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경선 수용 거부’ 꿈쩍 않는 박근혜

2012.06.12 21:51 입력 2012.06.18 17:53 수정

2007 경선 트라우마… 원칙 지키는 게 이득

“경기 룰을 보고 선수가 거기에 맞춰서 경기를 하는 것이지, 매번 선수에게 룰을 맞춰서 하는 것은 말이 안된다.”

새누리당 박근혜 전 비상대책위원장(60)이 당의 대선후보 경선 룰과 관련한 언급을 한 것은 지난 4월23일이었다. 전날 비박(근혜) 후보들이 오픈프라이머리(완전국민참여경선제)를 요구한 것에 대한 답이다. 이후 박 전 위원장은 오픈프라이머리와 관련해서는 50일 동안 묵묵부답이다.

비박 주자들의 반발이 심상찮다. 반발 강도는 더해가고 있다. 급기야 이재오 의원은 12일 한 언론 인터뷰에서 “항상 대선국면에 가면 크고 작은 정계개편이 있기 마련”이라며 “(현재로선) 알 수 없지만 대선이 가까워지면 수면 위로 떠오르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탈당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은 것이다.

새누리당 박근혜 전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 4일 ‘새누리 약속지킴이’ 모임이 열린 서울 반포동 팔래스호텔의 한 식당에 들어서고 있다. | 경향신문 자료사진

새누리당 박근혜 전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 4일 ‘새누리 약속지킴이’ 모임이 열린 서울 반포동 팔래스호텔의 한 식당에 들어서고 있다. | 경향신문 자료사진

▲ 당심·민심 왜곡도 우려
일부선 “통 크게 포용을”

김문수 경기지사도 라디오 인터뷰에서 “완전국민참여경선제에 일고의 가치도 없다는 식으로 일관하고 그냥 갈 경우에는 우리들 존재 자체가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친박 진영에선 박 전 위원장이 침묵하는 이유를 ‘입장 변화가 없기 때문’이라고 한다. 한 측근은 “타협이 안되는 것은 안되는 것”이라며 “ ‘원칙’이 있는데 그것을 거래 대상으로 여기는 것 자체가 말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2007년 경선 당시에는 경선준비위원회를 꾸려 후보 측 대리인이 참여해 경선 룰을 논의했다. 당시 박 전 위원장은 “원칙을 너덜너덜한 걸레처럼 만들어 놓으면 누가 그것을 지키겠느냐”며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았다.

당 내부에서 ‘지지율 격차가 워낙 큰데 통 크게 포용해 받아주자’는 주장도 있다. 하지만 박 전 위원장의 ‘원칙론’은 요지부동이다.

친박 측은 실질적으로도 오픈프라이머리를 실행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논리는 3가지다. 한 핵심 의원은 “첫째 30만명의 당비를 내는 당원이 있는데 오픈프라이머리를 하는 것은 당원을 무시하는 처사라는 점이 있고, 둘째로는 조직동원선거로 인한 사고가 날 수 있고, 셋째로는 역선택의 문제”라고 말했다. 그중에서도 역선택을 가장 우려한다. 친박 핵심 인사는 “민심과 당심이 왜곡돼 있기 때문에 오픈프라이머리를 하자는 건데 선거에 야권 지지 조직이 단체로 개입하면 그것이야말로 민심 왜곡”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2007년 경선의 트라우마(정신적 외상)도 작용한다는 관측도 나온다. 박 전 위원장에게는 당시 당원이 아닌 일반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여론조사 경선을 용인했다가 당원 투표에서 이기고, 여론조사에서 져 후보직을 빼앗긴 아픔이 있다.

박 전 위원장이 원칙을 내세워 버티는 것이 정치적으로도 이득이라는 말이 나온다. 당 관계자는 “경선 룰과 관련한 논의에 돌입하면 자연스럽게 경선 일정이 늦춰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빨리 후보로 확정돼 안정적으로 돌출 변수를 관리하는 것이 더 좋은 선두 주자가 왜 그런 논의를 시작하겠느냐”고 말했다.

강 대 강 대치가 이어지자 일단 황우여 대표 측은 12일 경선 룰을 논의하기 위한 기구를 두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황영철 대변인은 기자간담회에서 “최고위가 직접 논의의 중심이 되는 방안, 최고위 산하에 논의 기구를 두는 방안, 경선관리위에 논의 기구를 두는 것, 별도의 기구로 두는 방안 등이 있다”고 설명했다.

비박 주자들의 대리인은 이날 저녁 회동해 황 대표 제안을 논의한 뒤 “황 대표의 진정성을 보고 입장을 밝히겠다”며 “진행 중인 경선관리위 구성부터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경선관리위를 구성하면서, 별도 기구를 두는 것에는 의미가 없다고 본 것이다. 친박 측도 황 대표 제안에 “별도 기구를 마련하자는 것은 경선준비위를 다시 구성하자는 것인데 이미 안된다고 밝혔다”고 버텼다.

추천기사

바로가기 링크 설명

화제의 추천 정보

    오늘의 인기 정보

      추천 이슈

      내 뉴스플리에 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