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한국 자본시장의 총체적 허점 드러낸 삼성증권 사태

2018.04.08 20:42 입력 2018.04.08 20:43 수정

삼성증권의 배당오류 사태 파문이 커지고 있다. 직원들의 저열한 윤리의식, 내부 통제 시스템의 미비, 유령 주식의 활보 등 그동안 투자자들이 상상조차 하지 못했던 문제들이 한꺼번에 드러난 탓이다. 글로벌 기업을 자처하는 삼성에서 벌어진 데다 투명성·안전성만은 최고라고 자부해왔던 한국 자본시장의 수준이 고작 이 정도였다는 사실에 참담할 뿐이다.

이번 사태는 삼성증권이 지난 6일 우리사주 조합원들에게 주당 1000원씩 줘야 할 배당금을 1000주씩 잘못 배당하면서 비롯됐다. 100주를 가진 조합원에게는 10만원이 아닌 10만주가, 1000주를 가졌으면 100만원이 아닌 100만주가 배당됐다는 얘기이다. 이렇게 배당받은 조합원 2200여명 중 16명은 주식 501만주를 팔아 1인당 평균 100억원을 손에 쥐었다고 한다. 사고가 일어나면 정상화에 앞장서야 할 직원들이 되레 본인 주식이 아닌 것을 알면서도 이를 매각해 거액을 챙긴 탐욕과 몰염치, 부도덕에 말문이 막힌다. 신뢰를 생명으로 여기는 금융사에서는 용납할 수 없는 행태다. 이들의 팔자 행렬로 주가는 순식간에 11% 이상 급락했고 다수의 투자자들은 영문도 모른 채 손해를 봤다. 삼성증권 내부 통제 시스템도 이해할 수 없다. 담당직원이 ‘원’을 ‘주’로 잘못 입력해도 이를 걸러내는 인적·물적 시스템이 없었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정식으로 발행되지 않은 유령 주식이 숫자로 입력만 하면 입고되고, 실거래가 이뤄졌다는 점이다. 삼성증권의 전체 발행 주식은 8930만주로 발행한도는 1억2000만주다. 하지만 이번에 직원들에게 배당된 주식수는 28억주에 달한다. 주식이 새로 발행되려면 이사회·주총을 거쳐 예탁결제원에 등록해야 하지만 이런 절차 없이도 발행되고 유통된 셈이다. 이는 어떤 증권사라도 언제든 주식을 찍어내고 팔 수 있다는 뜻이다. 한발 나아가면 주가 조작도 가능한 셈이다. 이쯤 되면 수익만 앞세우고 안전은 뒷전인 가상통화 거래소들과 다를 바 없다.

삼성증권은 유령 주식을 판 직원들이 주식을 재매수하는 등 사태가 수습됐다고 했다. 8일에는 투자자 피해 구제, 문제직원 문책 등의 대책을 내놨다. 하지만 구체적인 사고 전말에 대해서는 입을 다물고 있다. 이해하기 어려운 대응이다. 이번 사태는 해당직원에게 책임을 묻고 피해자 보상만으로 마무리할 사안이 아니다. 감독당국도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청와대 청원 게시판에는 사태 발생 이틀 만에 증권 거래시스템에 대한 전방위적 조사가 필요하다는 글에 13만명 이상이 동의했다. 삼성증권 특별점검은 물론이고 증권사들의 결제 이행, 매매 제도 및 시스템 문제 등에 대한 종합 점검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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