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는 언제 누가 처음 시작했을까요? 요리는 다른 동물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인간만의 특징입니다. 그렇다면 우리가 진화하는 과정에서 어느 순간 요리도 등장했을 것입니다. 요리라는 행위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한 가지 특징을 찾을 수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불의 사용’입니다. 극히 일부를 제외하고는 요리에서 불은 필수적이라 할 수 있는데요, 요리를 그토록 맛있게 만드는 맛과 향 그리고 식감 등은 식재료를 가열할 때 일어나는 여러 물리적·화학적 변화들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요리의 등장은 아마도 불의 사용과 함께였을 것입니다. 불은 이미 태초부터 이 지구 상에 존재했습니다. 가끔씩 내리치는 번개에 의해, 때로는 다른 원인에 의해 자연적으로 불이 나곤 했던 것이죠. 하지만 불을 발견한 것과 그것을 통제하는 것은 큰 차이가 있습니다.
아프리카 케냐 북부 ‘쿠비 포라’ 지역에는 150만년 전 원시 인류의 흔적이 남아 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인위적으로 불을 피운 흔적과 불에 탄 동물의 뼈 등이 발견됐습니다. 인류가 불을 통제했음을 보여주는 고고학적 증거들 가운데 하나입니다. 하지만 이것만으로 요리가 시작된 증거라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산불과 같은 자연적인 화재로 타버린 동물의 흔적일 수도 있기 때문이죠.
그런데 최근 이스라엘의 한 연구팀이 불을 사용한 요리의 직접적 증거를 발견했다고 합니다. 요르단강 근처 한 구석기 유적에서 78만년 전쯤으로 추정되는, 불에 탄 생선의 이빨 화석들이 대거 발굴된 것입니다. 이 화석에는 300도 정도에서 천천히 익혔을 때 나타나는 특징들이 남아 있었습니다. 추정컨대 아마도 흙으로 화덕을 만들고 그 안에서 생선을 익혀 요리로 만들었을 것입니다.
인류 진화의 해부학적 특징은 요리의 등장 시점을 더 이전으로 끌어올립니다. 대략 180만년 전쯤 인류의 진화는 큰 폭으로 일어났는데, 그중에서 뇌가 커지고, 소화기관이 짧아진 점이 특히 두드러졌습니다. 하버드대 인류학과 리처드 랭엄 교수는 그 원인으로 불을 사용한 요리를 지목했습니다. 요리를 통해 음식의 소화흡수율이 높아지자 소화기관이 길어질 필요가 없어지고, 그 대신 더 큰 뇌를 갖는 방향으로 진화가 일어난 것입니다. 이 주장에 따르면 고고학적 증거보다는 다소 앞선 180만년 전쯤이 최초로 요리가 발명된 시점입니다.
2012년 브라질의 호우젤 박사는 한 가지 재미있는 연구를 진행했습니다. 그에 따르면 고릴라, 침팬지, 오랑우탄 등은 뇌를 가동하기 위해 8시간 정도 계속 먹어야 합니다. 인간은 뇌가 더 크기 때문에 그 시간이 무려 9.3시간에 이릅니다. 물론 생식을 할 경우입니다. 그런데 불을 이용한 요리는 소화흡수율을 높임으로써 그 시간을 대폭 줄여 주었습니다. 여러분은 하루에 얼마 동안 식사를 하시나요?
요리를 통해 우리는 다른 동물들에 비해 훨씬 많은 시간적 여유를 갖게 되었습니다. 그 여유 시간을 활용해 창의성을 키우고 지식을 쌓아가며 찬란한 문명을 이뤄냈습니다. 이 정도면 요리야말로 가장 인간다운 행위라 할 수 있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