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형사정책의 세계적 추세는 범죄의 사전 예방 강조, 처벌 중심에서 교육·치료 위주 처우로의 변화, 회복적 사법과 지역사회에 기반한 민관 협업 증진으로 요약할 수 있다. 범죄 전력자의 재범을 막는 특별예방 분야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소년범죄예방 정책은 재범 방지 및 교육적·치료적 처우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윤석열 대통령의 공약에 따라 촉법소년 연령을 낮추는 방안이 추진될 예정이지만, 형사 미성년자 기준 연령 하향만으로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 대통령의 또 다른 공약인 ‘통합가정법원’ 신설 같은 소년사법체계를 혁신하는 정책이 병행돼야 한다.

통합가정법원은 기존 가정법원에서 담당하던 소년·아동·가정사건에 더해 형사사건까지 함께 처리하는 법원이다. 형사법원으로 보낼 사건을 통합가정법원에서 원스톱으로 처리해서 형사사건의 송치 과정에서 재판이 지연되는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다. 또한 형사사건과 소년사건에 대해 형사처벌과 보호처분을 동시에 선고·결정함으로써 보호처분을 수차례 받은 상습 범죄소년과 강력범에 대한 신속하고 엄정한 처벌이 가능해진다. 반면 절도·도로교통법위반 등 비교적 경미한 범죄에 대해서는 적절한 보호처분을 통해 재사회화의 기회를 부여한다. 현장의 사례를 들어보자.

15세 소년은 오토바이 절도 및 무면허운전으로 보호관찰 처분을 받았다. 어머니는 소년 유아기 때 이혼한 후 연락이 두절되었다. 건설현장 일용직으로 일하던 아버지는 알코올 중독으로 술만 마시면 소년을 폭행했다. 몇년 동안 학대가 계속됐지만, 초등학교 5학년 때에야 학교 담임이 알고 신고했다. 아버지는 아동학대로 접근 금지 명령을 받았고 소년은 보육원에 맡겨졌다. 소년은 자신이 보육원에 사는 걸 학교 친구들이 알까 봐 두려웠다. 친구들과 어울리고 싶어서 아파트에 산다고 했지만, 거짓말이 소문나면서 반에서 따돌림을 당했다. 가정에서 받지 못한 친밀한 상호작용과 관심을 원했지만 학교는 소년을 외면했다. 첫 비행은 절도였다. 자전거를 훔쳤다. 이유는 생일선물로 자전거를 받고 싶은데, 아무래도 받을 수 없을 것 같아서였다.

통합가정법원이 설립되면 소년과 가정, 학교에 시의적절하게 개입하여 적절한 보호와 처분을 할 수 있다. 학대와 따돌림으로 우울증 진단을 받은 소년에게 회복을 위한 치료 사법을 제공하고, 범죄를 저지른 소년을 소년분류심사원에 위탁하여 재범 방지를 위해 범죄원인을 분석하며, 소년원 처분을 통해 가정과 학교를 대신하여 교화한 후 사회로 복귀시킨다. 이를 위해서는 소년분류심사원과 소년원 등의 시설이 뒷받침되어야 하지만, 시설과 인력 확충이 어려운 상황이다. 보호처분 집행 시설에 대한 님비 현상과 밀접한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몇년 전, 법무부는 수도권 도시의 소유 부지에 소년분류심사원 유치를 추진하다 주민들의 반대로 철회했다. 주변이 학원가 밀집 지역이었던 부지는 지역경제 활성화와 주민 편의를 위해 주차장이나 공공편익시설로 활용하기로 했다. 지방 광역시의 한 소년원은 도심 외곽으로 이전을 추진하고 있다. 처음 소년원이 들어설 당시에는 부지가 시 외곽에 있었으나 도시가 확장하면서 현재는 주변에 대규모 아파트 단지와 학교가 밀집한 상태로 변모하였다. 소년원이 지역 발전과 교육 및 주거환경을 저해한다는 민원이 지속적으로 제기되어 왔다.

새 정부의 국정 비전은 ‘다시 도약하는 대한민국, 함께 잘 사는 국민의 나라’이다. 저출생 시대에 사각지대 위기청소년을 교화하여 건전한 사회 구성원으로 거듭나게 하는 정책이 국정에서 소외되지 않기를 바란다. 또한 소년범죄예방 정책이 가야 할 길은 공교육과 사교육, 아파트값, 지역사회 발전과 함께 갈 수 없는 길인지, 공정과 상식에 반하는 길인지, 국민에게 묻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