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 “언제든 처리” 압박·색깔론 - 야 지도부, 거리 홍보로 여론전

2011.11.04 21:35

첫 고비였던 지난 3일 국회 본회의 무산으로 숨을 고른 여야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 전선을 다시 짜고 있다. 여당은 “언제든 처리할 수 있다”고 압박하면서 색깔론까지 공격 수단으로 동원하고 있다. 야당은 첫 거리 홍보전을 펼치며 ‘여론전’을 시작했다.

한나라당 황우여 원내대표(64)는 4일 국회에서 열린 주요당직자회의에서 “정치일정이 더 바빠지기 전에 한·미 FTA를 충분히 토론하면서 조속한 시기에 원만하게 국회법이 정한 데 따라서 처리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황 원내대표는 “가급적 빠른 시기에 국회법을 준수하면서 잘해보겠다”고 밝혔다.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 남경필 위원장(46·한나라당)은 “이번 주말에 대화와 타협을 더 시도해보고 고민해보겠다”며 “계속 이런 상황이 오면 국회법이 허락하는 절차에 따라 절차를 밟아 나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대치가 계속되면 국회법 85조 2항(위원회가 이유 없이 기간 내에 심사를 마치지 않은 때 의장은 바로 본회의에 부의할 수 있다)에 따라 ‘직권상정’을 요구할 것이라는 발언이다. 다음주쯤 박희태 국회의장(73)에게 직권상정을 요청하겠다는 안도 흘러나온다.

<b>선전전 나선 손학규</b> 민주당 손학규 대표(가운데), 정동영 최고위원(오른쪽)과 당직자들이 4일 서울 여의도역 앞에서 출근길 시민들에게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투자자-국가소송제 조항의 재협상을 요구하는 유인물을 나눠주고 있다. | 박민규 기자 parkyu@kyunghyang.com

선전전 나선 손학규 민주당 손학규 대표(가운데), 정동영 최고위원(오른쪽)과 당직자들이 4일 서울 여의도역 앞에서 출근길 시민들에게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투자자-국가소송제 조항의 재협상을 요구하는 유인물을 나눠주고 있다. | 박민규 기자 parkyu@kyunghyang.com

색깔론과 막말도 동원했다. 군 장성 출신인 한기호 의원(59)은 주요당직자회의에서 한·미 FTA 비준안 저지를 위한 민주당·민주노동당의 연대를 1924년 중국 국공합작에 비유했다. 그는 “중국 공산당 모택동은 국공합작을 통해서 세력을 키웠고 숙주(宿主)인 국민당을 무너뜨렸다. 국민당은 와해되고 대만으로 쫓겨간 것”이라며 “민주당이 공산주의 전략전술과 같은 상황 속에서 무너진다면, 대한민국 정당이 무너진다고 볼 수 있다”고 했다. 국공합작은 제국주의 열강과 일본에 각각 맞선 중국 공산당과 국민당의 연합전선이다.

이주영 정책위의장(60)도 “자신들이 (여당일 때 한·미 FTA 폐해에) 까막눈이었다는 주장은 위장일 뿐이고 진짜는 ‘무뇌상태’로 보인다”고 했다.

야당은 반대 목소리를 키워가고 있다. 민주당 손학규 대표(64)는 이날 서울 여의도역에서 ‘한·미 FTA 저지 대국민 홍보전’을 펼쳤다. 손 대표는 국회에서 열린 확대간부회의에서 “예상했던 것보다 FTA, 특히 투자자-국가소송제에 관심이 높은 것을 느낄 수 있었다”며 “충분히 검토해서 다음 총선 의제로 국민의 심판을 받아서 결정하자고 제안한다”고 말했다. 이어 “19대 국회에서 처리하고 아니면 국민투표로 결정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말했다.

거리 홍보전에는 10·26 재·보선 전후로 한·미 FTA를 보는 민심 방향이 달라졌고, 여론조사 결과에도 반영되고 있다는 분석이 깔려 있다.

민주당은 한·미 FTA 비준안 내용이 전문적이고 복잡해서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으나, 폐해를 구체적으로 설명하고 전달하면 반대 여론이 더 높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김진표 원내대표(64)는 “많은 국민들이 한·미 FTA의 여러 가지 해독을 모르고 있다”며 “더 많은 국민에게 진실을 알리고 강력한 한·미 FTA 강행처리 저지투쟁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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