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력안전위 ‘수술’ 시급하다

2013.08.26 21:16
장정욱 | 일본 마쓰야마대 교수

박근혜 대통령의 하반기 국정운영 화두가 ‘비정상의 정상화’라고 한다. 비정상적인 일이 정상처럼 통용되는 사회에서 소위 힘 있는 ‘갑’들은 법·윤리·도덕을 무시하면서 마치 고삐 풀린 망아지처럼 날뛰는 한편, 힘 없는 ‘을’들은 피해 확대를 막으려 적잖은 시간과 비용을 사용해야 한다. 그 결과 경제적으로도 막대한 사회적 비용이 발생하며, 심지어 시민들의 미래에 대한 희망조차 앗아가는 암울한 사회의 확대 재생산이 반복된다.

정부 각 부처와 공공기관의 비정상적인 관행의 대표적인 사례로 핵발전소의 안전을 감독하는 ‘원자력안전위원회’의 운영 행태를 들어야 할 것이다. 전력부족의 근본적인 원인이 대규모의 핵발전소를 중심으로 한 전력공급 정책에 있음에도, 핵마피아의 슈퍼 갑들은 반성은커녕, 오히려 이권확대를 노리는 몰염치한 활동을 국회를 비롯해 여기저기서 펼치고 있다. 심지어 이를 견제해야 할 원자력안전위원장은 원자력 추진의 총본산인 ‘원자력산업회의’ 모임에 참석해 강연까지 했다.

[정동칼럼]원자력안전위 ‘수술’ 시급하다

안전위원장은 모임이 소속단체인 원자력학회와 원자력산업회의가 공동주최한 것이고, 주제도 핵발전소의 안전 강화를 촉구하는 내용이므로 그다지 문제로 생각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안전위원장은 오랜 지인(?)들의 모임이었기에 거부감 또는 문제의식조차 느끼지 않았던 것은 아닌가? 왜냐하면 전임 안전위원장은 원자력산업회의 부회장을 역임하고도 안전위원장으로 취임했을 정도이니, 반사적으로 참석했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경찰청장이 폭력조직의 모임에 참석해 불법방지를 촉구하는 것과 크게 다를 바 없는 행위이다. 선진국의 안전위원장이라면, 더구나 검찰 조사가 진행 중인 원전 비리사건이 있다면, 적어도 원자력 추진의 ‘이익단체’인 원자력산업회의 모임에는 참석하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안전위에서 안전기준의 설정 및 판단을 실질적으로 담당할 전문위원들이 새로이 정해졌는데, ‘원자력 추진과 안전규제의 분리(독립) 원칙’을 의심케 하는 회전문 인사가 여럿 보인다. 특히 한·미 원자력협정에 깊이 관여하면서 재처리를 적극적으로 추진해 온 중심인물들도 포함돼 있다. 국내 전문가가 적은 점을 감안하더라도 안전 강화를 기대하는 국민을 기만하는 인사라고 지탄받아야 마땅할 것이다.

따라서 핵발전소의 안전성을 보다 높이기 위해서는 안전위의 근본적인 개혁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먼저 국회가 안전위원 전원을 추천하고 정부가 임명하는 방식으로 설치법의 개정이 필요하다. 둘째, 정부 원자력진흥위원회의 위원장이 국무총리인 만큼, 현행의 안전위원회를 국무총리 소속에서 대통령 소속으로 개편하는 것이 규제와 추진의 분리 원칙에 적합하다.

셋째, 안전위의 구성원에 대한 오해 또는 불신을 제거하는 공개제도의 강화가 요구된다. 안전위원장, 안전위원, 사무국 직원들의 경우, 예를 들어 일본의 원자력규제위원회는 추진 측의 인사차 방문 그리고 외부강연 등에 관해서도 접촉 인원수, 소요 시간, 내용 등을 일정 기간 내에 공개하고 있다. 끝으로 안전위가 구성원 때문에 원자력 추진을 목적으로 하는 위원회로 비쳐서는 안된다. 오해를 불식하는 방법으로 안전위원장, 안전위원, 그리고 전문위원들이 최근 5년간 받은 외부 연구비와 기부금, 위원회 및 심의회 등의 활동 이력에 대한 자료를 공개하는 제도의 도입이 바람직할 것이다. 말할 것도 없이, 선진국들은 이와 비슷한 제도를 이미 실시하고 있다.

핵마피아의 몇몇 을의 구속으로 핵발전소의 안전성이 대폭 높아지는 것은 결코 아니다. 굴절된 사회에서 깊게 뿌리를 내리고 있는 핵마피아를 ‘구조적’으로 타파하기 위해서도 안전위의 투명성과 독립성이 최우선적으로 보장돼야 한다. 더구나, 현행의 안전위가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핵마피아의 슈퍼 갑들의 권력투쟁으로 인해 기형적으로 탄생된 것인 만큼, 신속한 수술로 정상화시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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