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날 28억주, 다음날 계좌 입고 전까지 아무도 몰라··· 삼성증권 배당착오 어떻게 이뤄졌나

2018.04.09 10:00 입력 2018.04.09 18:38 수정

지난 6일 삼성증권이 우리사주 배당금을 주당 1천원 대신 자사주 1천주로 지급하는 실수에 이어 일부 직원이 잘못 배당된 주식 중 500만주 가량을 급히 팔아치워 주가급락 사태를 초래하는 등 증권사 직원으로서 심각한 도덕적 해이를 드러냈다는 지적을 받고 있는 가운데 9일 오후 서울 시내의 삼성증권 한 센터 앞에 사과문이 게재되어 있다.<연합뉴스>

지난 6일 삼성증권이 우리사주 배당금을 주당 1천원 대신 자사주 1천주로 지급하는 실수에 이어 일부 직원이 잘못 배당된 주식 중 500만주 가량을 급히 팔아치워 주가급락 사태를 초래하는 등 증권사 직원으로서 심각한 도덕적 해이를 드러냈다는 지적을 받고 있는 가운데 9일 오후 서울 시내의 삼성증권 한 센터 앞에 사과문이 게재되어 있다.<연합뉴스>

삼성증권이 지난 5일 주식배당 입력 오류 사고가 시작됐음에도 불구하고 다음날 오전까지 오류를 발견하지 못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또 배당오류를 파악하고 임직원의 거래를 차단하는 데까지 30분 넘게 걸리는 등 내부통제 시스템에 심각한 허점을 드러냈다.

금융감독원은 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금감원 기자실에서 브리핑을 열고 삼성증권 배당오류 사고 경위와 향후 검사방향을 설명했다.

삼성증권의 우리사주조합 주식 담당 직원은 지난 5일 우리사주조합 주식에 나갈 배당금 28억1000만원을 28억1000만주로 잘못 입력했다. 최종 결재라인인 담당 팀장은 이를 찾아내지 못했고 결재가 그대로 이뤄졌다. 금감원은 발행주식수가 8900만주인데 이를 31배 초과하는 물량이 입고돼도 시스템상 오류가 확인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주식거래 시스템 전반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잘못 배당된 주식이 삼성증권 직원들의 계좌에 입고된 시각은 6일 오전 9시 30분이었다. 업무담당자는 주식이 입고된 직후 9시 31분 배당금이 주식으로 잘못 들어갔다는 사실을 처음 알아차렸다. 삼성증권의 증권관리팀장은 9시 39분 이를 본사 부서에 유선 전화로 알렸고, 9시 45분 유선 전화로 ‘직원 매도금지’ 안내를 전파했다. 본사 업무개발팀이 사내망에 ‘직원계좌 매도금지’ 긴급 팝업 공지를 띄운 건 9시 51분이었으며, 이때부터 5분 단위로 두번 재공지가 이뤄졌다.

원승연 금융감독원 부원장이 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삼성증권 배당 착오 입력에 대한 대응방안을 발표하고 있다.<연합뉴스>

원승연 금융감독원 부원장이 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삼성증권 배당 착오 입력에 대한 대응방안을 발표하고 있다.<연합뉴스>

그러나 잘못된 배당 주식을 받은 삼성증권 일부 직원들은 9시35분부터 이를 팔아치우기 시작했다. 삼성증권 주식의 하루 평균 거래량이 40만주가 안되는데 이날 오전 30여분만에 일평균 거래량의 10배가 넘는 매도 물량이 나왔고, 주가는 급락했다. 삼성증권의 주가는 이날 오전 9시 56분 3만5150원으로 전날 3만9800원에서 약 12% 수직낙하했다. 직원들의 매도는 오전 10시 넘어서까지 이어졌다. 이날 잘못 들어온 주식을 매도한 사람들은 총 16명(501만2000여주)이었다. 금감원은 이 가운데 일부는 회사의 경고 메시지와 매도 금지 요청에도 주식을 팔아치웠다고 밝혀 직원들의 도덕적 해이가 심각함을 드러냈다.

금감원은 실제 주문을 차단하는데도 시간이 오래 걸려 위기 대응조차 신속하게 이뤄지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아예 직원들이 매도 주문을 하지 못하도록 시스템상 임직원 전계좌 주문 정지 조치가 이뤄진 때는 착오를 인지하고도 37분이 지난 오전 10시 8분쯤이었다.

이번 사고로 우리사주조합 주식의 배당 입력 시스템 문제도 드러났다. 보통 주식 배당은 예탁결제원을 거쳐서 이뤄지지만 우리사주조합 주식은 이를 거치지 않고 발행회사가 직접 업무를 처리한다. 금감원은 현금 배당과 주식 배당을 분리해야 하는데 하나의 시스템에서 처리하다보니 이같은 일이 벌어졌다고 설명했다. 김도인 금감원 부원장보는 “브리핑 전 증권사 4곳에 연락해 파악한 결과 이들 증권사도 삼성증권과 비슷했다”고 말했다. 다른 증권사 시스템에서도 유사한 사고가 일어날 수 있다는 얘기다.

금감원은 삼성증권의 배당착오 사고 당시 매도된 주식의 결제가 이뤄지는 10일까지 직원 3명을 파견해 특별점검을 시행하고, 11일부터 7영업일 동안 현장검사를 실시할 예정이다.

삼성증권은 이날 ‘투자자 피해구제 전담반’을 설치했다. 이날 오전까지 접수된 피해 사례는 59건이었다.

원승연 금감원 부원장은 “삼성증권의 사과문에 회사 차원의 사과가 없다는 점에 유감을 표명한다”면서 “자본시장의 안정성을 위해 이번 사고를 계기로 증권사의 내부통제 시스템과 증권거래 시스템 전반을 구조조적으로 분석해서 개혁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추천기사

바로가기 링크 설명

화제의 추천 정보

    오늘의 인기 정보

      추천 이슈

      이 시각 포토 정보

      내 뉴스플리에 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