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노조를 범죄단체 취급하는 반(反) 노동자 정부

2009.09.23 00:57

이명박 정부가 실용·중도·서민을 강조하지만, 그 어디에도 노동자와 노동조합은 포함되지 않은 게 분명해 보인다. 노조활동을 적대시하는 정부의 태도가 한층 뻔뻔하고 노골화되고 있다. 노동연구원 원장은 노동3권을 헌법에서 빼야 하고 모든 노동자를 비정규직화하는 게 소신이라는 황당한 궤변을 일삼고 있다. 명색이 국책연구기관의 장에 이런 인물을 기용했으니 정부의 노동관을 짐작하고도 남는다. 더욱 참담한 것은 공무원 노조의 민주노총 가입 투표에 대한 정부의 불법개입에서 보듯 이 정부는 민주주의와 법치의 근간을 허물어가면서까지 반노동 정책을 서슴지 않는다는 점이다.

어제까지 이틀간 실시된 공무원 노조의 상급단체 가입 찬반투표가 진행되는 동안 정부의 불도저식 반노동관이 여과없이 쏟아졌다. 한승수 총리는 긴급 관계장관회의를 열어 공무원 노조의 민노총 가입이 “부적절하다”고 했고, 임태희 노동장관 후보자는 청문회에서 “법적 규제는 없다”면서도 “(가입을)방치 할 수 없다”고 했다. 노조가 판단할 합법적 사안에 왜 정부가 끼어들어 부적절 타령을 하고, 법규에도 없는데 정부가 방치하지 않겠다는 등의 압력을 행사하니 귀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노동3권을 헌법에서 빼버리려고 작정하지 않고서는, 상급 노동단체를 범죄집단으로 여기지 않고서는 발설할 수 없는 망언들이 쏟아지고 있는 것이다.

정부의 꽉 막힌 노동관은 노조활동 전반을 벼랑 끝으로 몰아가고 있다. 노사관계의 불균형은 방치한 채 일체의 단체행동에 대해 정치활동이니 불법파업이니 하며 법치를 갖다 붙이는 정부의 일방주의는 신자유주의와도 무관하다. 영국 집권당의 당명이 노동당이고 미국 민주당의 조직기반이 노조다. 일본 새 총리는 노조지도자와 취임 첫 면담을 했다. 노동정책을 일자리나 임금 문제가 아니라 사회통합과 민주주의라는 큰 틀에서 접근한다는 뜻이다. 노동자가 전체 인구의 셋 중 한 명꼴인 마당에 노조의 합법활동에 대해서조차 불법개입에 나서는 정부를 서민을 위한 민주정부라 부를 수는 없다. 정부는 ‘무노조=만사형통’의 착각과 독선에서 하루빨리 벗어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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