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가 위기다’ 펴낸 임진모 대중음악평론가 “시대 안 맞는 노래…세계 곳곳 ‘국가’ 논쟁 중”

2021.04.01 21:53 입력 2021.04.01 21:55 수정

대중음악평론가 임진모씨는 “국가가 만들어진 게 대부분 건국이나 독립 등 역사적 사실과 관련돼 있다보니 책 쓸 엄두가 나지 않았던 적도 있다”며 “1년 반의 집필 끝에 이 책을 내게 돼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임진모씨 제공

대중음악평론가 임진모씨는 “국가가 만들어진 게 대부분 건국이나 독립 등 역사적 사실과 관련돼 있다보니 책 쓸 엄두가 나지 않았던 적도 있다”며 “1년 반의 집필 끝에 이 책을 내게 돼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임진모씨 제공

식민지 전쟁·독립·건국 쟁취 등
목적 내포한 가사 거칠고 공격적
전체주의 퇴조에 ‘수정론’ 대두

작곡가 안익태 진영논리 벗어나
먼저 역사적 사실 수집·분석해
공론의 장에서 ‘애국가’ 다뤄야

‘국가(國歌)’의 사전적 의미는 나라를 대표·상징하는 노래다. 한국 국가는 안익태가 1930년대에 작곡한 <한국환상곡> 중 합창 부분 선율에 가사를 붙인 ‘애국가’다. 하지만 2000년대 이후 불거진 안익태의 친일, 친나치 행적 논란에서 보듯이 국가의 위상이 흔들리고 있다. ‘국가를 부르느냐, 안 부르냐’를 넘어 ‘국가를 바꿔야 하느냐, 아니냐’라는 21세기 국가 논쟁은 비단 한국뿐 아니라 프랑스·미국 등 세계 곳곳에서 터져나온다.

이를 두고 대중음악평론가 임진모씨는 1일 인터뷰에서 “연대와 전체주의는 사라지고 개인의 취향과 자유, 다양성이 중요해지면서 나타난 현상”이라고 진단했다. 그동안 주로 팝과 가요 등에 대해 저술해온 임씨는 최근 저서 <국가가 위기다>(내일을여는책)를 출간했다. 그는 총 67개국의 국가가 어떻게 만들어지고, 어떤 과정을 통해 불리게 됐는지, 국가를 둘러싼 갈등과 논란이 왜 생기는지를 진단했다.

임씨는 ‘나라 노래’가 위기에 빠진 원인으로 ‘가치의 전환’을 꼽았다. 그는 “각국의 국가는 대부분 1800~1900년대 식민지 전쟁과 독립을 거치면서 만들어졌다”며 “이로 인해 음악적 접근보다는 독립, 건국, 쟁취 등을 내포한 목적가로서의 성격이 강해 가사가 거칠고 공격적이어서 현재의 자유·평등·평화의 시대에는 잘 부합하지 않는 것”이라고 밝혔다.

대표적인 사례가 프랑스의 국가인 ‘마르세유의 노래’다. 프랑스를 넘어 세계적인 인기를 얻었지만 ‘놈들의 더러운 피’ ‘우리 처자의 목을 따려 한다’ 등 가사가 선정적이고 외국인들에 대한 배타성이 강해 가사를 수정해야 한다는 여론이 계속되고 있다.

미국에선 국가 ‘성조기’의 작사가가 노예제 지지자였다는 점 등을 이유로 비공식 국가로 통용되는 ‘아름다운 나라 미국’을 국가로 대체하자는 움직임도 있었다. ‘애국가’ 역시 안익태의 과거 행적 논란으로 2019년 9월 국회에서 공청회가 열리기도 했다. 임씨는 “‘애국가를 수정해야 된다, 안 된다’는 식의 진영논리를 펼치기 전에 역사적 사실에 대한 정확한 수집과 분석을 바탕으로 공론의 장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책은 국가를 둘러싼 스포츠계 에피소드, 음악예술적인 평가 등도 다뤘다. 애국가에 대해선 ‘감상적인 곡조지만 노래 자체로는 완성도가 높다’고 평하는가 하면, 미국의 국가는 정상급 가수가 아니면 따라 부르기가 어렵고, 이탈리아는 오페라의 나라답게 ‘국가도 오페라답다’는 흥미로운 분석을 달았다.

임씨는 “4년 전 출판사로부터 책 제안을 받았지만 사료가 방대하고 스포츠 쪽도 공부해야 해 집필하는 데 오래 걸렸다”며 “전 대륙에 걸쳐 주요 나라들의 사례를 다뤘는데 최근 민주화 위기가 닥친 미얀마가 빠져서 못내 아쉽다”고 말했다.

임씨는 경향신문·내외경제 등의 신문기자를 거쳐 1991년부터 음악평론가로 활동 중이다. 라디오 프로그램 <배철수의 음악캠프>에 25년간 출연하면서 지난해 MBC 방송연예대상 라디오 부문 특별상을 받았다. 중학교 때 라디오와 음악에 빠져 음악평론을 인생의 목표로 정했다는 그는 음악인 생활 30년 중 요즘처럼 어려운 시기가 없다고 토로했다.

그는 “빌보드 차트 석권 등 K팝의 성공은 국가적 자긍심을 높이고, 세계 시장에서 한국 대중음악의 지분을 만들어냈다는 점에서 대단한 일”이라며 “다만 코로나19 확산으로 인디음악 등 다른 장르들은 큰 타격을 받고 대다수 음악인들이 어려움에 처해 있어 안타깝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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