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적

‘배리어프리’ 사회로

2022.01.02 20:16 입력 2022.01.02 21:04 수정

한 시각장애인이 노약자와 장애인 겸용으로 개발된  키오스크를 작동해 보고 있다. 우철훈 선임기자

한 시각장애인이 노약자와 장애인 겸용으로 개발된 키오스크를 작동해 보고 있다. 우철훈 선임기자

몇년 전까지만 해도 낯설던 ‘배리어프리’(barrier-free)’라는 말이 최근 심심치 않게 사용되고 있다. 고령자나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들의 사회생활 참여를 방해하는 장벽(barrier)을 허물자는 의미다. 이 말은 1974년 유엔 장애인 생활환경전문가회의에서 ‘장벽 없는 건축 설계(barrier free design)’ 보고서가 발표된 이후 등장한 개념이다. 초창기엔 건축학계를 중심으로 경사로 등 물리적 장벽 없애기에 치중했던 논의가 최근엔 제도·법률적 장벽, 문화·정보의 전달, 심리·정신적 장벽까지 광범위하게 확산됐다.

국내에서도 정부 공식행사의 수어 통역, 방송 자막 등은 어느새 확고하게 자리 잡았다. 문화·공연계에서도 장애인 관객의 접근성을 높이려는 ‘배리어프리’ 움직임이 활발하다. 청각장애인을 위한 수어 통역이나 자막 제공, 시각장애인을 위한 음성 해설, 점자 프로그램북 등이 대표적이다. 자폐성 장애·발달장애인을 위해 조명이나 음량·음향 효과를 조정하고 공연 중 이동을 허용하는 ‘릴랙스 퍼포먼스’도 확산되고 있다.

최근엔 또 하나의 의미 있는 진전이 있었다. 시각·청각·지체장애인은 물론 어린이나 노인도 사용하기 편리한 키오스크(무인정보단말기)가 나온 것이다. 코로나19 확산으로 비대면 서비스가 늘어나며 불거진 사회적 약자들의 접근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와 키오스크 전문업체가 손잡고 만들어냈다. 생활의 불편을 해결하는 노력이 기술과 합쳐진 훈훈한 결과물이다. 현재 독립기념관, 전남대병원, 수원시 코로나19 선별진료소에 보급돼 있는데 향후 프랜차이즈 매장 주문, KTX·극장 발권, 쇼핑몰 안내 서비스 등으로 확대할 계획이라고 한다.

세계는 배리어프리에서 한 발 더 나아간 ‘유니버설 디자인’으로 가고 있다. 남녀노소 모두를 위한 디자인을 ‘기본값’으로 장착한 ‘모두를 위한 디자인’ 개념이다. 약자들이 살기 좋은 사회가 선진국이다. 휠체어 이용자가 이용하기 편한 시설이면 노인이나 유아차 이용자에게도 좋다. 고령자들은 결국 어느 시점에선가 시청각 장애를 겪을 가능성이 크다. 굳이 장애인과 비장애인을 나누지 않고, 차별·배제하지 않는 사회. 우리도 경계를 허무는 그 방향으로 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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