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역차별? AI 등 신기술 인력 부족한 시대, 여성과학인 육성이 해법”

2022.03.13 14:11 입력 2022.03.13 17:25 수정

안혜연 여성과학기술인지원센터 이사장이 최근 서울 테헤란로 한국과학기술회관에서 경향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br /> 박민규 선임기자

안혜연 여성과학기술인지원센터 이사장이 최근 서울 테헤란로 한국과학기술회관에서 경향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안혜연 한국여성과학기술인육성재단 이사장

전 세계적으로 디지털 기술 전환 속도가 빨라지면서 신기술 인력 부족 문제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지난해 12월 정부는 올해 메타버스, 인공지능(AI), 신재생에너지 등 신기술 분야 인재 16만명을 양성하기 위해 대규모 예산을 투입한다고 밝혔다. 최근 서울 강남구 한국과학기술회관에서 만난 안혜연 한국여성과학기술인육성재단(WISET·이하 위셋) 이사장(63)은 “남성은 이미 최대 60% 이상이 자연·공학계열 분야에 투입돼 있다. 여성 인재를 키우고 활용해 인력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올해는 정부에서 여성과학기술인 육성지원법이 제정된 지 20주년이 되는 해이다. 위셋은 여성 과학기술인 지원 전담 조직으로 2011년 출범했다. 과학기술 전공 여학생 비율의 확대, 여성 대학(원) 전공자의 취업·경력 발전을 위한 사업을 수행해 왔다.

그 결과 자연·공학계열 여학생 비율은 현재 약 30%로 늘어났다. 안 이사장은 “50%까지 늘면 인력 부족을 포함해 다양한 문제가 자연스럽게 해결될 것”이라고 말했다.

여성과학기술인 육성지원법 20년…자연·공학계열 여학생 30%까지 늘어

안 이사장은 “여학생 유입 확대를 위해서는 어릴 때부터 과학분야를 자주 접해 다양한 경험과 선택을 할 수 있게끔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해외에서는 소프트웨어(SW)·AI 인재 양성을 서두르는 반면 우리나라 공교육에서 과학기술이 차지하는 비중은 매우 적다”고 지적했다. 현재 SW에 배정된 우리나라 초중고 교육 시수는 전체 공교육 시수의 0.4% 수준이다. 반면 미국은 2019년 ‘AI 국가전략’을 발표해 초·중등 교육 시간 확대를 포함한 AI 교육 및 최고 수준 인재 양성을 목표로 세웠다.

안 이사장은 여성 과학기술인 인력 활용을 위해서는 출산과 육아로 경력 공백이 생긴 이들을 위한 재교육 지원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는 “빠르게 발전하는 기술 분야를 혼자만의 노력으로 따라잡기란 쉽지 않다”며 “위셋은 과학기술 여성인재아카데미를 통해 구직자를 위한 온라인 기초교육은 물론 빅데이터, 정보보안, 오픈소스 등을 다루는 전문가 과정을 지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2025년까지 ‘경력 공백’ 여성 재취업과 초·중·고 학생들을 위한 신기술 교육 전문 강사 1000명을 양성해 보급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경력 공백’ 여성 재취업 위한 전문가 과정 운영…“포기하지 말고 용기를”

대학에서 수학을 전공한 안 이사장은 데이콤에 입사해 무선 네트워크 등 ‘신기술’을 접했다. 미국 매사추세츠 공과대학(MIT)에서 컴퓨터 공학 박사학위를 받은 후 귀국해 삼성SDS에서 일했다. 당시 ‘인터넷 보안’ 이슈가 떠오르자 독학으로 공부를 시작했고 이후 IT 벤처업계로 이직해 보안 솔루션 전문가로 약 20여년간 일했다.

“저는 첫 아이를 낳고 박사과정을 시작했어요. 얼마간 쉬었던 시간도 있었지만 다시 일하는 것에 대한 의심이나 불안은 없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후배들에게도 지레 짐작해서 포기하지 말아라. 용기를 가지면 못할 일이 없다고 얘기해요.”

2019년 위셋에 취임한 안 이사장은 지난해 6월 센터에서 재단으로 기관명을 변경하고 정책연구센터와 사업전략팀 등을 신설했다. “과학기술 여성인재 육성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이제는 사업을 수행하는 조직이 아니라 정책을 연구하고 기획하는 조직이 되어야 한다”고 그는 말했다.

안 이사장은 산업현장에서 일한 경험을 살려 여성과학기술인 우수사례 발굴 확산 사업과 신기술·신산업분야 교육 강화, 여성과학기술인 생애주기 성장 플랫폼 W브릿지 운영 등을 추진했다. 그는 “과학기술 분야 여성 재직자의 경력성장 및 리더 양성 지원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멘토링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데 반응이 좋다”며 “2030년까지 100만명의 여성과학기술인 네트워크 구축을 목표로 한다”고 말했다.

그는 “여성에 대한 지원에 역차별이라는 시각도 일부 있지만 단순히 여성에게 자리를 내주자는게 아니다”라며 “지금은 시대가 여성과학기술인 육성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앞으로는 젠더 문제가 아닌 다양성을 인정하고 조직문화에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올 4월 임기가 끝나는 안 이사장은 “산업현장과 공기업을 두루 경험하며 그야말로 다양성을 경험했다. 기회가 된다면 경험을 토대로 조직의 다양성에 대한 캠페인이나 프로그램을 만들어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소회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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