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독만두를 받아먹었다”

2011.11.04 21:43 입력 2011.11.04 23:56 수정

일 관료출신 경제학자 “한·미 FTA 전철 밟지 말자”

경제부처 관료를 지낸 일본의 경제학자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투자자-국가소송제(ISD)를 ‘독이 든 만두’라고 비판했다. 미·일 FTA나 다름없는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이하 환태평양협정) 협상의 일본 참가 논란이 번지는 상황에서 “한·미 FTA의 전철을 밟아선 안된다”는 우려를 제기한 것이다.

2009년까지 경제산업성 관료로 재직했던 국립 교토(京都)대 대학원 나카노 다케시(中野剛志·40·사진) 교수는 지난달 24일 경제주간지 ‘다이아몬드’ 웹사이트 기고에서 “투자자-국가소송제는 ‘독만두’지만, 한국은 딱하게도 이 조항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그는 투자자-국가소송제의 문제점에 대해 “세계은행 산하 국제투자분쟁해결기구(ICSID)의 소송 심사가 과거 판례의 구속을 받지 않아 결과 예측이 어려울 뿐 아니라 단심제여서 심사가 잘못되더라도 돌이킬 수 없다”고 지적했다.

“한국은 독만두를 받아먹었다”

나카노 교수는 특히 “분쟁해결기구의 관심은 정부 정책이 투자자에게 얼마나 피해를 주었는가에 초점을 맞출 뿐, 해당 정책이 공익에 필요한 것인지는 고려대상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마디로 각국이 자국민의 건강·복지·환경·안전을 위한 정책을 스스로 정할 수 없도록 하는 치외법권 규정”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투자자-국가소송제 분쟁건수가 1990년대 이후 급증해 누적건수가 200건을 넘어선 점을 언급한 뒤 “이 때문에 유럽의 많은 학자가 글로벌 기업이 각국의 주권을 침해한다고 문제시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일본이 참가를 검토 중인 환태평양협정 협상에서 일본 정부가 투자자-국가소송제를 도입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면서 “일본 정부가 글로벌 기업, 특히 미국 기업에 제소를 당해 주권을 침해받을 위험성을 경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은 독만두를 받아먹었다”

나카노 교수는 1996년 도쿄대를 졸업한 뒤 통상산업성(현 경제산업성)에 들어가 자원에너지청 등에서 과장보좌(대리)를 지냈다.

아시아·태평양 지역 경제의 통합을 목적으로 2005년 시작된 환태평양협정 협상은 미국이 참여한 2008년 이후 호주, 뉴질랜드, 베트남, 싱가포르, 브루나이, 칠레, 페루 등 8개국이 참여하고 있다. 미국은 일본의 참가를 꾸준히 요구해왔다. 일본을 포함한 9개국의 전체 경제규모(국내총생산) 중 미국이 69.7%, 일본이 21.8%를 차지하는 반면 나머지 7개국은 8.5%에 불과해 환태평양협정은 사실상 미·일 FTA나 다름없다.

재무성 국제담당차관(재무관) 출신으로 미국과의 협상 경험이 많은 사카키바라 에이스케 아오야마가쿠인(靑山學院)대 교수는 지난 2일 아사히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환태평양협정에 참가하면 ‘아메리칸 스탠더드’를 일본에 이식시키는 결과를 빚는다. 공공의료와 공공사업 조달부문에서 중소기업 배려 등 일본 고유의 제도가 무너질 수 있다”며 반대했다.

추천기사

바로가기 링크 설명

화제의 추천 정보

    오늘의 인기 정보

      추천 이슈

      내 뉴스플리에 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