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박’과 ‘정치 훌리건’ 논쟁…민주당 계파갈등 중심에 ‘팬덤 정치’

2022.06.12 16:12 입력 2022.06.12 17:59 수정

더불어민주당 이원욱(왼쪽)·김남국 의원. 이 의원 SNS·경향신문 자료사진

더불어민주당 이원욱(왼쪽)·김남국 의원. 이 의원 SNS·경향신문 자료사진

“여름엔 역시 수박이 최고라 하십니다.”(이원욱 의원)

“조롱과 비아냥으로는 건강한 지지 문화를 만들지 못합니다.”(김남국 의원)

더불어민주당이 최근 ‘수박’ 논쟁에 휩싸였다. 수박은 겉(푸른색)과 속(빨간색)이 다르다는 의미에서 이재명 의원 강성 지지층이 대선 경선 경쟁자였던 이낙연 전 대표 측을 주로 겨냥해 사용하는 은어다. 겉으론 민주당인 척하면서 속으론 국민의힘과 유사하게 생각하고 행동한다는 비난과 같다.

논쟁은 지난 10일 밤 정세균 전 국무총리계 이원욱 의원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글에서 시작됐다. 이 의원은 “수박 정말 맛있네요. 함께 하고 계신 분들이 여름엔 역시 수박이 최고라고 하십니다”라고 적었다. 이 의원은 민주당의 지방선거 참패 직후 ‘이재명 책임론’과 함께 팬덤 정치와의 거리두기를 주장해왔다.

다음날(11일) 친이재명(친명)계 핵심인 김남국 의원이 SNS에 “겸손한 자세로 듣지는 못할망정 이렇게 조롱하는 글로 지지자들을 화나게 하는 건 국민을 너무 무시하는 너무나 잘못된 행동”이라고 이 의원을 비판했다. 그러면서 “존중받기를 바라는 만큼 먼저 존중하는 자세를 보여야 할 것 같다”고 했다.

이 의원은 같은날 SNS에 “이재명 의원 강성지지자들께서 제게 수박이라 하시니 필요하면 한여름에 국민이 원하는 시원한 대표 수박이 되겠다고 말했을 뿐”이라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명백히 잘못된 길을 가고 있는 정치훌리건의 행태는 중지되어야 한다고 지적했을 뿐”이라며 “누가 정치훌리건 편을 드나. 현재 이 시점에서 돌아보면 이른바 친명 의원”이라고 비판했다. 이 의원은 “계파 청산이 민주당에 가장 필요한 일”이라며 김 의원이 소속된 개혁 강경파 초선 의원 모임 ‘처럼회’ 해체를 요구했다.

‘이재명 책임론’을 주장하는 이낙연계 윤영찬 의원도 논쟁에 가담했다. 윤 의원은 11일 SNS에 “지방선거 유세를 마치고 의원회관 사무실에 돌아오니 복합기가 고장나 문서를 출력할 수 없었다”며 “‘수박들 다 죽어라’ ‘이낙연과 수박들 민주당에서 나가라’ 같이 저주의 내용을 담은 문서들이 날아든 탓이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낙연이 미국에 있어도 공격을 멈추지 않고 어떻게든 욕할 대상으로 만들어 자신들의 책임을 회피하고 정당한 평가와 반성을 뭉개려는 것임을 안다”며 친명계를 비판했다.

그러자 김 의원은 12일 SNS에서 이낙연·정세균계 등 비이재명(비명)계를 ‘도둑’에 빗대 싸잡아 비판했다. 김 의원은 “계파정치로 ‘파벌 정치’를 계속 해왔던 분들이, 계파정치를 해본 적도 없거나 피해 본 사람들에게, 거꾸로 없는 계파를 해체하라고 하면 정말 이상한 말처럼 들리지 않을까 싶다”며 “도둑이 선량한 시민에게 도둑 잡아라 소리치는 꼴”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생뚱맞게 정치훌리건, 친명계 이야기하며 ‘처럼회 해체하라’ 말까지 나오면 무슨 토론이 되겠나”라고 했다.

이에 대해 이 의원도 SNS에 “쌩뚱맞다고 하시는데, 지금 정치 훌리건 등이 민주당 의원들을 공격하는 근본적 원인이 계파문제이기 때문”이라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처럼회 소속 의원님 그 어느 누구도 훌리건들의 행태가 잘못됐다고 지적하는 것을 보지 못했다”라고 했다.

86(80년대 학번·60년대생)그룹인 이인영 의원도 연이틀 SNS에서 친명계를 비판했다. 이 의원은 11일 지방선거 참패에 대한 이재명 의원과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 책임론을 거론했다. 12일엔 “마침 이낙연계·정세균계 모임이 해산했다니 여타 모임들도 그에 발맞출 필요도 있다”며 “분파주의나 극단적 팬덤을 넘기 위해서는 상대를 존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8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이재명계·이낙연계·정세균계·86그룹이 당권 투쟁을 본격 시작한 모습으로 평가된다. 이재명 의원이 지난 9일 강성 지지층에 과격한 팬덤 행위 자제를 촉구했지만, 그 이후 각 계파는 팬덤 정치를 뜨거운 화두로 키워 다투는 양상이다. 8월 전당대회를 준비하는 당 비상대책위원회 출범에 맞춰 계파별 목소리를 키우려는 시도로 해석된다.

당 일각에선 계파 정치 타파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지방선거에서 강원지사에 출마했던 이광재 전 의원은 <중앙일보> 인터뷰에서 “이재명·전해철·홍영표 의원이 모두 (전당대회에) 불출마하고 후배에게 기회를 주는 것이 어떨까 한다”며 “당 단합에 도움이 되고 쇄신과 세대교체라는 면에서도 좋은 시그널(신호)”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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