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윤계·침묵하던 의원들도 “대통령실·정부 전면 쇄신” 촉구
비대위 열쇠 쥔 서병수 전국위 의장 “당헌·당규상 요건 안 돼”
중진들 절차 문제 제기 이어져…홍준표 “새 원내대표 뽑아야”
윤석열 대통령의 ‘내부 총질’ 문자 메시지와 윤 대통령 지지율 20%대 폭락을 계기로 여당 내에서 대통령실·정부 책임론이 분출하고 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와 가까운 인사들은 윤 대통령을 직접 거론하며 대통령실 인적 쇄신을 요구했다. 국민의힘은 1일 의원총회를 열고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전환하는 데 속도를 내고 있지만, 비대위 출범 요건과 역할 등을 두고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친이(친이준석)계인 김용태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CBS 라디오에 출연해 전날 조수진·윤영석 최고위원의 최고위원직 사퇴에 대통령비서실 정무수석실이 관여했다는 기사를 언급한 뒤 “이 기사가 사실이라면 정무수석부터 시작해 다 사퇴해야 한다”며 “대통령이 당무에 개입하지 않겠다고 했다. 여기에 대해 입장 표명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대통령실의 사과와 인사 조치를 요구한 것이다. 지난 대선 때 국민의힘 중앙선거대책위원회 비전전략실장을 맡았던 김근식 경남대 교수도 “대통령이 제일 큰 문제가 있다. 윤 대통령이나 대통령실이나 참모들이나 핵관(핵심 관계자)들이 자꾸 뺄셈의 정치를 하고 있는 게 아닌가 싶다”고 윤 대통령을 비판했다. 이 대표와 가까운 하태경 의원도 MBC 라디오에서 “(여당) 대표 (직무)대행이 그만뒀는데 (대통령실도) 같은 급의 비서실장 정도는 책임을 져야 되는 거 아닌가 싶다”며 “대통령 마음을 잘 읽는 분들 중에서 정무적 능력이 있는 분을 쓰면 좋겠다”고 말했다.
친윤(친윤석열)계나 현안에 입장 표명을 자제했던 인사들도 대통령실과 정부의 쇄신을 촉구했다. 김미애 의원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인사 실패, 특별감찰관·검찰총장 임명 지연, 제2부속실 설치 필요성을 언급한 뒤 “오직 민생에만 집중하는 당정, 대통령실이 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고 썼다. 전날 조수진 최고위원은 최고위원직을 사퇴하면서 “당은 물론 대통령실과 정부의 전면적 쇄신이 필요하다”며 윤핵관(윤 대통령 측 핵심 관계자)을 향해 “실질적인 2선으로 모두 물러나 달라”고 요구했다. 김태흠 충남지사도 같은 날 SNS에 “대통령과 함께 국정운영을 담당하는 여당, 내각, 대통령실의 세 축은 무능함의 극치”라며 “지금 당장 책임질 사람은 책임지고 새로운 인적 구축과 각오로 잃어버린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결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국민의힘 의원 다수는 이날 의총에서 현 상황을 비대위 전환이 가능한 ‘비상상황’으로 규정했지만, 비대위를 둘러싼 이견도 여전히 비등하고 있다. 우선 비대위원장 임명을 위해서는 전국위원회 의결이 필요한데, 전국위 의장인 5선의 서병수 의원이 비대위 전환에 부정적이다. 서 의원은 통화에서 “아직까지 당헌·당규상 비대위 체제로 전환할 수 있는 근거를 찾지 못했다”며 “순리대로 하면 되는데 자의적으로 최고위원들이 한 사람씩 사퇴하면서 최고위원회 기능이 상실됐다는 것은 국민들이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다른 중진들도 비대위 전환에 절차적 문제가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도읍 의원은 국회에서 중진의원 간담회를 한 뒤 “비대위는 당대표를 아예 물러나게 하는 상황”이라며 “(지난달 8일) 당 중앙윤리위원회 (6개월 당원권 정지) 결정 이후 지금까지 당대표를 물러나게 할 수밖에 없는 사정 변경이 있었느냐”고 말했다. 정미경 최고위원이 KBS 라디오 인터뷰에서 “비대위를 하면 이 대표를 제명하는 것이다. 다시 당대표로 돌아오지 못하게 하는 효과를 가져온다”고 말한 것과 같은 취지다. 당 혁신위원회 부위원장인 조해진 의원도 “살아있는 당대표를 강제로 몰아내는 전당대회는 당헌·당규 위반일 뿐 아니라 법적으로도 문제가 될 수 있는 일종의 당권 쿠데타”라며 비대위 전환 후 조기 전당대회를 원하는 친윤계와 다른 목소리를 냈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SNS에 “당대표가 사퇴하지 않는 한 비대위를 구성할 수가 없다”며 “지도부가 총사퇴하고 새로 선출된 원내대표에게 비상대권을 줘 이준석 대표 체제의 공백을 메꾸어 나가는 게 정도”라고 밝혔다.