특히 한 위원은 반복적으로 이러한 질문을 던졌다. 왜 굳이 밤중에 집회를 해야 하는가. 위 질문에 굳이 답을 해보자면 밤에 집회를 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다. 그 시간대에 특별히 전해야 할 메시지가 있을 수도 있고, 참가자들의 다수가 일과 시간 후에 참여 가능하기 때문일 수도 있다. 그런데 사실 이러한 이유가 정확한 답은 아니다. 왜냐하면 헌법상 기본권으로 보장된 집회의 자유에는 집회 시간, 장소, 방법을 선택할 권리가 포함되기 때문이다. 물론 기본권 역시 제한될 수는 있지만 적어도 법률이 아닌 시행령으로 일률적으로 제한을 둘 문제는 아니다.

따라서 위 질문은 반대로 경찰에 던져야 한다. 왜 밤중에 하는 집회를 제한하려 하는가, 그리고 유사한 질문을 다시 던져보고자 한다. 왜 경찰은 대통령실 앞에서의 집회를 막으려 하는가이다. 최근 경찰은 집시법 제12조에 따라 교통소통을 위해 집회를 제한할 수 있는 주요도로의 범위에 대통령실 앞 도로인 이태원로를 포함하는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 예고하였다. 통행량, 도로 여건, 주요시설 위치 등의 변화한 상황을 반영한다는 것이 이유이다.

이태원로의 정확한 교통량 통계는 알 수 없지만 이전보다는 증가했을 것이다. 국방부라는 한 정부부처가 있을 때와 국가원수인 대통령실이 있을 때는 다를 것이니. 하지만 이 문제 역시 교통량이나 도로 여건이 본질은 아니다. 그보다는 지속적으로 경찰이 시도해온 대통령실 앞 집회 금지 시도의 연장선에서 이번 시행령 개정안이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지금의 용산 대통령실이 운영되기 이전부터 경찰은 대통령 관저 인근 집회를 금지한 집시법 제11조 제3호를 근거로 대통령실 앞 집회를 금지하였다. 이후 법원에서 관저와 집무실은 다르다며 금지통고 효력정지 결정이 나왔지만 본안 판결까지 기다리겠다면서 소규모 집회 외에는 여전히 금지를 유지하였다. 그리고 지난 1월 본안 소송에서도 경찰의 집회금지가 위법하다는 판결이 나왔지만 이제는 상급심 판단을 받겠다며 항소하였다.

그렇게 계속해서 집시법 제11조를 근거로 집회를 금지하려는 시도가 법원에 의해 가로막히는 가운데 경찰이 들고나온 것이 집시법 제12조에 따른 주요도로의 집회 제한인 것이다. 해당 조항은 주요도로의 범위를 시행령에 포괄적으로 위임하여 자의적인 집회 제한을 가능하게 한다는 점에서 오랫동안 비판을 받아온 조항이다. 국가경찰위원회에서도 위헌소지가 있으므로 궁극적으로는 집시법 제12조 개정 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그럼에도 결국 이태원로를 주요도로에 포함시켜 대통령실 앞 집회를 제한하겠다는 경찰의 시도는 이번 시행령 개정의 형태로 계속 진행되고 있다.

국민의 의사에 귀를 기울이며 소통에 임하는 것은 대통령이 일과 중에 집무실에서 수행해야 하는 주요 업무이다. 서울행정법원은 대통령실 앞 집회 금지통고 취소판결에서 위와 같이 이야기했다. 그럼에도 언제까지 경찰은 소통이라는 대통령의 주요 업무를 방해할 것인가. 경찰에 다시 묻는다. 왜 대통령실 앞에서 집회를 하면 안 되는가. 왜 집회의 장소를 가로막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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