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매매, 성차별, 함정수사

2015.01.09 20:41 입력 2015.01.09 20:44 수정
박경신 |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스웨덴은 성의 구매만 불법화해 성매매를 3분의 2 줄였다고 한다. 성노동 제공자를 처벌하지 않는 근거는 성매매가 여성에 대한 사회적 폭력 및 차별의 결과물이고, 성매매 여성은 피해자로 추정되기 때문이라고 한다. 하지만 이마저도 성노동자의 삶을 더 위험하고 불안정하게 만들고 여성들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침해한다고 보는 사람들도 많다. 실제로 국제앰네스티가 지난해 2월부터 성매매 완전 합법화를 공식 지지하기에 앞서 세계적으로 의견수렴을 하고 있다. 주류 인권기구의 양대산맥을 이루는 휴먼라이츠워치도 2013년 5월 일찌감치 이런 논문을 발표했고 세계보건기구, 보건에 대한 유엔특별보고관도 같은 입장이다. 심지어 유엔여성기구도 2013년 9월 ‘성적 착취나 인신매매’와 ‘성노동’을 구별하며 성노동자를 학대와 폭력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규제주의(금지가 아니고)’를 지지한다고 발표했다. 물론 성노동이 항상 자유로운 선택은 아니므로 그 원인인 가난과 (성)차별을 없애기 위한 노력도 ‘동시에’ 중요하다고 했다.

[시론]성매매, 성차별, 함정수사

우리나라는 성매매 제공자, 구매자 모두 처벌되면서도 성매매 여성이 인구 대비 가장 많은 국가 중의 하나이다. 성매매의 원인인 가난과 성차별을 없애기 위한 노력도 미약하지만 이미 성매매를 선택한 여성들을 피해자로서 보호하려는 조치도 없다. 국가 무대응의 정점이 지난해 11월 통영에서 비극적으로 발현되었다. 집안 형편상 학업이 어려워져 가출했다가 17세에 출산해 7세가 된 아이와 병든 아버지를 부양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성매매를 하던 25세 여성이 경찰의 성매매 함정단속을 피해 투신자살을 한 것이다.

나는 성매매 합법화에 대한 장기적인 논의와 무관하게 최소한 성매매 여성에 대한 함정단속만큼은 즉각 중단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물론 성노동자들 중에는 단순히 노동의 방식으로 성매매를 선택한 사람들도 있을 수 있다. 하지만 그런 이유라면 모든 처벌과 수사에 반대해야 할 것이다. 또 대다수의 여성들은 성매매를 성차별의 결과라고 보면서도 성매매 여성 개인의 선택에 대해서는 죗값을 물어야 한다는, 모순적으로 보일 수도 있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도 함정단속만큼은 아무리 다른 단속방법이 없다고 할지라도 반대할 것이다.

함정단속의 의미를 되새겨보자. 경찰이 구매자 연기를 하는 것이니 성매매 제공자만 처벌하겠다는 것인데 그 여성에게는 어떤 의미였을지 생각해보자. 삶의 밑바닥에서 생존의 방식을 찾아 헤매다가 결국 손님을 한 명 받았는데 그마저도 자기를 잡으러 온 경찰임을 알았을 때 삶의 고독함과 비참함의 수위가 단숨에 높아졌을 것이다. 그때까지 세상에 속았다고 생각하고 살아왔을 텐데 더 이상 세상에 속을 수 없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세상이 자신에게 쏟아온 공격의 수위가 단박에 높아지자 자신도 대응의 수위를 높여야 한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근엄하게 딸을 키워온 자신이 성매매를 했다고 판사나 경찰관에게 꾸중을 들어야 한다는 것은 지금까지 자기가 당한 모욕보다 한 단계 더 높은 모욕이었을 것이다. 존엄성을 지켜야 했을 것이다. 죽는 순간까지 죽음을 선택한 것은 아니었을 것이다. 죽음은 부차적인 결과였고 끝까지 속임수로 일관해온 세상에 맞서 마지막 반격을 하고 싶었을 것이다.

큰 처벌을 할 것도 아니라면서 함정단속은 도대체 왜 하는가? 벌금액수만 적으면 딸을 위해 빛나는 삶을 살아온 엄마에게 범죄자의 딱지를 붙이는 건 조심할 필요가 없는 건가? 딸과 자신의 존엄을 지키기 위해 아등바등 살아온 사람이 이렇게 간단한 속임수로 딸 앞에서 세상의 심판대에 서야 한다고 생각할 때 느꼈을 허탈함과 분노를 생각해보라. 만성적인 영혼의 위기상황 속에서 살고 있는 성매매 여성들을 물고기처럼 낚아올리는 수사방식, 중단할 것을 요구한다. 성매매 여성에 대한 함정단속, 조건없이 중단할 것을 요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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