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드, 한국에 오는가

2014.09.09 19:50 입력 2014.09.09 19:53 수정
최종건 | 연세대 교수·국제정치학

미국 미사일 방어체계의 핵심 무기인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가 한국에 배치될 모양이다. 을지훈련 기간 중 방한한 로버트 워크 미 국방부 부장관은 “주한미군의 미사일 방어체계와 한국 미사일 방어체계의 완벽한 상호운영성을 확보하는 것이 미국의 핵심 이익”이라고 주장했다. 그가 한국에 머무는 동안 사드 배치와 전시작전통제권 환수 재연기 문제를 연계해 다음달 열리는 한·미연례안보협의회에서 결정지어야 한다고 공공연히 발언했다는 소식도 들린다.

[정동칼럼]사드, 한국에 오는가

이미 미국의 ‘사드 행보’는 거칠 것이 없었다.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 3월 헤이그 한·미·일 정상회의에서 한·미·일 군사협력 핵심은 “한·미·일 미사일 방어체계 구축”이라고 콕 집어 말했다. 한·미·일 3국 간 미사일 방어체계의 전도사인 국방부 장관 비서실장 마크 리퍼트가 주한 미국대사로 임명되어 서울에 온다. 올해 봄 미 의회를 통과한 국방수권법은 동북아에 배치된 미군과 미 본토의 방위를 위해 한·미·일 미사일 방어 협력이 필요하다고 명시한다. 이 법안의 1234항은 “국방장관은 한국과 미사일 협력 강화 방안에 대한 평가작업을 실시하고 이를 6개월 이내에 하원 군사위에 보고하라”고 명령한다. 그 6개월이 올해 12월이면 만료된다. 제임스 윈펠드 미 합참차장은 “미국 정부는 동맹과 파트너 국가들에 미사일 방어 협력을 강화하도록 권고하고 있다”고 확인했다. 지난 6월 스캐퍼로티 주한미군 사령관은 사드의 한국 배치를 미 국방부에 요청했다고 공개했다. 미국이 평택 미군기지를 사드 부지로 선정했다는 최근 보도는 놀랄 일도 아니다.

그러나 우리 정부는 미국의 사드 배치에 관한 여러 움직임들에 마치 남의 일인 듯 대응했다. 국방부는 사드의 한국 배치를 “주한미군 차원에서 미 국방부에 요청한 것”이라며 마치 주한미군이 대한민국 영토에 있는 군대가 아닌 듯 발언하며 우리와 상관없다는 듯한 느낌마저 들게 했다. 게다가 “미 국방부는 어떤 결정도 내리지 않았다”며 “이와 관련한 공식 요청과 협의도 없었다는 입장”을 여러 차례 확인했다. 결국 국방부가 미국 정부의 결정을 기다리고 있는 것은 아닌가라는 의심이 들게 한다. 또한 언제부터 한·미 간에 공식 통보와 공식 협의가 있어야만 일이 진행되었는가. 오히려 비공식 물밑 협의가 진행되고 있음을 의심하게 한다.

정부의 미사일 방어체계에 관한 공식 입장은 참여 불가이다. 그러나 최근 정부의 반응은 ‘미국이 배치하면 할 수 없지’라는 입장으로 전환되고 있는 것 같다. 미국만 원하면 한반도에 사드를 배치할 수 있다는 예상까지 가능하다. 이쯤 되면 대한민국 안보가 누구의 안보인가라는 의문도 든다. 더욱이 군 안팎에서 사드 도입을 굳이 반대할 이유가 없다는 정서가 감지된다. 한민구 국방장관은 “미국이 사드를 한반도에 배치한다면 북한의 핵 또는 핵미사일 억제에 도움이 될 것”이라며 지지 의견을 밝히기도 했다.

전작권 환수 연기의 대가로 사드가 한국에 배치된다면 이 정부의 안보관에는 큰 문제가 있다고 할 수 있다. 중국이 사드의 한국 배치를 반대하는 이유는 중국의 군사시설이 미국의 감시망에 노출될 뿐만 아니라, 자국의 제한적인 공격능력이 무력화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미국의 사드 배치는 궁극적으로 한·미동맹이 대북 억지 동맹이 아닌 대중 군사봉쇄 동맹으로 전환됨을 의미한다. 중국의 입장에서는 한국이 미국의 대중 군사견제를 위한 최전방기지가 되는 것이다. 이 때문에 중국이 사드의 한국 배치를 한·중관계의 마지노선이라며 반대하는 것이다. 중국은 미국의 미사일 방어를 교란할 수 있는 무기체계를 이미 개발 중이며 그 무기를 평택에 조준할 것이다. 결국 한국은 미·중 안보 딜레마의 소용돌이 한가운데 놓인다. 연간 600억달러의 대중 무역흑자를 기록하는 한국이 왜 중국을 적화시켜야 하는지 모르겠다. 이러한 상황은 우리의 국익에 절대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 한·미동맹이 아무리 중요하다 해도 한국의 국익과 존립의 이유 그 자체는 아니다. 사드의 한국 배치에 관해 정부가 명확한 반대 의지를 재천명해야 한다. 나의 걱정이 세상물정 모르는 소장 안보학자의 과도한 상상력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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