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 인적쇄신이 안되는 까닭

2015.01.25 20:59 입력 2015.01.26 10:06 수정
김민웅 |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

박근혜 정부의 위기는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한편 미국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어떻게 하고 있을까?

[시론]박근혜 정부 인적쇄신이 안되는 까닭

“아직도 최저임금 인상을 거부하는 정치인들 모두에게 묻겠습니다. 만일 당신 자신이 일년 근로소득 1만5000달러(약 1500만원)로 가족부양이 정말 가능하다고 믿는다면, 어디 한번 실제로 그 돈 가지고 그렇게 해보시죠? 아니라면, 열심히 일하는 미국인들을 위해 최저임금 인상법안에 찬표를 던져주시기 바랍니다.”

신년 연설에 나선 미국 오바마 대통령은 자신감에 차 있었다. 때로 윙크까지 하면서 치명적 매력의 미소를 날렸다. ‘중산층 경제학’을 내세우며 부자증세와 2년제 커뮤니티 칼리지의 무상교육 등을 제시한 오바마의 연설 이후, 그에 대한 지지도는 무려 90%에 육박했다. “저는 오늘 제가 앞으로 제출하고자 하는 제안목록보다도, 우리 앞에 놓여 있는 선택과 관련된 가치에 좀 더 초점을 맞추고자 합니다.”

오바마가 역점을 둔 것은 ‘가치 문제’였다. 무엇을 위한 정치가 되어야 하는가가 최우선적 관심이고, 심화되어 가는 ‘불평등(inequality)’ 문제 해결을 더는 미룰 수 없었기 때문이다. 미국 정치에서 ‘불평등 담론’은 좌파 낙인효과로 기피되어 온 주제였고, ‘소득격차(income gap)’라는 말이 이를 대신해 왔다.

그러나 이제 소득 불평등의 현실은 침묵하기 어려워졌다.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조지프 스티글리츠, 폴 크루그먼 등이 불평등이야말로 미국 사회를 위협하고 있다고 강력하게 경고하고 나섰고, 최근에 <21세기 자본>으로 세계적 열풍을 불러일으킨 토마 피케티의 논쟁은 이에 결정타를 가한 격이었다. 그렇지 않아도 이들은 모두 최근 오바마 경제철학과 정책에 깊숙이 관여하고 있다. 오바마 정치의 핵심은 ‘새로운 뉴딜 정책(new New Deal)의 확립’에 있다.

1930년대 루스벨트 대통령의 뉴딜 정책은 흔히 공공정책을 통한 일자리 마련으로 알려져 있지만, 그건 내용상 일부에 불과하고 보다 중요한 비중은 부자증세, 노조 보호, 사회보장제도에 있다. 이 나라의 학교 교육에서 뉴딜 정책의 진상은 완전히 은폐되어 왔다. 루스벨트 이후 미국 정치는 뉴딜 정책을 방어하려는 세력과 해체시키려는 세력 간 투쟁의 역사라고 할 만하다. 오바마는 미국의 부 4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1% 부자들과의 정치적 전투에, 마지막 임기에 들어선 자신의 대통령직을 건 셈이다. 정면돌파가 절실한 상황에서 대담하게 직구를 던진 것이다.

이렇게 보자면 박근혜 정부가 인적쇄신 요구에 여전히 귀를 닫고 위기를 자초하고 있는 이유는 자명해진다. 그것은 적지 않은 평자들이 말하고 있듯이 대통령 박근혜 자신의 폐쇄적 심리상태나 독선적 사고 내지는 극단화된 방어본능이 작동하기 때문일 수도 있다. 그러나 근본적으로는 정치에 대한 잘못된 인식, 가치관에서 비롯된다.

어떻게 하면 고통받고 있는 사람들의 삶을 위로하고 구조적으로 이를 풀어나갈 수 있을까라는 질문이 그의 머리와 가슴 한복판에 있지 않다. 그러니 그걸 책임질 인적 구성에 대한 고뇌가 생겨날 리 만무하고, 아픔에 대한 공감능력이 발달되지 못한 권력자의 정치는 권력의 심기를 챙기는 이들을 지키는 일에 보다 열을 올리기 마련이다. 그런 대통령을 보는 국민들은 이 정부가 누구를 위한 정부인가를 묻고 있다. 아주 날카롭게.

인내와 이해의 지점은 지나고 있다. ‘비선의 국정농단’이란 말은 어느 탁월한 인물이 국민을 위한 정치를 목표로 자신을 그림자처럼 숨기고, 대통령에게 정책을 건의하고 수행하는 것을 말함은 물론 아니다. 국민을 버리는 정치는 국민이 버리는 정치가 될 수밖에 없다. 1936년 루스벨트의 연설 한 대목이다.

“기득권 세력들은 정부를 자기들을 위한 부속품처럼 여겨왔다. 그러나 이제 우리는 너무나 잘 알고 있다. 돈이 장악한 정부는 조폭이 움직이는 정부 이상으로 위험하다는 것을 말이다.”
박근혜 정부는 정작 누가 쥐고 있는 것일까? 위험하진 않겠지, 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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